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지방행 ‘시즌2’…이전 효과 분석 등 갈 길 멀어

중앙선데이

입력 2020.07.25 02:00

업데이트 2020.07.25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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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6호 05면

국책은행 등 103곳 이전 계획

공공기관 103곳에 대한 2차 지방 이전 계획의 파장이 만만찮다. 사진은 전남 나주시의 빛가람전망대와 광주-전남혁신도시 모습. [연합뉴스]

공공기관 103곳에 대한 2차 지방 이전 계획의 파장이 만만찮다. 사진은 전남 나주시의 빛가람전망대와 광주-전남혁신도시 모습. [연합뉴스]

정부·여당발로 시작된 ‘공공기관 지방 이전 시즌2’의 파장이 만만찮다. 대통령 직속 균형발전위원회가 지난 22일 민주당 지도부에 공공기관 103곳에 대한 2차 이전 계획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책은행을 비롯한 공공기관들도 ‘이전 기관 명단’에 포함됐는지 여부를 파악하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금융은 대도시 집중돼야 경쟁력”
금융노조, TF 만들어 대응 나서
여당 지도부에 이전 반대 서한

1차 지방이전 성과 분석 엇갈려
여권 내부서도 신중 접근 목소리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변수

청와대 관계자는 24일 KBS와 IBK기업은행·산업은행 등의 지방 이전 방안이 검토된다는 보도에 대해 “그런 방안은 검토된 바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금융산업노동조합은 이날 ‘국책은행 지방 이전 반대 TF’ 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금융노조는 전날 민주당 지도부에 국책은행 이전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서한도 보냈다. 2차 공공기관 이전에 본격 착수하기도 전에 반발부터 시작된 셈이다.

①금융 경쟁력은 어떻게=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관련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곳은 국책은행 등 금융 공공기관이다. 공공기관 경영 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IBK기업은행과 KDB산업은행·수출입은행의 정규직 임직원은 각각 1만3609명과 3304명, 1177명에 달한다. 고용 인원이 적지 않은 까닭에 선거 때마다 금융 공공기관 이전은 지역 의원들의 단골 공약이었다. 지난 4·15 총선 때도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전주병)은 한국투자공사와 한국벤처투자 등의 전주 이전을, 김윤덕 의원(전북 전주갑)은 산업은행·국제금융센터·서민금융진흥원·한국무역보험공사 등의 전북 이전을 각각 약속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지방으로 내려갈 경우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낮아질 우려가 크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금융산업은 투자자와 투자 대상, 정책 당국 등 관련 네트워크가 받쳐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무현 정부가 ‘동북아 금융 중심지’ 육성을 위해 금융기관은 지방으로 옮기지 않은 점도 반대론의 근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기관은 미국 뉴욕처럼 경제활동이 이뤄지는 곳에 집중돼 있는 게 맞다”며 “분산 효과는 크지 않은 데 비해 핵심 인력 이탈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과거에 비슷한 시각을 드러낸 적이 있다. 은 위원장은 수출입은행장이던 지난해 1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수출입은행이 낸 당기 순익 5000억원 중 60%가 해외에서 벌어들인 것”이라며 “해외 관계자들을 접하고 영업을 하려면 아무래도 서울에 있는 게 편하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8월 금융위원장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어느 것이 좋다 나쁘다를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②지역 경제 활성화 도움 됐나=1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효과에 대한 판단도 여전히 남아 있는 논란거리다. 국토교통부는 공공기관 112곳이 입주한 혁신도시의 최근 3년간 인구 증가율(11.0%)과 입주 기업 숫자(1425개)를 근거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성공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는 또 이전 공공기관 직원들의 가족 동반 이주율도 64.4%라며 성과로 내세운다.

하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논란이 작지 않다. 우선 공공기관 직원들의 가족 동반 이주율을 기혼 가구로만 한정해 계산하면 51.4%에 불과하다. 기혼자 직원 중 절반은 가족이 사는 서울을 오가며 ‘두 집 살림’을 하는 셈이다. 입주 기업도 숫자는 많지만 그중 93.5%가 30인 이하 소규모 기업이다. 112개 공공기관이 자리 잡은 혁신도시에 수도권에서 이전해온 기업은 224곳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로 민주당 내부에서도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1차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성과를 종합 점검하고 개선 사안을 파악 중인 단계”라며 “아직은 어느 기관이 내려갈지 정해놓은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③서울시장 보궐선거 쟁점될 듯=여권 일각에서는 내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공공기관 지방 이전’ 이슈가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만약 야당 서울시장 후보가 ‘공공기관 이전 반대’를 공약으로 내걸 경우 공공기관 종사자나 가족들 표심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가뜩이나 불리한 여건에서 치러질 수 있는 상황에서 공공기관 이전 문제가 급작스레 부각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지난 21~23일 재보궐선거의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이 다수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37%로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이 다수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49%)보다 크게 낮았다. 서울의 경우 응답자의 55%가 ‘야당이 다수 당선돼야 한다’고 답했고 ‘여당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35%에 그쳤다.

인천에서도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반대 여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해양경찰학교 등 5곳이 지방으로 이전한 상태에서 현재 인천에 있는 공공기관은 세 곳뿐이다. 특히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에 위치한 한국안전기술원 이전 여부가 관건이다. 지난해 11월 인천 지역 여야 국회의원 7명은 ‘이전 반대 결의문’을 내고 “이미 (이 지역에) 항공 및 드론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다”며 “인천 소재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은 오히려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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