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52.3% 줄어든 5903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모두 큰 폭의 적자를 낸 가운데 시장 컨센서스(3000억원대)를 상회하며 선방했다.
현대차는 2분기 글로벌 도매 판매 70만3976대, 매출액 21조8590억원(금융∙기타 5조8025억원 포함), 영업이익 5963억원, 순이익 3773억원의 경영실적을 올렸다고 23일 밝혔다. 코로나19 본격 확산에 따른 주요 시장의 이동제한 조치, 공장가동 중단 등으로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 판매량은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36.3% 감소했다.
하지만 1분기와 마찬가지로 국내 시장이 실적을 떠받쳤다. G80∙GV80∙아반떼 등 신차 판매가 급증하며 국내에선 오히려 지난해 2분기 대비 12.7% 늘어난 22만5552대를 팔았다. 해외 시장에선 지난해 2분기 대비 47.8% 감소한 47만8424대를 판매했다. 소형차 중심의 신흥국 판매가 급락한 반면, 고가 준대형 위주의 국내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선방한 것이다.
국내 판매 호조가 해외 감소 폭 떠받쳐
여기에 원화 가치가 지난해 2분기 달러당 1166원에서 올해 2분기 1221원으로 떨어지면서 우호적인 환율 환경이 조성된 것도 한몫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개별소비세 인하, 노후 차 교체 지원 등 국내 시장의 세제 혜택 효과, 그리고 제네시스 라인업을 중심으로 한 신차 판매 호조 등의 요인이 맞물리며 수익 감소를 소폭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 자동차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도, 코로나19 재확산 및 경기침체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라며 “하반기에도 선제적인 유동성 관리를 지속해 나가는 한편, 주요 신차의 성공적인 출시 및 지역별 판매 정상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수익성 방어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대차의 2분기 실적은 도요타∙폴크스바겐∙GM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분기 영업손실 추정치는 도요타가 1조2465억원, 폴크스바겐이 2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집계됐다. 포드의 경우 2분기에만 6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의 상반기 누계 실적은 판매 160만7347대, 매출액 47조1784억원, 영업이익 1조4541억원이다.
2분기 국내 역대 최다 판매한 기아차, 영업익은 급감
같은 날 기아차는 2분기 영업이익이 1451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 대비 72.8% 줄었다고 발표했다. 매출액은 11조3688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21.6% 줄었고, 순이익도 1263억원으로 75% 급감하긴 했지만,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시장 예상치보다는 실적이 좋았다.
기아차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국내 시장에 출시할 신형 카니발, 해외 시장 진출을 앞둔 K5와 쏘렌토 등 신차와 셀토스 등 고수익 차종 판매 확대, 북미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텔루라이드 증산 등으로 수익성 확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는 국내에서 K5 등 신차 효과와 개소세 인하 영향으로 판매가 지난해 2분기 대비 26.8% 늘면서 역대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반면 해외 판매는 39.7% 줄었다. 북미 -40.3%, 유럽 -50.6%, 기타시장 -46.0%로 모두 마이너스였고, 중국은 5.3% 증가했다. 기아차는 지난해 기준 매출에서 북미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27%로 현대차(16%)보다 크게 높은 편이다. 기아차의 상반기 누계 실적은 판매 116만4735대, 매출액 25조9357억원, 영업이익 5896억원이다.
부품업체 “위기극복 자금 40%만 확보”
예상보다 선방했지만, 예년보단 확연히 나빠진 실적이어서 현대·기아차에 기대는 부품업체들의 사정은 좋지 않다. 자동차산업연합회와 중견기업연구원이 국내 완성차·부품업체 130곳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이들은 올해 매출이 25%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필요한 자금은 평균 74억원인데 현재 41% 정도만 확보했다고 답변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