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한ㆍ미 미사일지침 개정으로 그간 한국의 우주발사체 연구ㆍ개발(R&D)의 발목을 잡아 왔던 고체연료 로켓 개발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그간 한국은 지침에 따라 고체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미사일 엔진 역적(최대 힘)이 초당 100만 파운드로 제한됐다. 하지만 이번 지침 개정으로 우주 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이 완전히 풀렸다. 한국도 미국ㆍ일본 등 우주 선진국과 같이 고체와 액체연료를 다양하게 사용하는 고성능 우주발사체 개발이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액체연료 로켓은 효율이 높고 추력과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우주 발사체용으로 주로 사용돼 왔다. 하지만 엔진 구조가 복잡하고 무거운 데다 연료를 채운 뒤 장시간 보관할 수 없었다. 반면 고체연료는 액체연료보다 구조가 간단해 가볍고 가격이 저렴하다. 하지만 점화 이후에 추력과 속도를 조절할 수 없다. 이 같은 장ㆍ단점 때문에 액체연료 로켓은 위성ㆍ우주탐사선 발사를 위한 1, 2단용으로, 고체로켓은 군사용 미사일이나 우주발사체 최종단계용으로 주로 사용돼 왔다.
2013년 발사된 나로호는 1단에는 러시아에서 들여온 액체연료 로켓을 달고, 2단에 한ㆍ미 미사일 지침을 준수하는 소형 고체연료 로켓을 사용했다. 내년 상반기 첫 시험발사를 목표로 하는 한국형 발사체(KSLV-2) 누리호는 3단형 구조로 전체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개발 중이다. 하지만 나로호와 누리호 모두 추력이 부족해 지구 저궤도 이상 올라갈 수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30년까지 무인 달착륙선을 보낸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지만 고체로켓 개발이 없이는 어려운상황이었다. 미국 등 우주 선진국들은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주발사체 양쪽에 고체연료 로켓 부스터를 장착해 추진력을 더하고 있다. 초기 이륙 때 부스터의 고체연료로 힘을 받은 뒤, 고도에 올라가면 부스터를 떨어뜨리고 본체만 날아가는 방식이다.
현재 개발 중인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에 고체연료 부스터를 장착하면 4단 로켓으로 무게를 높일 수도 있고 더 높은 고도에 도달하는 것도 가능하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2030년 달 착륙선을 보낼 계획인데, 300㎏의 발사체를 고도 3만8000㎞까지 올려야 한다”면서 “이 경우 초당 120만파운드의 힘이 필요한데, 이번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고체연료 역적을 무한대로 늘릴 수 있게 돼 달 착륙선도 가능한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달착륙선, 우주탐사선 등 우주 운송수단을 자력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면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과 국제 협력 기회도 본격적으로 열리게 된다. 고 본부장은 “일본이 NASA와 긴밀히 협력하는 건 발사체를 보유한 덕분”이라며 “향후 달 기지나 우주정거장 건설 등 국제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 한국도 참여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