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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깎인 회사 수두룩한데···“성과급 깎였다” 술렁이는 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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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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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에서 과장급으로 일하는 A씨에게 반기별 성과급은 ‘때마다 나오는 돈’으로 받아들여진다. A씨는 “10년 넘게 이 회사를 다녔는데 내 기억에 성과급이 안 나온 적은 없었다”며 “이번엔 ‘얼마가 나올지’가 궁금할 뿐 ‘나올까, 안나올까’를 걱정해본 적은 없다.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딥톡29] 코로나19에 실적 따라 성과급도 양극화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성과급으로 월 기본급의 최대 100%를 직원들에게 지급했다. 이번 성과급의 회사 공식 이름은 ‘목표달성 장려금(TAI)’이다. 입금 날짜는 지난 8일이었다.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 등은 100%를 받았고, 소비자가전 부문은 75%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세계 경제 침체에도 시장의 기대를 웃도는 2분기 영업이익 8조1000억원의 실적(잠정)을 낸 데 따른 보상이다. A씨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큰 이익을 내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데 대해 보람을 느끼고 고맙게 생각한다”면서도 “기본급 수준의 돈이 한 번 더 나오는 것 덕분에 우리 가족 생활이 바뀔 정도는 아니어서 큰 감흥이 있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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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사 직원만 웃었다

SK하이닉스도 ‘생산성 격려금’으로 월 기본급 100%를 이달 초 직원들에게 지급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화상회의, 게임 같은 비대면(언택트) 활동이 활성화되면서, 그에 따른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1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5% 늘었다.

다른 산업군 직장인들은 사정이 다르다. 신세계는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올해 상반기 성과급이 최대 70% 정도 깎였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쇼핑 매출 타격을 입은 영향이다. 신세계 직원 B 씨는“회사에서 나오는 돈이 줄면 그만큼 직원들이 술렁이는 게 현실”이라면서도 “그 반대로 ‘그래도 성과급 나온 게 어디냐’는 반응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B 씨는 “다른 회사에 비해선 훨씬 사정이 낫다는 데서 위안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코로나19 때문에 유통 업계에서 큰 타격을 받는 면세점 업계는 근무시간을 줄이면서 급여도 함께 내렸다. 롯데면세점의 ‘주 3일 근무제’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의 한 직원은 “급여가 줄어든 데 따른 불만이 익명 게시판에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회사 측은 “노조와 합의해 급여는 상여금을 건드리지 않는 수준에서 직원간 약간의 차이만 두고 있다”며 “최근 설문을 통해 80% 넘는 직원들이 현 근무제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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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 누리던 정유사, 이번엔 울상 

상반기 2조원대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진 SK이노베이션 등 정유회사 직원들도 성과급은 남의 일이다. 2018년 초 한 달 기본급의 950~1100%의 성과급을 받던 '호시절'과는 다른 상황이 됐다.

‘실적 선방’이라는 평가를 받는 현대자동차도 올해 연말 성과급 전망이 어둡다는 말이 나온다. 현대차의 2분기 영업이익은 5903억원으로 1년 전보다 52.3% 줄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성과급은 연말 노사 임금 협상에 따라 결정되는데,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어서 사 측은 성과급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현대차 노조는 24일 기본급 인상(12만304원)과 함께 2019년분 당기순익(3조2650억원)의 30%에 해당하는 돈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내용의 임금 요구안을 확정한 상태다.

상당수가 무급 휴직을 하고 있는 항공사 직원에겐 성과급은 '남의 일'이다. 오히려 고용 불안까지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 속에서 직원들을 다독이는 건 기업의 또 다른 숙제가 됐다. 양혁승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일시적인 위기로 찾아온 경영위기 때문에 성과급이 줄었다면 직원들의 동요도 크진 않겠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구성원들의 업무 몰입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이런 위기 속에서도 고용 안정성 만큼은 꼭 지켜내겠다는 회사의 의지를 직원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조직관리 시스템을 개선해둔다면 회복기가 왔을 때 또 다른 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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