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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쯔이 “미드 견줄 중드”···해시태그 42억회 ‘중국판 SKY캐슬’

중앙일보

입력

올여름 중국에서는 드라마 한 편이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화제가 된 드라마는 ‘은비적각락(隐秘的角落, 은밀한 구석)’이다. 중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파헤쳤다는 점에서 중국 밖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드라마 '은비적각락' 신드롬 #'현대판 맹모삼천지교' 그려내 # 20년 전 배경 설정해 검열도 피해 # 배우 장쯔이도 "드라마 팬"

최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에 분 ‘은비적각락’ 열풍을 소개했다. 지난달 기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은비적각락’이라는 해시태그(#)는 42억9000만회나 등장했다. 유명영화배우 장쯔이도 "미국·영국 드라마와 견줄 중국 드라마가 드디어 나왔다"는 글을 올리며 드라마의 열성 팬임을 인증했다.

중국의 영화·드라마 평점 사이트인 더우반에 따르면 41만5000명이 참여한 평가에서 이 작품은 10점 만점에 9점을 얻었다. 스릴러물의 뼈대를 잘 유지하면서 사회문제까지 녹여낸 작품성에 중국 관영 매체들 역시 입을 모아 칭찬했다. 중국 드라마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됐던 주인공들의 어색한 '발연기'도 어느 정도 극복했다는 평가다.

중국에서 올 여름 가장 화제가 된 드라마 '은비적각락'. 중국 사회를 잘 묘사하면서도 검열을 피한 영리한 드라마로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소개했다. [웨이보]

중국에서 올 여름 가장 화제가 된 드라마 '은비적각락'. 중국 사회를 잘 묘사하면서도 검열을 피한 영리한 드라마로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소개했다. [웨이보]

인기를 끈 또 다른 비결도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은비적각락은 중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꼬집으면서도 중국 정부의 검열을 영리하게 피했다"고 평가했다. 

자녀 교육에 목매는 '중국판 SKY 캐슬'  

아이가 외로워한다고 말하는 선생님에게 어머니(정면 사진)는 "친구 사귀는 건 사회에 진입하고서나 하는 일"이라며 "아이가 좋은 직업을 가지면 친구를 사귈 시간도 있을 것"이라고 쏘아붙인다. [웨이보]

아이가 외로워한다고 말하는 선생님에게 어머니(정면 사진)는 "친구 사귀는 건 사회에 진입하고서나 하는 일"이라며 "아이가 좋은 직업을 가지면 친구를 사귈 시간도 있을 것"이라고 쏘아붙인다. [웨이보]

12부작으로 구성된 이 드라마는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불평등이 가득한 중국 사회의 모습을 그려낸다. 그 속에서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묘사한다. 이런 면에서 보면 한국 드라마 'SKY 캐슬'과 닮았다.

등장인물 중 어머니는 아이의 방이 상장으로 가득 채워질 정도로 공부를 시킨다. 보다 못한 선생님이 "아이가 친구가 없어 외로워한다"고 말하자 “좋은 직장을 가지면 친구 사귈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쏘아붙인다. 이 어머니는 바람을 피운 남편과 이혼을 하고 모든 기대를 아이에게 거는 캐릭터로 묘사된다.

어머니는 교육이 험난한 세상에서 아들을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고 있다. 현대판 맹모삼천지교가 판을 치고 좋은 학군을 따라 부동산까지 들썩이는 중국 사회를 잘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 드라마를 계기로 가족 구성원이 아이의 행동·성격·가치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관한 논쟁이 웨이보에서 벌어지기도 했다. '가족의 영향은 얼마나 큰가'라는 해시태그(#)는 웨이보에서 2억3000만번 등장했다.

처가의 입김이 센 중국의 가족 구도도 드러난다. 주인공인 수학 선생이 장인·장모로부터 "야망 없는 남자는 남자도 아니다"라고 꾸중 듣는 장면에 많은 중국인들이 유사한 경험을 했다며 공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영화배우 장쯔이가 은비적각락을 추천했다. [웨이보]

영화배우 장쯔이가 은비적각락을 추천했다. [웨이보]

중국 정부 '가위질' 피하려..."경찰이 멘토" 

중국 정부는 영화·드라마의 검열을 까다롭게 하기로 유명하다. '은비적각락'은 드라마 속 주요 배경을 20년 전으로 설정해 이 검열을 피해갔다.

악덕 고리대금업자나 폭력배도 현재 중국을 반영한 게 아니라는, 과거의 일이라는 식이다. '민중의 지팡이'로 경찰을 띄운 것도 검열을 무사히 넘기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드라마에서 경찰은 정의와 안정을 상징하는 모범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주요 인물 3명 중 한 명의 멘토로 경찰을 설정하기도 했다.

한국의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순수했던 과거의 장면을 넣어 향수를 자아내기도 한다.

이코노미스트는 "더위를 피하려고 높은 곳에 올라가 청량음료를 나눠 마시는 장면은 중국인들에게 어린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면서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며 침묵 속에 앉아 있는 요즘 아이들의 모습과는 다르다"고 보도했다.

드라마 속 아이들은 지붕 위에 올라가서 논다. [웨이보]

드라마 속 아이들은 지붕 위에 올라가서 논다. [웨이보]

드라마 속 대사 패러디도 인기다. 극 중에 나오는 "등산 같이 갈까요" 라는 대사는 "사실은 널 죽일 거야"라는 뜻으로 통하는 올해의 유행어가 됐다. 인터넷 댓글 중에는 '명대사 활용법'이라며 "인기 없는 상사에게 등산 가자고 했다"는 글이 올라온다.

드라마 중에 나오는 "등산 같이 갈까" 라는 대사는 "사실은 널 죽일 거야"라는 뜻으로 통하는 유행어가 됐다. [웨이보]

드라마 중에 나오는 "등산 같이 갈까" 라는 대사는 "사실은 널 죽일 거야"라는 뜻으로 통하는 유행어가 됐다. [웨이보]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원작 소설『나쁜 아이』는 베스트셀러 순위를 역주행하고 있다. 대형 서점인 닝보서점에 따르면 보통 서점에 서너권만 비치됐던 이 작품은 드라마 방영 이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인기에 힘입어 원작 소설은 3차례나 추가 인쇄를 해야 했다.

중국에서 올 여름 가장 화제가 된 드라마 '은비적각락'. 중국 사회를 잘 묘사하면서도 검열을 피한 영리한 드라마로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소개했다. [웨이보]

중국에서 올 여름 가장 화제가 된 드라마 '은비적각락'. 중국 사회를 잘 묘사하면서도 검열을 피한 영리한 드라마로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소개했다. [웨이보]

서유진 기자·김지혜 리서처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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