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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10대의 앱 놀이터 ‘틱톡’, 국제정치의 논란 되다

중앙일보

입력

중국 인터넷 검열하자 미국·인도 정보유출 우려 사용 금지

한세희의 테크&라이프

인도가 국가 안보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중국 앱 사용을 금지하자, 이를 지지하는 인도 하이데라바드 시민들이 6월 30일 틱톡(Tik Tok) 앱 로고를 인쇄한 종이를 불태우고 있다. / 사진:AFP=연합뉴스

인도가 국가 안보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중국 앱 사용을 금지하자, 이를 지지하는 인도 하이데라바드 시민들이 6월 30일 틱톡(Tik Tok) 앱 로고를 인쇄한 종이를 불태우고 있다. / 사진:AFP=연합뉴스

소녀가 방에서 음악에 맞춰 귀여운 율동을 하는 영상을 본다. 15초 후 다른 소녀가 교실에서 같은 음악을 틀어 놓고 같은 춤을 추는 영상이 나온다. 또래들이 같은 노래에 같은 춤을 추는 미션을 수행해 찍어 올리는 ‘OOO 챌린지’ 영상이 꼬리를 문다. 중국 노점상이 ‘생활의 달인’ 수준으로 먹거리를 척척 만들어내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나, 크록스 신발 안에 면도 크림을 잔뜩 뿌려 놓고 발을 집어넣어 구멍 사이로 크림이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등 엉뚱하고 재미난 짧은 영상이 끝없이 흘러나온다.

요즘 세계 청춘 ‘인싸’들의 핫 아이템 ‘틱톡’ 이야기다. 15초에서 1분 사이 영상을 찍어 공유하는 ‘숏폼 비디오’ 앱으로, 탁월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영상을 콕 집어준다. 2020년 1분기 기준 세계적으로 20억 건 이상 다운로드 됐다. 규모나 인기에서 페이스북이나 왓츠앱에 뒤지지 않는다.

‘중국제 IT’ 침투에 미·유럽서 ‘반중 정서’ 확산

세상에서 가장 실없고 재미있는 이 앱이 요즘 미국에서 가장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시민들의 개인정보가 중국에 유출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다. 마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최근 “틱톡 등 중국 소셜미디어 앱의 사용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 패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커지면서 틱톡에 대한 논란도 커졌다. 미국 여러 의원들이 틱톡이 국가 안보를 해칠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고, 미 육군은 군인들의 틱톡 사용을 금지했다. 아마존은 직원들에게 업무 e메일을 볼 수 있는 휴대폰에 틱톡 앱을 깔지 말라는 메일을 보냈다가 “실수였다”며 취소했다. 웰스파고 은행은 직원들의 틱톡 사용을 금지했다.

틱톡은 중국 스타트업 바이트댄스가 운영한다. 중국 인터넷기업은 법률에 따라 정부가 요구할 경우 사용자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중국 정부는 국민의 인터넷 활동에 대한 강력한 검열로 유명하다. 폼페이오 장관이 “개인정보를 중국 정부의 손에 바치고 싶은 경우에만 틱톡을 다운로드하라”는 말까지 할 정도다.

미국의 틱톡 공격은 화웨이에 대한 공격과 비슷한 모양새다. 인터넷 기반시설 운영이나 시민 사생활에 대한 중국 정부의 미심쩍은 정책을 근거로, 이들 중국 IT기업이 서구 기업의 지적재산권이나 개인정보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테크기업을 우회적으로 소유하거나 편법 지원한다는 의혹도 크다.

이들 기업이 공격받는 것은 물론 그만큼 이들이 성장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국은 더 이상 선진국 소비자들에게 값싼 상품을 공급하는 제조 공장 역할에 머물지 않는다. 저가 제품에서 출발한 화웨이의 5G 통신장비는 기술 발전을 거듭, 이제는 미국·유럽 등 세계 각국 통신망에 깊숙이 침투했다. 통신망은 세계의 정보가 오가는 핵심 시설이다.

