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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종부세 아끼려고 이혼해 재산 나눴다면 증여세는?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성우의 그럴 法한 이야기(14)

A(여)는 B(남)와 혼인신고를 한 후 약 30년간 혼인생활을 했다. 혼인 당시 B에게는 전처와 사이에서 낳은 5명의 자녀가 있었고, A와 B 사이에는 자녀가 없었다. A는 장차 예상되는 전처 자녀들과의 상속재산 분쟁을 피하기 위하여 당시 만 82세인 B를 상대로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소송에서 ‘A 와 B는 이혼하되, B가 A에게 재산분할로 현금 10억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조정이 성립되었고, 그에 따라 현금지급 등이 모두 이루어졌다. A는 이혼 후에도 B가 사망할 때까지 B의 수발을 들고 재산을 관리하면서 B와 함께 종전과 같은 주소지에서 동거하였다. B는 이혼한지 약 7개월 후 예전부터 앓고 있던 암으로 사망하였다.

과세관청은 A와 B의 이혼이 외형만을 갖춘 위장이혼으로서 무효이고, 재산을 이전한 것은 명목상 재산분할이라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증여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A에게 증여세를 부과하였다. A는 그 과세처분이 위법하다고 하면서 취소해 줄 것을 청구하였다. A의 청구는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먼저, A와 B의 이혼에는 문제가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 무언가 다른 목적을 가지고 부부관계를 서류상으로 정리하되 실제로는 계속 함께 살 생각으로 이혼하는 것이 효력이 있는지도 쟁점이다.

과세관청은 A와 B의 이혼이 외형만을 갖춘 위장이혼으로서 무효이고, 재산을 이전한 것은 명목상 재산분할이라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증여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A에게 증여세를 부과하였다. [사진 pixabay]

과세관청은 A와 B의 이혼이 외형만을 갖춘 위장이혼으로서 무효이고, 재산을 이전한 것은 명목상 재산분할이라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증여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A에게 증여세를 부과하였다. [사진 pixabay]

이혼은 혼인신고를 한 부부가 법률상 혼인관계를 해소하는 것을 말한다. 이혼을 할 것인지에 대해 부부 사이에 서로 협의가 되면 판사 앞에서 ‘이혼 의사’를 확인하는 ‘협의이혼’ 절차를 밟으면 된다. 서로 다툼이 있어 재판절차를 통해 이혼 여부나 조건을 정하는 ‘재판상 이혼’에 있어서도, 결국에는 합의가 이루어져 ‘조정’이나 ‘화해’로 끝나는 경우 협의이혼과 다를 바 없다.

협의이혼에 필요한 부부 쌍방의 ‘이혼의사’에는 다음의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첫번째는 이혼 신고를 함으로써 가족관계등록부(옛 호적)를 형식적으로 정리하고 법률상 배우자라는 관계를 끝내려는 생각이다. 두번째는 호적 정리에서 더 나아가 실제로 혼인생활의 실체를 해소하겠다는 생각, 즉 동거, 부양, 충실의무를 부담하는 정서적·경제적 공동생활을 해체하는 것까지 하겠다는 의사이다.

협의 이혼에 필요한 이혼 의사에 대해 우리 법원은 첫번째 생각만으로 충분하다고 한다. 즉 이혼 신고를 함으로써 법률상 부부관계를 끝내고자 하는 부부 사이의 합의가 있다면 그 이혼에 다른 목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혼의 효력은 인정된다는 것이다.
A와 B의 경우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장차 B 가 사망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상속재산분쟁을 회피하기 위해 A와 B 가 서로 미리 의견을 조율함으로써 B 의 사망이 임박한 시점에 이혼을 한 것으로 의심될 뿐 아니라, 이혼 후에도 A가 B와 동거하면서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였다고 하더라도 형식적으로 혼인관계를 끝내고자 하는 의사가 있는 이상 이같은 사정만으로는 A와 B의 이혼을 무효로 하는 가장이혼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최근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부부 사이의 이혼을 고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을 선택함으로써 절세 효과를 누리려는 것이다. [사진 pexels]

최근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부부 사이의 이혼을 고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을 선택함으로써 절세 효과를 누리려는 것이다. [사진 pexels]

최근에는 다주택 소유자를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부부 사이의 이혼을 고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보유세인 종합부동산세는 물론이고 양도소득세와 취득세까지 모두 증세되자 세금을 더 내느니 자식과 배우자에게 증여하겠다는 것이다. 그 중 배우자에 대한 증여는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을 선택함으로써 절세 효과를 누리려는 것이다.

법률상 부부 중 한쪽이 다른 쪽 배우자에게 재산을 무상으로 이전했다면, 배우자공제가 있기는 하지만 원칙적으로 증여세가 부과된다. 그러면 부부가 이혼을 하면서 재산분할 또는 위자료로 이전한 재산에 대해서는 증여세와 같은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것일까?

우리 법원은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은 부부가 혼인 중에 취득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을 청산·분배하는 것으로서 재산의 무상 이전, 즉 증여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고 한다. 참고로 이혼에 따른 위자료에도 증여세는 부과되지 않고, 양도소득세 역시 재산분할이나 위자료 두 경우 모두 부과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위자료의 경우 원래 지급하기로 되어 있던 금전 대신에 부동산으로 대물변제한 경우 양도소득세가 부과될 수 있다.

그렇다면 장차 있을 상속분쟁을 피하기 위해 이혼을 한 A와 B의 경우나 최근 세금을 아끼려고 이혼하는 다주택자의 경우에도 재산분할로 이전한 재산에 대해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을까?

이혼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이혼이 가장이혼에 해당해 무효라면 재산분할 명목으로 이전한 재산에 대하여 증여세 등이 부과된다. 또한 이혼 자체가 무효로 판단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재산분할이 적정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상속세나 증여세와 같은 조세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경우 적정한 부분을 초과하는 부분은 증여세 과세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법원의 태도이다.

이혼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이혼이 가장이혼에 해당해 무효라면 재산분할 명목으로 이전한 재산에 대하여 증여세 등이 부과된다. [사진 pxhere]

이혼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이혼이 가장이혼에 해당해 무효라면 재산분할 명목으로 이전한 재산에 대하여 증여세 등이 부과된다. [사진 pxhere]

다만 A와 B의 경우 그 이혼이 가장이혼에 해당하지 않아 유효할 뿐 아니라, 둘 사이의 재산분할이 적정한 정도를 넘거나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것만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례에서의 결론만 보자면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이혼을 수단으로 삼는 것이 허용되는 것 같기도 하고, 잘 하면 꽤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아무리 눈앞의 이득이 중요하고 가족과 부부의 의미가 예전과 같지 않다고 하더라도 위장이혼을 섣불리 택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있다. 둘 사이의 이혼이 법률적으로 무효로 판단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재산분할의 다과나 숨은 목적 등에 따라 과세가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절세를 위해 서류상으로만 이혼을 해두자는 배우자의 제안을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가 재산만 넘기고 진짜 이혼을 당한 사람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면하기 위해서나, 영주권 취득 또는 자녀의 대학입시전형에 활용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위장이혼에 있어서도 같다.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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