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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릿광대 시진핑” 쓴 부동산 재벌, 中 공산당직 박탈당했다

중앙일보

입력

런즈창(任志强ㆍ69) 국영 부동산개발업체 화위안(華遠)그룹 전 회장. AP=연합뉴스

런즈창(任志强ㆍ69) 국영 부동산개발업체 화위안(華遠)그룹 전 회장.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온 중국 부동산 재벌이 공산당에서 퇴출당했다.

AP통신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중국 공산당 베이징 시청(西城)구 기율검사위원회는 런즈창(任志强·69) 국영 부동산개발업체 화위안(華遠)그룹 전 회장의 공산당직을 박탈한다고 밝혔다. 뇌물을 받거나 공적 자금을 유용하고, 지위를 남용하는 등 공산당의 품위를 훼손했다는 이유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규정을 위반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AP통신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인터넷상에는 런 전 회장이 쓴 것으로 알려진 글이 돌아다녔다. 지난 2월 시 주석이 각료 1만7000명과 화상 회의를 한 것을 비웃는 내용이었다.

이 글에서 런 전 회장은 시 주석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거기 서 있는 건 자신의 새 옷을 과시하려는 황제가 아니라 옷이 벗겨졌는데도 황제가 되려는 어릿광대”라면서 “자기가 황제가 되려는 야심을 조금도 숨기지 않고 있으며 황제가 되는 걸 막는 자는 누구라도 멸망하게 하려는 결심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런 전 회장은 시 주석이 코로나19가 어디에서 시작됐는지를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발발 초기부터 관련 정보를 은폐해 코로나19 유행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회의에서 사람들은 어떤 비판도 볼 수 없었다. 회의는 진실을 좇지도, 밝히지도 않았다”면서 “누구도 책임을 지거나 검토하지 않았다. 그들은 진실을 온갖 종류의 위대한 성취로 뒤덮으려 하고 있다”고 썼다.

런 전 회장은 시 주석과 마찬가지로 중국 건국 주역의 후손을 일컫는 ‘홍이대(紅二代)’이다. 부친 런취안성(任泉生)은 상업부 부부장 출신으로, 덩샤오핑(鄧小平)과 쌍벽을 이룬 천윈(陳云)의 측근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중국 공산당이 그간 런 전 회장의 발언에 눈을 감아왔지만, 시 주석에 대한 비판 발언으로 그가 ‘선을 넘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2016년에도 시 주석의 ‘공산당 매체의 성(姓)은 당(黨)이 돼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 “인민의 정부가 언제 당의 정부로 바뀌었는가? 인민의 세금을 인민을 위해 쓰지 않는 곳에 낭비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해 당으로부터 1년 관찰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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