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넷플릭스 때문? 콘텐트 가격싸움에 '블랙아웃' 협박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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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트 사용료를 둘러싼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트 사업자 간의 갈등이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논란에 불을 지핀 건 아이러니하게도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인 넷플릭스다.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해 국내 프로그램 프로바이더(PP)는 “콘텐트 사용료를 인상해 달라”고 주장하면서 케이블TV(SO) 사업자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와 별도로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는 국내 OTT 업체에 “넷플릭스와 같은 수준의 저작권료를 내달라”고 요구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넷플릭스 [사진 셔터스톡]

넷플릭스 [사진 셔터스톡]

CJ ENM '블랙 아웃' 배수진 치며 SO 압박  

 우선 PP와 SO의 갈등은 PP인 CJ ENM이 SO인 딜라이브를 상대로 프로그램 사용료를 인상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촉발됐다. CJ ENM은 지난달 17일“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에 대해 딜라이브 측이 동결을 주장해 계약이 불발됨에 따라 한 달 후 송출을 중단(블랙 아웃)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에 딜라이브 측은 “프로그램 사용료의 20%를 인상해 달라는 건 무리한 요구”라고 반박했다. 이로 인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3일 교통정리에 나섰고, 두 회사는 8월 31일까지 프로그램 사용료에 대한 합의를 위해 협상을 진행하되,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과기정통부의 중재안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CJ ENM 사옥. 연합뉴스

CJ ENM 사옥. 연합뉴스

 하지만 양측은 좀처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딜라이브 측은 “케이블TV 가입자가 지속해서 감소해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데 PP에 대한 프로그램 사용료는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비해 CJ ENM 측은 “지상파 방송과 종편에 대한 프로그램 사용료는 지속해서 증가했지만 일반 PP에 대한 프로그램 사용료는 지난 6년간 거의 오르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SO 연합회까지 가세했다. 한국케이블TV방송국(SO)협의회는 21일“현재 케이블TV는 지상파 재송신료 인상, 종편ㆍ일부 PP의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 요구, TV 홈쇼핑 송출 수수료 감액 등의 4중고를 겪고 있다”며 “정부가 콘텐트 대가 산정 위원회를 구성해서 수신료 매출액과 연동한 콘텐트 사용료 정률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음저협 "OTT면 넷플릭스만큼 저작권료 내라"

 갈등의 또 다른 축인 OTT-음저협 간의 갈등은 음저협이 OTT에 “국내 OTT 업체는 넷플릭스와 동일한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음저협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2018년부터 음저협에 저작권료를 지급해 왔지만 국내 OTT 업계는 별도의 저작권료를 지급하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음저협에 지급하고 있는 저작권 요율은 매출의 2.5% 수준이다. 하지만 국내 OTT 업계는  해당 요율이 지나치게 높은 데다 산출 방식이 명확하지 않아 그대로 따르긴 무리라며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웨이브ㆍ왓챠ㆍ티빙 등 3사는‘OTT 음악저작권대책협의체(음대협)’란 단일 창구를 만들어 21일 음저협 측에 ‘음악 저작권 공동 협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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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대협 측 관계자는“새로운 저작권료 지급 기준을 만드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국내 OTT 업계도 무조건 넷플릭스의 요율을 따르라는 식은 받아들일 수가 없다”며“음저협이 산출 근거를 명확하게 알리면 OTT 업계가 이를 검토하고 협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음저협 측은 “방송사 다시 보기 서비스와 OTT는 성격이 다르다”며 “같은 OTT인데 넷플릭스와 차별적으로 요율을 적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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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트 사업자 간의 갈등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미디어 환경이 급변해 콘텐트의 가치와 이를 제공하는 콘텐트 사업자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는 반면, 플랫폼 사업자의 수익성은 악화하면서 생긴 문제”라고 진단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터넷TV(IPTV)뿐 아니라 OTT 등 콘텐트에 대한 수요는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에 콘텐트 사업자가 협상력에서 유리한 발판 위에 있는 게 사실”이라며 “결국 SO나 OTT가 비용을 올리는 방법으로 콘텐트 사용료를 인상하거나 저작권료를 지급해야 하는데 이 경우 가입자 유치가 어렵기 때문에 SO와 OTT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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