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마, 잘 쓰면 900억 거머쥔다…대마특구팀까지 꾸린 안동

중앙일보

입력

경북 안동시 대마밭에서 농민들이 안동포 제작에 쓰일 대마 줄기를 수확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안동시 대마밭에서 농민들이 안동포 제작에 쓰일 대마 줄기를 수확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세기 미국에서 금광이 발견된 지역으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현상을 ‘골드 러시(Gold Rush)’라고 했다.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는 금맥을 찾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금을 캐러 모여들었다.

2022년 시장규모 24조원 예상…‘그린 러시’ 시작돼 #56개국 의료용대마 합법화했는데…국내 규제 높아 #안동시, 조례 제정·용지 확보 ‘대마 특구’ 추진 박차

 골드 러시에서 따온 ‘그린 러시’(Green Rush)라는 신조어가 최근 화제다. 금빛이 아닌 초록빛을 향해 사람들이 몰려든다는 것인데, 이 단어는 대마초 관련 사업에 사람과 자금이 몰려드는 현상을 뜻한다. 대마초는 국내에서 흔히 마약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마에서 추출 가능한 유효물질(칸나비디올·CBD)이 희귀병 치료와 미용 제품 생산에 이용되면서 신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경북 안동시가 ‘대마규제자유특구’ 지정을 받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대마특구로 지정되면 국내 첫 사례가 된다. 지난 20일에는 안동시 투자유치과 아래 ‘대마특구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전통문화예술과 산하 한방안동포팀이 특구 업무를 맡았지만 대마 산업을 보는 시선을 전통문화에서 신산업으로 옮긴 셈이다.

 안동은 예로부터 삼베 중 으뜸으로 치는 안동포를 생산하면서 대마 재배의 전통이 깊은 지역이다. 삼베의 주 재료가 대마 줄기다. 안동에서만 48개 농가에서 5만941㎡ 면적에 달하는 대마 재배 구역이 있다. 국내 최대 규모다. 낙동강 유역에 위치해 토양의 배수가 잘 되고 주변 산이 강풍을 막아주는 지형이어서 대마가 자라기에 좋은 조건이다.

 이런 조건을 활용하기 위해 안동시는 수 년 전부터 대마 산업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대마는 마약’이라는 국민 인식이 강해 사업 추진이 쉽진 않은 상황이다.

대마초. 중앙포토

대마초. 중앙포토

 김종일 대마특구팀장은 “대마초는 크게 마약 성분이 강한 ‘마리화나(marihuana)’와 향정신성 성분이 적은 ‘헴프(hemp)’로 나뉜다. 마리화나는 환각 성분인 THC(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 함유량이 6~20% 높은 반면 헴프는 CBD 함유량이 높고 THC 함유량이 2% 미만으로 미미해 의료용 대마로 불린다”고 설명했다. CBD는 통증 완화와 염증 조절, 수면 개선 등 효능이 있다.

 안동시는 CBD를 활용해 진출할 수 있는 해외 시장 규모가 오는 2022년 약 24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린 러시라는 말이 나온 배경이다. 이를 노리고 대마를 의료용 목적으로 합법화한 국가는 캐나다, 미국, 독일, 우루과이, 조지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56개국에 이른다. 한 발 더 나아가 캐나다, 네덜란드, 스페인, 미국 11개주는 기호용 대마까지 허용했다.

 국내는 아직 의료·학술연구 목적의 대마 수입·매매만 가능한 상황이다. 뇌전증 등 희귀·난치 환자가 해외에서 허가된 대마 성분 의약품을 수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나머지 경우의 생산·유통·매매는 모두 규제되고 있다. 삼베 제작에 쓰이는 대마도 줄기만 수확 가능하고 향정신성 성분이 함유된 잎이나 꽃 부분은 모두 소각하고 있다.

지난 7일 경북 안동시청에서 '경북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 지정 브리핑'에 참석한 권영세 안동시장이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계기로 헴프산업을 지역의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연설하고 있다. 안동시

지난 7일 경북 안동시청에서 '경북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 지정 브리핑'에 참석한 권영세 안동시장이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계기로 헴프산업을 지역의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연설하고 있다. 안동시

 안동시는 향후 대마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 곧바로 대마 산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준비를 갖춰둔 상태다. 2018년 3월 국내 최초로 대마산업육성지원 조례를 지정하고 안동시 임하면 금소리 일대에 14만㎡ 규모의 대마 재배단지도 마련해둔 상태다. 대마 재배와 CBD 성분 추출, 유통 관리 등을 담당하게 될 기업을 모아 컨소시엄도 구성했다.

 안동시 관계자는 “대마특구를 조성하면 생산유발효과 약 635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 약 254억원, 고용유발효과 약 719명이 예상된다”며 “대마 재배자와 CBD 생산기업, 제품 생산기업 간의 유기적 거래 관계 형성을 통해 동반성장이 가능한 지역 혁신성장의 모범 사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