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단계 고급 방문세차 앱 “123조 카케어 시장이 최종 목표”

중앙일보

입력 2020.07.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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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대건(조나단 리) 인스타워시 대표가 21일 서울 효령로 자신의 회사 세차장에서 인스타워시의 세차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이대건(조나단 리) 인스타워시 대표가 21일 서울 효령로 자신의 회사 세차장에서 인스타워시의 세차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세차는 스킨케어와 비슷해요. 내 차를 '동안'으로 유지하고 싶다면, 자주 관리해야 합니다."

세차앱 ‘인스타워시’ 이대건 대표
방문세차로 ‘편리미엄’ 시장 개척
입소문 타고 5년간 주문 11만 건

지난 21일 만난 O2O(온-오프라인 중계) 세차 앱 인스타워시의 이대건(조나단 리) 대표에게 차량 관리법을 묻자, 묵직한 가방부터 꺼내 들었다. 가방 안에 든 세차 약품 통에는 큼지막한 숫자가 적혀 있었다. 세차 약품을 사용하는 순서다. 세안 후 스킨케어 제품을 차례대로 바르듯 차도 그렇게 관리해야한다는 것. 이 대표는 "인스타워시에는 46단계 세차 매뉴얼이 있다"며 "약품을 바르는 순서는 물론, 타월로 차량을 닦는 방향까지 정해 누가 세차를 하더라도 동일한 퀄리티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인스타워시는 2016년 문을 연 모바일 앱 기반 세차 플랫폼이다. 고객이 원하는 곳에서, 세차가 필요한 시간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 대표는 "세차 테크니션(기술자)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100시간 이상 집중 교육을 진행한다"며 "믿고 맡길 수 있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차별화 포인트"라고 밝혔다.

지난 5년간 인스타워시의 누적 세차 건수는 11만건. 사용자가 남긴 평균 평점이 4.9점(5점 만점)에 이를 만큼 만족도가 높다. 가격은 차량 종류에 따라 4만~7만원선. 일부 프리미엄 서비스의 경우 15만원이 넘는다. 이 대표는 "서울과 수도권 일부(인천·수원·용인·성남 등) 지역에서만 서비스하는데, 하루 평균 100~120건 정도 꾸준히 주문이 온다"며 "특히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거주하는 30~40대 수입차 오너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고 말했다.

인스타워시 세차 테크니션의 세차 장면. 전체 고객의 40%가 수입차 오너다. [인스타워시]

인스타워시 세차 테크니션의 세차 장면. 전체 고객의 40%가 수입차 오너다. [인스타워시]

인스타워시의 고급 방문세차는 '편리미엄 시장'을 겨냥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지난해 말 발간한 책 「트렌드 코리아 2020」는 '편리미엄'을 올해 주요 소비 트렌드로 꼽았다. 편리함과 프리미엄(고급)의 합성어로, 소비자가 들여야할 시간과 노력을 줄여주는 서비스라면 대가를 더 지불해도 좋다는 소비 성향이다. 구매의 기준이 가성비에서 프리미엄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 책에서 인스타워시는 편리미엄의 대표 사례로 소개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이런 경향은 두드러지고 있다. 이 대표는 "올해 월평균 매출 증가율이 20% 정도"라고 밝혔다.

인스타워시의 핵심 경쟁력은 전문성이다. 46단계 세차 메뉴얼을 지켜 세차할 수 있는 전문가를 직접 육성한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사무실 한켠에 실습장을 두고 교육한다. 이론 및 실습 교육후 자체 인증 시험(IPAA)을 통과해야 현장에 투입된다. 현재 40여 명의 세차 테크니션이 활동 중이다. 이 대표는 "창업 초기에는 내가 직접 세차를 하러 다니며 현장 경험을 쌓았다. 이후 고문으로 영입한 세차 전문가의 노하우를 더해 매뉴얼을 만들었다"며 "성공하는 O2O 서비스는 철저한 교육으로 품질 관리를 하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대건 대표는 2005년 대학 졸업 후 CJ뮤직(현 CJ E&M), 글로벌 마케팅회사 WPP(한국 총괄이사), 옐로디지털마케팅그룹(사업개발이사) 등에서 사업 전략과 M&A(인수합병)를 담당했다. 우버, 에어비앤비 등의 성공 사례를 보며 모바일 기반 O2O 플랫폼 창업을 고민했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게 세차였다. 어려서부터 차를 좋아했다는 이 대표는 "첫 직장 월급을 모아 산 차는 한 번에 4시간씩 세차할 정도로 꼼꼼히 관리했다"며 "나처럼 차를 핵심 자산이자 자기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보고 애지중지하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한 세차 서비스의 가능성을 봤다"고 밝혔다.

이대건(조나단 리) 인스타워시 대표가 21일 서울 효령로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이대건(조나단 리) 인스타워시 대표가 21일 서울 효령로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하지만 투자를 받기는 쉽지 않았다. 시장이 무르익기 전에 아이디어만 믿고 창업을 했다. 한국산업개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세차 시장은 3조2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그러나 영세업체가 난립한 탓에 세차업체와 종사자에 대한 공식 통계조차 찾기 어렵다. 이 대표는 "벤처캐피탈 40여 군데를 돌며 비전을 설명했지만 '누가 4~5만원씩이나 내고 세차를 하겠느냐'는 말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때를 기다렸다.

지난해 12월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멤버십 프로그램 세차 부문 제휴사로 선정되면서 시장의 평가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제네시스 구매 고객에게 인스타워시 이용권이 제공하는 제휴로, 5만건 이상을 확보했다. 이를 계기로 테슬라, 마세라티, 재규어랜드로버 등 완성차 브랜드와 협업을 늘리고 있다. 4월부턴 기아자동차의 차량 데이터 공유 포털 '기아 디벨로퍼스'와도 제휴하고 있다. 기아차의 차량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 기아차의 원격 문 열림(디지털 키) 기능을 활용해 방문 세차를 하고, 차량 운행 데이터를 활용해 세차 알림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 대표는 "카이스트 연구팀과 함께 차량 주행거리와 날씨 데이터 등을 결합한 세차 수요 예측 시스템과 테크니션을 효율적으로 배정하는 알고리즘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100시간 이상 교육을 받은 세차 테크니션의 꼼꼼한 서비스가 인스타워시의 차별화 포인트다. [인스타워시]

100시간 이상 교육을 받은 세차 테크니션의 꼼꼼한 서비스가 인스타워시의 차별화 포인트다. [인스타워시]

이 대표는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 주유소가 아닌 집에서 충전하며 세차하는 게 대세가 될 것"이라며 "세차 플랫폼을 바탕으로 123조원 정도 추산되는 경정비, 소모품, 타이어, 보험 등을 아우르는 카 케어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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