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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좋구먼'…국내 기업들도 코로나發 재택근무 제도화

중앙일보

입력

코로나가 종식되도 대다수 기업이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를 유지하겠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재택근무 이미지. [중앙일보]

코로나가 종식되도 대다수 기업이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를 유지하겠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재택근무 이미지. [중앙일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되면서 재택근무·자율출퇴근제 등 유연근무제가 기업의 뉴노멀(New Normal)로 자리잡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애프터 코로나'(After Corona)가 아닌 '위드 코로나'(With Corona)에 대비한 전략으로 업무 방식 혁신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 끝나도 유연근무제 유지한다"는 기업 51.1%

앞서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20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국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이후 근로 형태 및 노동환경 전망’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대기업 4개사 중 3개사(75%)가 유연근무제를 새로 도입하거나 확대했다고 답했다.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기업 중 51.1%는 코로나19가 진정돼도 이런 근무 방식을 지속·확대하겠다고 답했다. 또 유연근무제 시행이 업무효율 및 생산성 향상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기업은 56.7%였다.

LG유플 "주3회 재택, 출근하려면 임원 승인 받아라"

실제로 대기업에서는 재택근무와 간헐적 출근을 제도화되는 분위기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4일부터 서울 강서구의 마곡사옥에 근무 중인 연구개발 임직원 300명을 대상으로 화·수·목요일 주 3회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다. 이날 회사로 출근하려면 담당 임원에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오는 9월까지 시범운영한 뒤 개선점 등을 조사해 재택근무제를 전사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근무 시간, 출퇴근 시간을 직원 자율에 맡기는 유연근무 방식도 직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네이버는 4월부터 주3일 재택근무제를 시행 중인데,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고 업무 시간만 채우면 되는 방식이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도 4월부터 출퇴근 시간은 직원이 알아서 정하되 주 40시간 근무만 채우면 되는 완전 자율출퇴근제를 시행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마곡 사옥 임직원 300명을 대상으로 오는 9월까지 주3일 재택근무를 도입했다. [LG유플러스 제공]

LG유플러스가 마곡 사옥 임직원 300명을 대상으로 오는 9월까지 주3일 재택근무를 도입했다. [LG유플러스 제공]

SK텔레콤, 전직원 자택 20분 이내 거리에 '오피스' 마련

근무 공간으로 출퇴근하되 본사가 아닌 임직원의 집 근처에 별도의 오피스를 마련해주는 기업도 있다. 재택근무 시 업무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집중도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자 대안을 마련한 것이다. SK텔레콤은 서울 종로·서대문과 경기도 성남시 분당·판교 등 네 곳에 얼굴 인식 시스템, 좌석 예약 시스템, 화상회의 시스템 등을 갖춘 거점 오피스를 운영 중이다. 업무용 PC를 비치하고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구축해 본사에서 근무하는 것과 동일한 업무가 가능하다. SK텔레콤은 올 연말까지 임직원의 거주지를 분석해 20분 이내에 출퇴근이 가능한 장소 6곳을 찾아 거점 오피스를 추가할 계획이다.

롯데쇼핑이 7월부터 거점 오피스인 '스마트 오피스'를 롯데백화점 노원점과 일산점, 인천터미널점, 평촌점, 빅마켓 영등포점 등 수도권 일대 5곳에서 운영한다. [롯데쇼핑 제공]

롯데쇼핑이 7월부터 거점 오피스인 '스마트 오피스'를 롯데백화점 노원점과 일산점, 인천터미널점, 평촌점, 빅마켓 영등포점 등 수도권 일대 5곳에서 운영한다. [롯데쇼핑 제공]

쿠팡은 판교 테크노밸리에 '쿠팡 스마트워크 스테이션'을 꾸려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고, 롯데쇼핑은 수도권 일대 5곳에 스마트오피스를 마련했다.

이밖에 SK그룹은 상시 유연근무, 롯데지주·롯데호텔은 주 1회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생산라인을 제외하고 원격 근무가 가능한 직군에 대해 부분적인 재택근무 도입을 검토 중이다.

"코로나 종식돼도 이전처럼 일 못 한다…'위드 코로나' 전략"

업계 관계자는 "주요 기업들은 코로나19가 종식돼도 코로나 이전과 같은 사회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애프터 코로나'가 아닌 '위드 코로나' 전략을 짜고 있다"면서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도입했던 재택근무 등 유연한 근무형태를 상시화·제도화 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근무 혁신이 뉴노멀로 온전히 자리 잡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이나 직원평가시스템 등 제도 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의 몇몇 기업에서는 재택근무를 도입한 뒤, 직원의 컴퓨터 마우스가 20초 이상 움직이지 않으면 인사팀에서 통보가 되는 시스템을 도입해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꺼리게 만든 사례가 있다"면서 "새로운 근무방식에 맞춰 기계적이고 정량적 평가가 아닌, 공정하고 신뢰할만한 업무 평가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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