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최연소 여성 국회의원인 류호정(28) 정의당 의원은 “나도 성희롱 피해자였다”며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조문을 거부한 이유는)박 전 시장의 피해자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또 다른 피해자분들의 마음을 떠올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론 어긴 정의당 최연소 의원 #“박원순 피해자 생각해 조문 거부” #비동의 강간죄 가해자 처벌 쉽게 #이달 중 1호법안으로 발의 준비
류 의원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박 전 시장 빈소에 “조문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을 고소한 피해자가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유를 댔다. 이후 류 의원은 박 전 시장 지지자들의 공격을 받았다. 민주당 지지층은 물론 정의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잇따랐다. 류 의원과 인터뷰했다.
- 박 전 시장 사망 하루도 지나지 않아 “조문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 “이미 권력을 많이 가진 이들이 추모하고 있었다. 동시에 2차 가해가 시작되고 있었다. 피해자에게 굉장한 위력으로 다가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다른 피해자분들이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면서 고통스러워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한시라도 빨리 연대의 메시지를 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 과거 직장에 다닐 때 성희롱 피해를 겪었다고 들었다.
- “그런 일이 있었을 때 사회 초년생이었고, ‘이것도 사회생활인가’ 하면서 넘겼다. 그렇게 잊고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나보다 늦게 입사한 후배가 성희롱 피해를 겪고 ‘회사에 신고했다, 증언을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때 너무 미안했다. 그런 경험을 했다는 것 때문이 아니라, 내가 침묵했기에 다음 사람들이 또 겪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도 사실 비슷한 생각을 갖고 행동을 한 것이다.”
- 조문 거부 글로 정의당 당원 탈당이 1000명 이상 이어졌다.
-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의도가 어쨌든 간에 당내 갈등을 야기하게 됐기 때문에, 당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갈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저도 노력하고 있다.”
- 준비 중인 1호 법안은.
- “비동의 강간죄다. 이번 달 안에 발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실 현행 강간죄를 보면 가해자에게 조금 유리하게 적용되는 것이 있다. 예를 들면 폭행과 협박에 대해 현저하게 저항이 불가능해야 한다고 해 많은 부분에서 피해자가 피해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동의 여부로 하는 것을 추가할 생각이다. 최대한 법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다.”
-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에 취업 준비생들이 분노했다.
- “마음이 아팠다. ‘을(乙)’들의 싸움을 부추겼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맥락이 있는 사안이다. 보안·소방 등 생명과 안전을 담당하시는 분들이 파견업체나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보니 생명과 안전 관련한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어서 정규직화를 한 것이다.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는 사이에 그 맥락은 잊히고 갑자기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겠다고 딱 발표가 되니깐, 박탈감을 느끼는 분들이 계시고, 그 박탈감을 활용해서 장사하는 사람이 생겼다. 그런 것을 보면서 화가 났다.”
류 의원은 이 대목에서 책상을 손으로 내리치며 말했다. 그러면서 “김수영 시인의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와 비슷한 상황이었다”라고도 했다. “을끼리 싸울 게 아니라 더 위에 미소 짓고 있는 자본과 기업을 향해서 이야기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오현석·김홍범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