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말이 많다. 여당 대표를 역임한 정치인 출신답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기회만 있으면 말을 한다. SNS를 통한 온라인 공간에서도 ‘산사(山寺)에서의 고뇌하는 뒷모습’ 등 연출 사진을 양념으로 추가하면서 말을 쉼 없이 이어간다.
말이 많다 보니 귀담아들을 말을 할 때도 있다. 검찰의 문제점, 즉 무소불위의 권한이나 무리한 과잉 수사 등에 대한 지적은 원론적 차원에서 보면 ‘지당한 말씀’이다.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대목은 사실상 대화 상대방의 반론을 불허하는 일방적 발언 태도가 온당한지, 그리고 말 속에 얼마나 많은 진심이 담겨 있는지다.
첫 번째 의문은 어느 정도 해결된 듯하다. 그의 말이 줄곧 겨냥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복심(腹心)인 한동훈 검사장으로부터 농축우라늄 수준의 반론이 나오면서다. “일개 장관이 헌법상 국민의 알 권리를 포샵질하고 앉아있다” “(추 장관에게는) 무조건 권력 수사를 막겠다는 일념밖에 없다” 등 이른바 ‘사이다 발언’들은 추 장관이 “자괴감을 느꼈다”고 고백하게 할 정도의 파괴력을 발휘했다. 한 검사장의 말은 윤 총장이 가슴 속에 꾹꾹 눌러 담아 놓은 말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 의문은 어떻게 풀어야 할까. 추 장관의 ‘말 폭탄’은 과연 액면가 그대로 검찰 개혁을 위한 것일까. 역시 말이 많다 보니 드물지만, 속내를 감지할 수 있는 말도 있었다.
“(윤 총장이) 내 지시 절반을 잘라먹었다. 검찰총장이랍시고(후략)” 등 ‘명언’의 향연이 펼쳐진 바람에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그는 지난달 25일 여당 초선의원 모임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반농담조로 “여러분, 제가 법무부 장관이 안 됐다면 (여러분이) 이 자리에 있었을까요, 없었을까요. 부채의식 느끼십니까”라고 말한 것이다. 자신이 윤 총장의 손발을 잘라내 정권에 대한 수사를 막은 덕택에 여당이 총선에서 압승할 수 있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면 과도한 독해일까.
중국의 대중사학자 이중톈(易中天)은 “정치 투쟁은 근본적으로는 모두 이익을 둘러싼 투쟁이다. 이익을 다투면서 의(義)를 얘기하는 건 허풍과 거짓말이다. 이것이 바로 위선이다”라고 말했다. 법무·검찰 투쟁극을 관전하면서 팝콘 대용으로 곱씹어볼 만할듯하다.
박진석 사회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