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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文 "퍼펙트 퍼펙트" 외쳤던 '미키루크' 이상호의 추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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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 [사진 페이스북 캡처]

이상호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 [사진 페이스북 캡처]

‘노사모’를 주도했던 전설의 ‘미키 루크’는 이대로 추락하는 걸까.

이상호(55)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사하을 지역위원장이 지난 23일 라임자산운용의 배후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8000여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로 구속됐다. 고졸 학력으로 30대에 양말 위탁제조업을 시작한 이 위원장은 2001년 4월부터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활동을 하면서 현 여권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엔 노사모 인터넷 사이트 아이디(ID)인 ‘미키루크’로 활동했고, 이후 ‘미키루크’ ‘미키’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 출범식을 마친 뒤 노사모 회원들과 함께 "국민통합"을 외치고 있다. 노 대통령 오른쪽이 이상호씨. [중앙포토]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 출범식을 마친 뒤 노사모 회원들과 함께 "국민통합"을 외치고 있다. 노 대통령 오른쪽이 이상호씨. [중앙포토]

이 위원장은 2002년 16대 대선을 앞두고 노사모 부산지부 대표이자 노사모 국민경선대책위원장을 맡으면서 인터넷 기반의 노사모를 ‘사회 현상’으로 키웠다. 오프라인에서 노사모 회원임을 입증하기 위한 노란 손수건, 가무(歌舞)를 동반한 경선 유세, 지지자들의 자발적 선거자금 모금운동 ‘희망돼지 저금통’ 등이 그의 아이디어였다. 이 위원장은 당시 노사모 사이에서 ‘전설’ ‘조직의 귀재’ ‘선동의 달인’으로 통했다. 그 역시 2005년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선동가란 표현을 부인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출범 뒤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2004년 초 노무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는 여의도 앞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했다. 그는 2005년 양말 사업을 자신의 동생에게 맡기곤 정청래 의원 등과 함께 국민참여연대(국참연)를 이끌었다. 국참연은 노사모를 정치세력화한 모임이었다. 당시엔 열린우리당 초대 당 의장이었던 정동영(DY) 의원 계열로 분류됐다. 민주당 안에서는 열린우리당 시절 이 위원장을 DY의 측근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조직은 이 위원장이, 메시지는 김갑수 전 열린우리당 부대변인이 핵심이었다. 두 사람은 노사모 부산지부에서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다. 이 위원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김 전 부대변인을 “20년 지기”라고 표현한 이유다. 이 위원장이 ‘김봉현 전 회장을 소개해 준 인물’로 지목한 이도 김 전 부대변인이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 캠프 홍보기획단장 시절 이상호씨. [중앙포토]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 캠프 홍보기획단장 시절 이상호씨. [중앙포토]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2007년 1월 21일 오후 백범기념관에서 팬클럽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정통들)' 출범식 행사에 참석해 지지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뒷줄에서 박수를 치고 있는 이가 이재명 당시 정통들 공동대표(현 경기지사)다. 오종택 기자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2007년 1월 21일 오후 백범기념관에서 팬클럽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정통들)' 출범식 행사에 참석해 지지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뒷줄에서 박수를 치고 있는 이가 이재명 당시 정통들 공동대표(현 경기지사)다. 오종택 기자

이 위원장은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경선 국면에서는 DY의 지지자 모임인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정통들)을 만들었다. 이 위원장이 이때 영입한 인물이 이재명 경기지사다. ‘이변(이재명 변호사)’이라는 아이디로 활동한 이 지사는 정통들 공동대표를 거쳐 정동영 후보 비서실 부실장을 지냈다. 이후 이 위원장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 선거에 출마한 2010년 6·2 지방선거 때 그를 도왔다. 그와 함께 선거를 도운 노사모 출신 인사들이 실제 성남시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2007년 17대 대선 패배 뒤에도 DY 옆엔 이 위원장이 있었다. DY가 2009년 4·29 재·보궐선거 공천 탈락에 불복해 무소속으로 전주덕진에 출마할 때도 이 위원장은 DY의 선거캠프에서 일했다. 이 위원장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성남수정에 출마하려고 했지만, 공천 과정에서 전직 의원이던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밀렸다. 이후 그는 법륜스님의 ‘정토회’ 활동에 전념했다.

