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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발사체 고체연료 제한해제, 靑 "미사일 주권 되찾았다"

중앙일보

입력

한ㆍ미 미사일지침 개정으로 우주 발사체에 대한 고체 연료 사용이 가능해졌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28일 “미사일 지침 개정에 따라 28일부터 우주 발사체에 대한 고체 연료 사용 제한이 완전히 해제됐다”며 “모든 기업과 연구소, 대한민국 국적의 모든 개인은 기존의 액체 연료뿐 아니라 고체 연료와 하이브리드형 등 다양한 형태의 발사체를 자유롭게 연구, 생산, 보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이날 오후 언론 브리핑에서 “1979년 한ㆍ미 미사일 지침을 채택한 이래 고체 연료를 사용할 수 없는 제약하에 있었다. 우리의 (미사일) 주권을 되찾아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28일 청와대에서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에 따른 우주발사체 고체연료 사용제한 해제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28일 청와대에서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에 따른 우주발사체 고체연료 사용제한 해제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기존 한ㆍ미 미사일지침은 고체 연료 우주발사체와 관련해 추진력 ’100만 파운드ㆍ초‘로 제한해왔다. 100만 파운드ㆍ초는 500㎏을 300㎞ 이상 운반할 때 필요한 단위로, 선진국의 고체연료 로켓의 10분의 1수준이었다. 발사체를 우주에 보내려면 5000만~6000만 파운드ㆍ초가 필요해 한국형 우주발사체는 액체 연료 중심으로만 개발돼왔다. 김 차장은 “우주에 쏘아 올리기 위해 필요한 양의 50분의 1, 60분의 1로 제한돼있어서 이런 제약 하에서 의미 있는 고체 연료를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며 “이러한 제약이 조속히 개정돼야 한다는 판단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국가안보실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접촉해 ’하우스 대 하우스‘로 해결하라고 지시했고, 9개월간 집중 협의 끝에 고체 연료 제한을 푸는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고체 연료는 액체 연료에 비해 구조가 간단하고, 제작비가 덜 드는 데다 상대적으로 은밀하게 발사할 수 있어 주로 군사용으로 사용된다. 김 차장은 “이번 개정은 우리 군의 감시 정찰 능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연구 개발을 가속하면 가까운 시일 내에 고체 연료 우주 발사체, 즉 저궤도 500~2000㎞ 정찰 위성을 우리 손으로 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또, “우리는 아직도 군용 정찰 위성을 한 대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등, 50조원의 국방예산에도 눈과 귀가 부족했다”며 “우리 계획대로 2020년대 중후반까지 자체 개발한 고체 위성을 다수 발사하게 되면 정부 정찰 능력은 비약적으로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수한 판독 능력을 가진 위성을 다수 보유함으로써 한반도 상공을 24시간 볼 수 있게 되면, 보다 안전하고 평화로운 한반도와 동북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간의 우주 관련 사업도 활발해질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기대다. 2040년까지 전 세계 1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견되는 우주 산업에서 한국이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획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자동차 산업 규모가 전 세계 2조 달러고, 반도체 산업은 7000억 달러 규모다. 김 차장은 “20세기 조선·자동차 산업이 그랬듯이 21세기 우주 산업은 우리를 바꿀 것”이라며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 발전을 위한 고속도로 건설했고, 김대중 대통령이 초고속 인터넷 고속도로 건설했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4차 산업을 위한 우주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고체연료를 사용한 민간용 우주 발사체의 개발 및 생산이 자유로워질 전망이다.   사진은 액체 1단 로켓을 이용해 2009년 8월 25일 발사됐던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가 나로 우주센터에서 발사되는 모습. [연합뉴스]

이번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고체연료를 사용한 민간용 우주 발사체의 개발 및 생산이 자유로워질 전망이다. 사진은 액체 1단 로켓을 이용해 2009년 8월 25일 발사됐던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가 나로 우주센터에서 발사되는 모습. [연합뉴스]

협상 과정과 관련해 김 차장은 “지난해 중순, 미 국무부 비확산 측과 외교부 간에 더 이상 논의가 진행 안 된다는 보고서가 올라왔다”며 “’내가 맡겠다‘고 했고, 탑다운 형태로 협상을 하며 6차례 직접 전화하고,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와도 만나서 지속적으로 협상했다”고 말했다. 이달 초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한국에 왔을 때 “한ㆍ미 관계를 업그레이드하고 더 강화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내비쳤고, 그 틀에서 미사일 지침 개정도 이뤄졌다고 한다.

1979년 한ㆍ미 미사일지침이 만들어진 이래 이번이 네 번째 개정이다. 앞서 2017년 9월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화회담으로 500㎏였던 탄두 중량 제한을 해제하는 내용의 3차 개정을 했다. 김 차장은 800㎞로 묶여 있는 탄도미사일 사거리에 대해서도 “800㎞ 사거리 제한은 일단 유지된다”며 “이번에는 우주발사체 고체연료 사용제한 해제가 더 급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800㎞ 사거리 제한을 푸는 문제는 결국 ‘머지않아, 때가 되면(in due time)’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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