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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폭증하는 택배 물량에…CJ대한통운, ‘물량축소 요청제’ 도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택배 물량이 폭증하는 가운데, 택배기사의 선택권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와 집배점 간 표준계약서에 ‘물량축소 요청제’ 조항을 반영하기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그동안 택배기사는 배송 시간을 줄이려면 집배점과 구두로 협의했지만, 앞으로는 이를 집배점에 정식 요청해 협의할 수 있도록 명문화한다는 것이다.

물량축소 요청제에 따라 택배기사가 집배점에 배송물량 축소를 요청하면 집배점은 인접 구역 등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택배기사와 협의하게 된다. 택배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어 택배 기사가 물량 축소를 요청하지 않을 경우 개인당 배송물량이 계속 늘어나게 된다. 감당해야 할 물량이 늘면 그만큼 노동 시간도 증가한다.

배송시간을 줄이고 싶으면 물량 축소를 요청하면 된다. 하지만 이는 수입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일이 많아지더라도 더 많은 수입을 얻으려면 현 상황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일을 더 많이 하고 돈을 더 벌 것인지, 수입은 줄더라도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것인지를 택하라는 것이다.

제3의 선택지도 있다. 가족과 함께 일하거나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배송물량은 유지하면서 작업시간을 줄일 수 있다. 실제 CJ대한통운 택배기사의 20%가량은 가족과 함께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택배 물량은 보통 화요일에 정점을 찍은 뒤 갈수록 떨어지다 월요일 최저를 기록한다. 이 때문에 물량이 많은 화·수요일만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경우도 많다.

CJ대한통운 택배. [사진 CJ대한통운]

CJ대한통운 택배. [사진 CJ대한통운]

최근 택배시장이 커지면서 택배기사 배송 효율성은 개선되고 있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택배기사의 작업 강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배송구역은 작아지고, 개인당 배송물량과 수입은 늘었다. 더 작은 구역에서 더 많은 물량을 배송하면서 단위 구역당 수입은 증가했다. 지난해 CJ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의 월 평균수입은 전년 대비 3.3% 증가한 597만원(연 7166만원)으로 집계됐다. 집배점 수수료와 운영비, 소득세, 유류비, 식대 등 각종 비용을 제외한 순수입은 월 449만원(연 5387만원)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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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관계자는 “주 52시간 이내에서 정해진 급여만 받고 일하는 일반적인 근로자와 달리 수입과 배송물량을 연동할 수 있는 개인 사업자의 특성이 반영된 제도”라며 “현장에서만 존재하던 관행을 표준계약서에 도입해 택배기사에게는 절차에 따라 배송물량 축소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집배점장에게는 안정적인 경영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 건강관리 개선에도 나선다. 현재 1년에 한 번씩 종합건강검진을 진행하는데 이를 고도화하고 상시점검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현장실사를 통해 택배기사의 작업시장과 환경을 점검하고 연말까지 보완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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