2015년 4월 5일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왼쪽)와 정동영 전 의원이 부활절 미사가 열린 서울 관악구 서원동 성당에서 마주쳤다. 정 전 의원은 국민모임 소속으로 4·29재·보선 관악을 지역에 출마해 낙선했다. [중앙포토]

2015년 4월 5일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왼쪽)와 정동영 전 의원이 부활절 미사가 열린 서울 관악구 서원동 성당에서 마주쳤다. 정 전 의원은 국민모임 소속으로 4·29재·보선 관악을 지역에 출마해 낙선했다. [중앙포토]

이 위원장이 DY와 서서히 멀어진 건 2015년부터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시절이다. 당 상임고문이던 DY는 그해 1월 당내 노선 차이로 탈당했다. 이후 4·29 재·보선에 무소속(서울 관악을)으로 출마해 낙선한 뒤 고향인 전북 순창에 칩거했다.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둔 문 대표는 2015년 말 순창을 찾아 DY와 ‘막걸리 회동’을 갖고 복당을 권유했다. 당시 회동을 물밑에서 조율할 때 DY측 실무자가 이 위원장이었다. 하지만 DY는 문재인 대신 안철수(국민의당)를 택했고, 국민의당 후보로 전주병에 출마해 당선됐다.

2016년부터 이 위원장은 ‘친문’ 행보를 보인다. 20대 총선에선 부산·경남(PK) 지역 민주당 후보들의 선거 기획을 맡아 승리를 견인했다. 그는 지난 1월 언론 인터뷰에서 “총선 결과가 나오자 문재인 대통령(당시는 전 대표)이 전화로 ‘미키씨, 미키씨, 퍼펙트, 퍼펙트’라고 칭찬해줬다”고 말했다. 2017년 19대 대선을 앞두고도 옛 동료인 이재명 지사(당시 성남시장)가 아닌, 문재인 캠프에 합류했다. 당시 선거에서 노사모 인맥과 정토회 활동으로 유지한 조직을 바탕으로 별도의 직함 없이 서울 등 수도권에서 ‘현장 조직’을 담당했다.

이상호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이 지난해 9월 지역행사에 참여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호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이 지난해 9월 지역행사에 참여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뒤인 2017년 12월 연봉 약 3억원의 전문건설공제조합 상임감사 자리를 꿰찼다. 낙하산 논란이 일었지만, 그는 1년 넘게 근무하곤 지난해 3월 상임감사직에서 물러났다. 21대 총선에선 부산 사하을에 공천을 받아 조경태 미래통합당 의원과 대결에서 패했다. 그는 총선 준비 과정에서 주변에 “민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간 조경태를 꼭 잡겠다”고 말하곤 했다고 한다.

그의 구속 혐의가 된 사건은 전문건설공제조합 상임감사 시절의 일이다. 이 위원장은 지난 3월 김봉현 전 회장이 그에게 20억원의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김 전 회장이 ‘지나가는 길에 사무실 구경도 하고 차도 한잔할 수 있느냐’고 해서 ‘그러라’고 했고, 투자 상담 얘기를 하길래 ‘담당 팀에 상담하라’고 했다고 한 게 전부”라고 해명했다. 다른 언론 인터뷰에서는 자신의 동생이 김 전 회장이 소유하던 회사 ‘인터불스(스타모빌리티 전신)’ 주식 1억원 어치를 샀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김 전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 김 전 회장이 실소유하는 회사 주식 5600만원 어치를 수수한 혐의(배임수재)를 받고 있다.

'미키루크' 이상호는

-2001년: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가입
-2002년: 노사모 부산지부 대표
-2005년: 국민참여연대(국참연) 집행위원장, 열린우리당 전국청년위원장
-2006년: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정통들) 조직
-2007년: 17대 대선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캠프 홍보기획단장
-2010년: 이재명 성남시장 후보 캠프 활동
-2011년: 민주당 전국청년위원장
-2012년: 19대 총선 민주통합당 예비후보(성남수정)
-2016년: 20대 총선 부산·경남(PK) 더불어민주당 후보 선거기획 담당
-2017년: 19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캠프 수도권 현장조직 담당
-2017년 12월: 전문건설공제조합 상임감사
-2018년 7월: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사하을 지역위원장
-2020년 4월: 21대 총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부산 사하을, 낙선)
-2020년 7월: 불법 정치자금 수수, 배임수재 등 혐의로 구속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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