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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 패션쇼 12시간 생중계…디지털 세계 패션쇼의 놀라움엔 끝이 없다

중앙일보

입력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업종물분 ‘비대면’이 화두가 됐다. 패션계도 예외는 아니다. 디지털 파리 패션위크가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밀라노 디지털 패션위크가 14일부터 17일까지 열렸다. 수백 명의 관중 앞에서 펼쳐졌던 오프라인 패션쇼가 내 손 안에서 재생되는 디지털 패션쇼로 전환됐다.

비대면 시대 패션쇼도 달라지고 있다. 한계가 없는 디지털 패션쇼의 다양한 실험을 소개한다. 사진 구찌

비대면 시대 패션쇼도 달라지고 있다. 한계가 없는 디지털 패션쇼의 다양한 실험을 소개한다. 사진 구찌

대동소이한 형태의 오프라인 패션쇼와는 달리, 한계가 없는 디지털 세상에서 패션쇼는 다양하게 변주됐다. 이번 시즌에 발표하는 신상 옷을 입은 모델이 런웨이를 걸어 나오는 게 기존 패션쇼의 방식이었다면, 디지털 런웨이는 디자이너 각자의 개성을 최대한 살린 새로운 형식으로 창조되고 있다. 한 계절의 옷을 새롭게 제안하기 위해 디자이너가 쏟아부은 창의력을 어떤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는지, 이번 디지털 패션위크에서 공개된 패션쇼를 세 가지로 분류해 소개한다. 첫 번째는 이야기 형식, 즉 내러티브형이다.

[코로나 시대의 패션쇼① 내러티브형]

길고도 친절한 패션쇼

디지털 패션쇼의 장점은 뭘까. 시간과 장소에 제한이 없다는 점이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이런 디지털 장점을 십분 활용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썼다.

'구찌'의 에필로그 컬렉션. 구찌 디자이너팀이 모델로 등장해 옷을 입어보는 형식을 취했다. 사진 구찌

'구찌'의 에필로그 컬렉션. 구찌 디자이너팀이 모델로 등장해 옷을 입어보는 형식을 취했다. 사진 구찌

구찌 홈페이지 및 공식 SNS 채널을 통해 지난 17일 오후 3시(한국 시간) 공개됐던 디지털 컬렉션의 이름은 ‘에필로그’. 미켈레는 두 가지 방식의 영상을 선보였다. 첫 번째는 라이브 스트리밍이다. “패션쇼 커튼 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여 주겠다”는 그의 설명처럼 로마에 위치한 웅장한 궁전을 배경으로 광고 캠페인을 촬영하는 12시간을 내내 중계 카메라에 담았다. 전 세계 관중들은 핸드폰으로 스태프들이 모델에게 옷을 입히고 머리를 손질하고 카메라를 조정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같은 날 오후 9시에는 ‘익스클루시브 내러티브 영상’이 공개됐다. 마치 미켈레가 시청자들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하듯 컬렉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영상이다. 미켈레의 컴퓨터 화면을 엿보는 것처럼 연출된 영상으로 구찌 소속 디자이너들이 신제품 옷을 입고 화면에 등장한다. 책상에 포스트잇을 붙이듯 모델 컷을 화면에 붙이는 독특한 형식이 눈길을 끈다.

친숙해진 디자이너들  

오프라인 패션쇼는 빠르게 진행된다. 약 1~2분 간격으로 모델들이 빠르게 걸어 나와 옷을 보여주고 쇼의 마지막에 디자이너가 등장해 함께 인사를 하고 들어가면 끝이다. 그만큼 잠깐 모습을 보여주는 디자이너는 관중들에게 신비로운 존재다.

디지털 패션쇼에서는 정 반대다. 시간에 상관 없이, 많은 디자이너가 자신의 작업물에 대해 긴 시간을 들여 설명하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상을 만들었다. 프랑스 패션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의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는 영국의 포토그래퍼 닉 나이트와 함께 만든 50분짜리 영상으로 이번 컬렉션을 설명했다. 처음 영감을 받은 순간부터 개발 과정의 모든 면을 다룬 영상으로 그 치밀함이 온라인 교육 자료와 같을 정도다.

약 50여분 간 자신의 새로운 컬렉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메종 마르지엘라'의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 사진 영상 캡처.

약 50여분 간 자신의 새로운 컬렉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메종 마르지엘라'의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 사진 영상 캡처.

미국의 패션 디자이너 릭 오웬스는 스튜디오에서 자신이 직접 모델에게 옷을 입혀주는 형식의 친근한 영상을 선보였다. 별다른 멘트 없이 신제품을 입혀주는 약 11분간의 영상인데, 한 인터뷰에서 오웬스는 “이 시점에 화려한 패션쇼는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스튜디오에서 조용히 피팅하는 개인적이고 친밀한 비디오”라고 설명했다.

모델에게 자신의 옷을 입혀주는 모습을 정적인 영상으로 공개한 디자이너 릭 오웬스. 사진 영상 캡처

모델에게 자신의 옷을 입혀주는 모습을 정적인 영상으로 공개한 디자이너 릭 오웬스. 사진 영상 캡처

‘디올’의 남성복 디자이너 킴 존스는 아프리카 가나 출신의 예술가 아모아코 보아포와 협업해 ‘예술가의 초상’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아모아코 보아코와의 인터뷰 형식 영상으로 그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신제품 이야기가 잔뜩 실려있다.

아모아코 보아포와의 인터뷰 형식으로 풀어낸 '디올 맨' 2021 SS 컬렉션 영상. 사진 디올

아모아코 보아포와의 인터뷰 형식으로 풀어낸 '디올 맨' 2021 SS 컬렉션 영상. 사진 디올

디지털의 강점을 살려라

오프라인 패션쇼가 아닌, 디지털 패션쇼여야만 가능한 형식을 활용한 경우도 있다. 바로 화상 대화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벨루티’의 디자이너 크리스 반 아쉐는 파리에서 미국 LA에 있는 세라믹 아티스트 브라이언 로슈포트와 화상 통화를 하며 자신의 컬렉션을 설명했다.

파리에 있는 패션 디자이너와 LA에 있는 세라믹 디자이너와의 화상 통화 형식으로 공개된 '벨루티' 2021 SS 컬렉션. 사진 영상 캡처.

파리에 있는 패션 디자이너와 LA에 있는 세라믹 디자이너와의 화상 통화 형식으로 공개된 '벨루티' 2021 SS 컬렉션. 사진 영상 캡처.

독일 디자이너 브랜드 ‘필립 플레인’은 독특한 형식의 디지털 필름으로 주목받았다. “미래에 일어날 일을 다시 생각해야 할 시점”이라며 디자이너가 20년 전 브랜드의 시작을 회상하는 자기고백 형식의 영상이다. 자신이 새로 만든 옷을 직접 입어 보기도 하고, 특수 효과로 영상에 재미를 불어넣기도 한다. 원맨쇼 형식의 패션쇼인 동시에 흰색 배경에서 옷과 액세서리의 디테일이 잘 보이도록 다양한 촬영 기법을 활용해 눈길을 끌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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