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제때 치료 안하면 치매 발생 위험 1.3배로

중앙일보

입력 2020.07.23 11:28

대상포진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치매 발생 위험이 1.3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건보 빅데이터 활용해 상관관계 분석
항바이러스제 치료하면 위험 4분의 1 감소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김성한·배성만, 의학통계학과 윤성철, 정신건강의학과 김성윤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2002~2013년 대상포진 진단을 받은 50세 이상 환자 3만4505명을 분석한 뒤 이런 상관관계를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팀은 성별·나이·기저질환 등을 보정한 뒤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은 집단(84%)과 치료를 받지 않은 집단(16%)으로 나눠 10년간 치매 발생률을 분석했다.

그 결과 대상포진 치료집단에서 매년 새롭게 치매가 발생한 환자는 인구 1000명당 9.36명꼴이었다. 대상포진에 걸렸지만, 치료를 하지 않은 집단에서는 매년 인구 1000명당 12.26명꼴로 치매 환자가 생겼다. 치료 집단보다 1.3배 많은 것이다.

대상포진 걸린 환자의 발진 모습. 사진 서울아산병원 제공

대상포진 걸린 환자의 발진 모습. 사진 서울아산병원 제공

연구팀은 “대상포진을 앓았어도 항바이러스제로 치료받은 집단에서는 추후 치매에 걸릴 위험이 4분의 1 정도 감소했다”고 밝혔다. 사망 위험도도 39%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대상포진 바이러스의 신경 침해적 성질이 국소부위 또는 전신의 염증과 면역체계 이상을 유발한다”며 “치매 발병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침입할 때 이용하는 수용체 ‘인슐린분해효소(IDE)’과 관련 있을 수 있다고 봤다. 연구팀은 “IDE는 알츠하이머 치매의 주요 원인인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라며 “대상포진 바이러스로 인해 효소 활성이 차단되면서 대뇌에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침착이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상포진은 어릴 때 감염된 수두 바이러스가 신경세포에 잠복해 있다가, 신체 면역력이 떨어질 때 신경 주변으로 퍼져서 발생한다.

피부에 다발성 수포와 극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72시간 이내에 항바이러스제로 치료해야 한다. 치료가 늦어지면 물집과 발진이 사라진다 해도 이차 감염이나 만성 신경통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광진구 치매안심센터에서 진행하는 '비대면 인지 프로그램' 참여자가 인지능력 향승을 위해 버섯을 키우고 있다. 사진 광진구 제공

광진구 치매안심센터에서 진행하는 '비대면 인지 프로그램' 참여자가 인지능력 향승을 위해 버섯을 키우고 있다. 사진 광진구 제공

김성한 교수는 “이번 연구는 흔하게 발생하는 대상포진과 완치가 불가능한 치매의 역학적 연관성을 빅데이터를 이용해 밝혀낸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두 질병의 인과관계를 확정적으로 입증한 것은 아니므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대상포진에 걸렸을 땐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을 것을 권장한다”며 “백신을 접종하면 대상포진에 걸릴 확률을 60% 가까이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유럽 정신의학·임상신경과학 아카이브(European Archives of Psychiatry and Clinical Neuroscience)’ 최근호에 실렸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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