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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1명당 800원"…학생회 추석선물 받은 교수들 징계는 부당

중앙일보

입력

전남대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대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학과 학생회로부터 1인당 5만원 상당의 명절 선물을 받은 교수들이 일명 '김영란법 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해당 학과 학생회는 교수들에게 매년 추석 선물을 하는 관행이 있었고, 학생 1명당 800원가량의 회비로 구입한 선물 액수로 볼 때 학생들이 교수들에게 혜택을 기대했다고는 보기 힘들다"는 판단이다.

전남대 교수 4명, 견책처분 취소소송 승소 #교육부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징계 사유" #광주지법 "학생회, 매년 추석 선물 관행도" #"혜택 기대했다고 보기어려워" 원고 승소

 광주지법 행정2부(부장 이기리)는 26일 "A씨 등 전남대 교수 4명이 전남대 총장을 상대로 낸 견책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학 측이 A씨 등에게 내린 견책처분을 취소하라"고 주문했다.

 전남대에 따르면 A씨 등은 2017년 9월 추석을 앞두고 학과 학생회로부터 각각 5만원 상당의 버섯 선물 세트를 1개씩 받았다. 교육부는 2018년 1월 22일~24일 '전남대 스승의 날 및 추석 명절 금품수수 의혹' 관련 감사에서 이 사실을 확인했다. 교육부는 부정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같은 해 3월 대학 측에 "A씨 등을 경징계 처분하고 위반 사실을 과태료 관할 법원에 통보할 것"을 요구했다.

 대학 징계위원회는 A씨 등에 대한 징계는 법원의 과태료 재판 이후 심의하기로 하고, 광주지법에 해당 교수들의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사실을 통보했다. 광주지법은 지난해 4월 A씨 등에게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결정했고, 대학 징계위는 이를 토대로 지난해 5월 A씨 등에 대한 징계 의결 요구를 반려했다.

 하지만 대학 측은 "반려 의결 형식과 사유가 적합하지 않다"며 다시 징계를 의결해 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대학 징계위는 지난해 6월 "A씨 등이 부정청탁금지법을 어겨 성실·청렴·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견책 처분을 의결했고, 대학 측은 이 의결에 따라 지난해 7월 견책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 등은 "명절 선물이 원활한 직무 수행이나 사교 목적 선물, 사회 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에 해당하고 직무 관련성이 없어 부정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 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며 견책처분 취소 소송으로 맞섰다. 아울러 "대학 측이 (징계 의결 요구) 반려 절차에 하자가 없는데도 교육부로부터 입학 정원 5% 모집 정지를 당할 것을 염려해 징계 의결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교수들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해당 학과 학생회는 예전부터 매년 학과 교수들에게 추석 선물 비용을 책정했고, 이 예산을 통해 추석 선물을 하는 관행이 있었다"며 "개강 총회에서 선물 예산에 대한 학생들의 승인을 얻었고, A씨 등은 이 같은 관행에 따라 선물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학생회장이나 학과 학생들이 원고(교수)들로부터 어떤 혜택을 받을 것을 기대하고 전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그러면서 "금액적으로 보더라도 교수들은 학생 1명으로부터 약 800원 상당의 선물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어 사회적 비난 가능성도 크다고 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광주광역시=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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