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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쪼개 지방 보내자" 수도이전 밑그림 짜는 민주당

중앙일보

입력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오른쪽에서 두번째)과 강현수 국토연구원장(오른쪽)이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1차 공공기관 이전 효과와 함께 아직 수도권에 남은 공공기관 명단을 보고했다. [연합뉴스]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오른쪽에서 두번째)과 강현수 국토연구원장(오른쪽)이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1차 공공기관 이전 효과와 함께 아직 수도권에 남은 공공기관 명단을 보고했다. [연합뉴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15년만에 공공기관 지방 이전 ‘시즌2’를 추진하기로 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계획해 지난해까지 이전을 완료한 ‘시즌 1’ 대상 기관(153곳)에 버금가는 100여곳 추가 이전을 검토 중이다. 행정수도 이전과 맞물려 여권이 ‘균형 발전’에 임기 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24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22일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이전 대상 103곳을 추려 (당에) 보고했다”며 “당·정이 연말까지 구체적인 공공기관 이전안을 마련해 장기 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으로부터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340여곳 명단이 포함된 ‘지역 혁신 생태계 구축 방안’을 보고받았다. 이 회의에서는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공공기관 이전 효과 평가와 추가 이전 시 기대 효과 등이 논의됐다.

청와대·국회·정부 부처를 움직이는 행정수도 이전은 민주당이, 나머지 공공기관 이전은 청와대와 정부가 키를 쥐는 모양새다. 한 수보회의 참석자는 “공공기관 추가 이전 절차와 방식을 면밀히 검토·논의하라는 (대통령) 지시가 있었다”고 전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공공기관 이전은 행정수도 이전과 다른 것”이라면서 “공공기관 이전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중심으로 당 정책위원회가 논의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이 꾸린 ‘행정수도 이전 완성 추진 태스크포스(TF)’는 27일 첫 회의를 연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대구 경북 제주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김태년 원내대표.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대구 경북 제주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김태년 원내대표. 오종택 기자

이처럼 공공기관 이전에 박차를 가하는 건 여권에서 “교육·문화·금융·의료 등 생활기반 시설이 지방에 갖춰져야 국가 균형 발전이 제대로 추진된다”(수도권 재선)는 인식이 강해서다. 구체적으론 서울대·인천대 등 주요 대학과 KBS·EBS 등의 공영방송, IBK기업은행·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지방이전 대상으로 거론된다. 국토위 소속 민주당 의원(재선)은 “공공기관에 다니는 가장만 지방에 내려가 출퇴근하고, 아내와 아이들이 수도권에 남는 식의 이전은 무의미하다”고 했다.

앞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당대표 취임 직후(2018년) 추린 이전 검토 공공기관 122곳에는 국책은행 세 곳과 예금보험공사·한국무역보험공사·한국투자공사 등 금융 공기업이 포함됐다. KOTRA(코트라)와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공항공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등도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은 당시 이 대표 지시로 122곳 중 이전했거나 지정해제된 6곳을 제외한 116곳(서울 95곳, 경기 18곳, 인천 3곳)에 대해 이전 타당성 검토 작업도 진행했다. 이 대표는 4·15 총선 직전 “선거가 끝나는 대로 공공기관과 지자체와 협의를 해서 반드시 이전할 수 있는 공공기관을 확정 짓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24일 ’현재 수도권 인구 집중도는 고도 비만 상태“라며 ’장기적 정책 대응으로 집중에서 분산으로 가야 하고, 이런 기회에 지역 뉴딜을 잘 진행해서 지역 경제가 불리해지지 않는 결과로 가도록 국가 단위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연합뉴스]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24일 ’현재 수도권 인구 집중도는 고도 비만 상태“라며 ’장기적 정책 대응으로 집중에서 분산으로 가야 하고, 이런 기회에 지역 뉴딜을 잘 진행해서 지역 경제가 불리해지지 않는 결과로 가도록 국가 단위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연합뉴스]

향후 논의 초점은 대학 등 교육 기능 분산에 맞춰질 전망이다. 청와대가 관련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에서도 “프랑스가 파리대학교를 1~13대학으로 해체했듯 서울대를 단과대 단위로 쪼개 지방에 보내는 방안을 생각해보자”(지방 중진) 주장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날 민주당 ‘자치와 균형’ 포럼에 참석한 이광재 의원은 “지방대가 완전히 무너지고 있는데 지방에 일자리가 생길 수 있겠느냐. 교육 자치와 지방자치가 분리된, 결정적 함정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포럼 직후 기자들과 만난 김사열 위원장은 “서울대, 인천대 등은 법인화돼 있어 국가가 (이전을) 강제할 수 없다”고 했다.

당·정이 행정수도와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하는 데에는 명분과 정치적 실리를 동시에 챙길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 지방 균형발전을 실현함과 동시에, 차기 대선을 앞두고 충청권 등 지역 민심을 얻을 수 있어서다. 미래통합당은 “부동산 정책 실패를 모면하기 위한 위기 국면 전환 카드”라고 비판하면서도 다소 어정쩡한 스탠스다. 김병준 미래통합당 세종시당 위원장은 이날 “제1야당은 여당 제안이 정략적이라 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이고 나아가 주도해야 한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공공기관 이전은 국회 입법 사안이다. 176석을 가진 민주당이 ‘국가균형발전법’과 ‘혁신도시 지정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 등을 개정해 추진할 수 있다. 반면 행정수도 이전을 위해선 개헌이 불가피하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세종시 착공 13주년 기념 특강에서 “개헌을 해서 수도 이전 규정을 두면 청와대·국회도 세종으로 이전이 가능하다”며 “‘대한민국 수도는 세종시에 둔다’고 하면 헌재 위헌 결정 문제가 깨끗하게 (해결)된다”고 말했다. 앞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추진 의사를 밝힌 ‘행정도시 이전 특별법’ 제정보다 개헌을 통한 수도 이전이 더 확실한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심새롬·윤성민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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