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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올려놓고 與는 "서울 천박"···수도이전 개헌론 후폭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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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수도권 부동산 가격 급등 논란이 정부와 여권이 꺼내 든 ‘행정수도 이전’ 카드로 가열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행정수도 이전이 언급되자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가리려 한다며 반발이 커지는 모양새다.

포털선 문 정부 비판 문장 상위권 #주말 도심선 신발 투척 퍼포먼스 #이해찬 “서울은 천박”에 논란 증폭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에 반발하는 시민들이 25일 저녁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린 '부동산 규제정책 반대, 조세저항 촛불집회’에서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에 반발하는 시민들이 25일 저녁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린 '부동산 규제정책 반대, 조세저항 촛불집회’에서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26일 온라인에서는 '나라가 니꺼냐'는 문장이 포털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행정 수도 이전 방안을 동시에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포털사이트에서는 지난 17일 ‘3040 문재인에 속았다’가 실검 1위를 기록한 이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실검 챌린지’가 계속되고 있다. 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선 지난 22일부터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한다”며 “딱봐도 부동산 정책이 망가진 걸 수도 이전으로 가리는 격이다"라는 내용의 청원이 게시됐다. 해당 청원에는 26일 오후 2000명이 동의했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회가 통째로 세종시로 내려가야 한다. 청와대와 (서울에 남아 있는) 정부 부처도 모두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김 원내대표는 당시 “행정수도를 통해 서울·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의 발언은 문재인 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과 7·10 보완 대책에 쏟아진 불만을 피하기 위한 국면 전환용이라는 비판을 샀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2개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집값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전세 시장마저 들썩이자 행정수도 이전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것이다.

서울 도심에서는 지난 25일 오후 7시 시민 1000여명이 모여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규탄하는 촛불 집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LED 촛불을 들고 “(정부가) 장기적인 부동산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사회자가 “촛불로 대통령에게 뜻을 전하자”고 하자 이들은 촛불을 들어 올리면 “문재인 내려와”라고 외쳤다. 참석자들은 “정부가 올려 놓은 집값에 다주택자는 물론 실수요자들도 징벌적 세금 폭탄을 물게 됐다”고도 비판했다.

이날 집회에는 지난 16일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신발을 던져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정창옥씨가 참석했다. 정씨와 집회 참가자 대표들은 무대 한 편에 놓인 ‘문재인 대통령 자리’라는 이름표가 붙은 의자를 향해 각자 자신의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대구 경북 제주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김태년 원내대표.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대구 경북 제주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김태년 원내대표. 오종택 기자

여기에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서울을 ‘천박한 도시’로 언급한 게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이 대표는 지난 24일 세종시청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우리는 한강 변에 아파트만 들어서 가지고 단가 얼마 얼마라고 하는데, 이런 천박한 도시를 만들면 안 된다”고 말했다. 7선 의원 출신인 이 대표는 19ㆍ20대 국회(세종시)를 제외하곤, 서울 관악을에서 13~17대에 5선을 했다.

이 대표는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부산을 방문해서는 “부산에 올 때마다 도시가 왜 이렇게 초라할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야당은 당장 서울을 폄훼하는 발언이라며 반발했다.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에서 “졸지에 대한민국의 수도와 제2 도시가 천박하고 초라한 도시가 됐다”며 “정작 지금 부산과 서울을 부끄럽게 만든 건 오거돈, 고 박원순 두 민주당 단체장의 성추행 추문”이라고 비판했다.

위문희·편광현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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