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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해외매장으로 서울 택한 JW 앤더슨, "온라인 잘 돼도 오프라인 매장은 대체 못 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늘날 가장 진보적인 디자이너 중 한 명."

지난 7월 23일 줌과 마이크로소프트 팀 도구를 사용해 영국 런던에 있는 패션 디자이너 조나단 앤더슨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윤경희 기자

지난 7월 23일 줌과 마이크로소프트 팀 도구를 사용해 영국 런던에 있는 패션 디자이너 조나단 앤더슨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윤경희 기자

뉴욕타임스가 영국인 패션 디자이너 조나단 앤더슨을 두고 한 말이다. 앤더슨은 지금 세계 패션업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스타 디자이너'다. 대학 졸업 3년 만에 자신의 이름을 딴 패션 브랜드 'JW앤더슨'을 만들며 단번에 유명해졌고, 그의 기발하고 독특한 디자인에 비평가들은 열광했다. 영국 패션협회는 신진 디자이너 지원 프로그램 '뉴젠(Newgen)' 후원을 2회 연속 수여했고, 그의 가능성을 알아본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 그룹은 JW앤더슨의 지분을 사는 동시에 그를 그룹 소속 브랜드 중 하나인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했다. 국내에선 다섯 번에 걸친 '유니클로'와의 협업으로도 유명하다.

영국 디자이너 조나단 앤더슨. 사진 JW 앤더슨

영국 디자이너 조나단 앤더슨. 사진 JW 앤더슨

그런 그가 지난달 말 자신의 디자인 DNA가 가장 잘 녹아 있는 브랜드 JW앤더슨의 오프라인 매장을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에 열었다. 올해 3월 오픈한 런던 플래그십 매장 이후 두 번째 매장이자, 첫 번째 해외 매장이다. 세계 패션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는 그는 왜 서울을 택했을까. 런던에 있는 그와 줌(ZOOM), 마이크로소프트 팀(TEAM) 채널로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영국 스타 디자이너 조나단 앤더슨의 전언 #"서울 택한 이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은 없나.

"처음엔 많이 당황했고 힘들었는데, 지금은 차분히 잘 극복하며 오히려 디자인과 브랜드 방향성에 집중할 수 있는 좋은 시기로 여기고 있다. 밖에 못 나가니 새로운 아이디어 구상하기에 좋다.(웃음) 덕분에 최근 남성복 2021년 봄 시즌 컬렉션과 리조트 컬렉션을 무사히 발표했다. 이젠 화상으로 회의하고 마네킹 피팅을 하는 데 꽤 익숙해졌다. 팀원들 대부분은 정상 출근을 시작했고, 온라인 판매도 어느 때보다 좋은 상황이다."

올해 3월 오픈한 영국 런던 소호의 'JW앤더슨' 매장. 사진 JW앤더슨

올해 3월 오픈한 영국 런던 소호의 'JW앤더슨' 매장. 사진 JW앤더슨

브랜드 설립 10년 만에 올해 잇따라 매장 2개를 열었다.

"지난 10년 동안 한 번도 매장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 올해는 생각이 달라졌다. 매장이 필요하단 생각이 처음 들었고, 곧바로 런던 소호에 첫 매장을 열고, 두 번째로 한국 매장을 생각했다."

-코로나19로 온라인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이런 때 굳이 매장을 낸 이유는.=
"온라인 채널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오프라인 매장은 패션 사업에서 여전히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는 고객이 직접 옷을 보고 만져보는 경험을 통해 브랜드에 좀 더 몰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이건 온라인이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다."

첫 해외 매장으로 서울을 택한 이유는.

"한국은 내게 아주 특별하다. 한국에서 온라인 판매로 큰 성공을 거뒀고, JW앤더슨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워 중에도 한국 사람이 많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받은 예술적 감동의 영향이 크다. 서울의 풍물시장과 갤러리에서 '달항아리'를 보고 받은 큰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또 윤형근 작가의 단색화는 세상을 보는 눈을 바꿔놓았다."

앤더슨은 지난 2017년 말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격으로 한국을 찾았다. 당시 그는 서울 시내 풍물시장과 여러 갤러리를 돌며 달항아리 20여 점을 직접 구매했고, 세계 각지의 로에베 매장을 꾸몄다. '한국에 오면 다시 가보고 싶은 장소'를 묻는 질문에도 주저 없이 "풍물시장"이라고 답한 그는 당시 시장에서 산 고가구를 런던으로 가져가 침실 테이블로 사용하는 등 한국 공예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2018년 전 세계 '로에베' 매장 쇼윈도를 장식했던 달항아리. 디자이너 앤더슨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한 20개의 달항아리를 사용했다. 중앙포토

2018년 전 세계 '로에베' 매장 쇼윈도를 장식했던 달항아리. 디자이너 앤더슨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한 20개의 달항아리를 사용했다. 중앙포토

지난 6월 말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에 문을 연 JW앤더슨 매장. JW앤더슨의 첫 해외 매장이다. 사진 JW앤더슨

지난 6월 말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에 문을 연 JW앤더슨 매장. JW앤더슨의 첫 해외 매장이다. 사진 JW앤더슨

이름 이니셜 로고(JW)를 사용한 가방(왼쪽)과 올해 가을 시즌 컬렉션 의상. 사진 JW앤더슨

이름 이니셜 로고(JW)를 사용한 가방(왼쪽)과 올해 가을 시즌 컬렉션 의상. 사진 JW앤더슨

-JW앤더슨과 로에베 디자인을 총괄하고, 또 여러 브랜드와 협업까지 한다.=
"주로 파리에서 로에베 업무로 한 주를 시작하고, 주의 마지막은 런던에서 JW앤더슨 일을 하며 보낸다. 나는 한 명이지만 JW앤더슨과 로에베에 각각 별도의 팀이 있다. 나는 꽤 열심히 일하는 편이고(웃음), 팀원들도 놀랍도록 조직적이고 유기적으로 일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다."

JW앤더슨의 2020 가을겨울 컬렉션. 사진 JW앤더슨

JW앤더슨의 2020 가을겨울 컬렉션. 사진 JW앤더슨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의 수장으로 영국 디자이너들이 대거 발탁되고 있다.

"영국 디자이너들은 빠른 시장 변화 대응력과 키치한(하위 문화를 잘 이해하는) 특성을 갖고 있는데 바로 이 점이 빅 브랜드들이 원하는 방향성과 일치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 클래식에 집중·유지해온 럭셔리 브랜드들이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기 위해 키치한 요소들이 필요한 시점이라 판단했고, 영국 디자이너를 좋은 파트너로 꼽고 있다."

올여름과 가을, 멋진 스타일을 위해 추천하는 패션 아이템은.

"체인 장식이 달린 로퍼(끈 없는 구두)와 비대칭 드레스를 추천한다. 양쪽 디자인이 다른 비대칭 드레스는 세련된 느낌을, 체인 로퍼는 어떤 옷에 매치해도 레트로와 키치한 분위기를 더해줄 것이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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