틱톡은 모바일 앱 분야의 화웨이라 할 수 있다. 소비자 대상 모바일 서비스로서 중국과 아시아 권역을 넘어 미국에서까지 크게 성공한 첫 중국 앱이다. 중국 인터넷기업은 사용자 사생활이나 운영 방식 등에 정부의 입김을 강하게 받는다. 그래도 서구에서 문제가 될 일은 없었다.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 밖, 특히 서구에서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둔 중국 앱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판 카카오톡 위챗은 사용자가 12억명에 이르고 결제, 택시 호출, 음식 주문 등 중국인의 모든 삶을 지배하는 ‘슈퍼 앱’이지만 외국인은 거의 쓸 일이 없다.

하지만 틱톡은 다르다. 올해 1분기 미국 내 틱톡 누적 다운로드는 1억6500만 건에 이른다. 인도·중국에 이어 세계 3위 시장이다. 월간 사용자는 7000만명으로 추산된다. 사용자 중 18~24세가 35.3%, 25~34세가 27.4%다. 사용자가 몰리니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도 틱톡에 둥지를 튼다. 미국인이 대거 사용하는 첫 중국 앱의 탄생이다. 그만큼 많은 미국인의 정보가 중국에 넘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미국에서 틱톡 인기가 높아지는 만큼 압박도 거세진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019년 2월, 아동 온라인 사생활 보호법 위반을 이유로 틱톡에 57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 법에 따르면 13세 이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앱이나 웹사이트는 보호자 동의 없이 e메일·IP주소·위치 정보 등을 수집할 수 없다. 틱톡은 이런 규정을 지키지 않고 어린이 회원을 받았다. 사실 이건 2017년 틱톡이 인수한 뮤지컬리라는 음악 앱이 범한 잘못이긴 하다. 하지만 뮤지컬리도 중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라 의심의 눈길은 여전하다. 11월에는 외국 기업의 미국 회사 인수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심의하는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IFUS)가 두 회사 합병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중국의 범죄자인도법 제정 추진을 계기로 벌어진 홍콩 시위 관련 영상을 틱톡이 검열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틱톡에서 #HongKong 해시 태그로 검색하면 셀카나 먹방 영상만 나왔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에서 같은 해시 태그로 검색하면 시위 사진이 쏟아져 나왔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홍콩 시위 관련 잘못된 정보를 뿌리던 계정을 적발해 대거 삭제했는데, 이들 계정은 중국 정부와 연관됐다는 의혹을 받았다. 남의 나라 인터넷 플랫폼에서 이런 일을 했다면 틱톡 같은 자국 서비스에서도 비슷한 일을 하리라는 것은 합리적인 우려다.

인도는 틱톡 등 59개 중국 앱 사용금지 조치

틱톡은 의혹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해외 사용자 데이터는 해외 서버에 저장되며, 중국 정부로부터 데이터 제출 요청을 받은 적도 없다는 호소다. 바이트댄스는 중국 버전 ‘더우인’과 해외 버전 틱톡을 따로 서비스한다. 콘텐트 관리 인원도 나라마다 따로 두었다.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플러스를 성공적으로 선보이며 월트디즈니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꼽혔던 케빈 메이어를 틱톡 CEO로 영입하고, 홍콩 보안법이 통과되자 홍콩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불안을 달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틱톡의 노력이 결실을 거둬 국제 정치의 광풍 속에서 해외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까? 최근 국경 분쟁으로 중국과 세게 붙은 인도는 틱톡 등 59개 중국 앱을 금지시켰다. 4억명의 인도 틱톡 사용자가 한 순간에 사라졌다. 미국이 인도처럼 과감한(?) 결정을 할지는 의문이다. 화웨이 경우와 마찬가지로 구체적 사례가 공개되지 않은 채 막연한 중국 위협을 호소하는 여론전만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자국 인터넷에 대한 통제를 멈추지 않고, 해외 인터넷에까지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를 하는 만큼 중국 모바일 앱 사용의 증가는 불안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정부의 입김이 개입돼 정부가 보여주고 싶은 세상만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면, 그런 소셜미디어의 존재가 합당한 일인가라는 질문이 먼저 떠오른다.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소셜미디어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 된 시대에 말이다.

※ 필자는 전자신문 기자와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을 지냈다. 기술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해가는 모습을 항상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디지털과학 용어 사전]을 지었고, [네트워크전쟁]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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