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막히고 도로가 복잡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짜증이 납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몸의 감각을 알아채는 것은 더욱 중요합니다. (중략) 자, 이 상황에서 내 몸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나요? 아마 뒷목이 뻐근하거나 가슴이 답답하거나 양미간을 찌푸리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스트레스 반응입니다. 이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순간 내 몸의 반응을 알아차리고 부드럽고 친절하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내 몸을 구석구석 풀어주는 것입니다. 내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세 번의 호흡. 우리 한번 해볼까요?”
앱 속에서 맑고 또랑한 목소리로 명상을 유도하는 이 사람. 마음챙김 명상앱 ‘마보’의 유정은 대표다. 최근 제작한 ‘차가 막힐 때 하는 슬기로운 운전 명상’의 한 대목이다. 마보가 현대자동차그룹과 손잡고 만든 ‘차 안에서 하는 명상’ 시리즈 네 편 중 한 편이다. 이 외에도 출근을 하며 마음을 새롭게 다지기 위한 명상, 퇴근길에 하기 좋은 명상 등을 함께 제작했다. 예를 들어 ‘하루를 마치고 주차장에서 혼자 하는 명상’은 이렇게 시작한다.
“오늘 하루도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긴 하루가 끝나고 집에 무사히 도착하셨습니다. 잠깐.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오늘 하루를 정리하고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의 마음과 만나실 수 있습니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내쉬며, 편안하게 운전석 등받이에 내 몸을 맡겨봅니다.”
왜 차 안에서 굳이 명상일까. 운전 때문에 높은 집중도를 필요로 하는 자동차와 몸과 마음의 편안한 상태를 유도하는 명상이 다소 이질적인 건 아닐까. 폴인과 현대모터스튜디오가 주최하는 〈퓨처포럼 : 모빌리티의 혁신가들, 포스트 코로나를 상상하다〉에서 확장된 자동차의 개념을 발표할 유정은 마보 대표를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자동차 안에서 명상이라니, 낯선데요.
- “명상이라는 행위에 대해 선입견을 가진 분들이 계세요. 공기 좋은 산 속에 들어가, 바위 위에 앉아서 눈을 감고 해야 하는 것처럼 상상하시거든요. 명상은 일상 속의 행위에요. 이미 차 안에서 하는 명상, 비행기 안에서 하는 명상 같이 일상의 어떤 순간에도 명상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콘텐츠들이 많아요.”
- 예를 들면요.
- “유튜브에 ‘자동차 안에서의 명상(meditation in a car)’이라고 치면 1억3200만개의 동영상이 검색될 정도로, 차 안에서 명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생각해 보면 차는 굉장히 개인화된 공간이에요. 혼자 사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우리가 하루 종일 오롯이 혼자만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찾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차 안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보내려는 사람들이 많은 거죠. 명상은 그 시간에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아보기 아주 좋은 행위구요.”
- 운전을 하면서 듣는 명상 콘텐츠도 만드셨죠. 운전을 하려면 집중을 많이 해야 하는데, 명상을 하다 잠이라도 들면….
- “그것도 명상에 대한 선입견이에요. 명상은 휴식이나 이완을 위한 행위가 아니에요. 마음챙김 명상은 현재로 돌아오는 상태를 연습하는 거에요. 현대인들은 모두 현재를 오롯이 살지 못하잖아요. 현재를 살면서도 계속 이 다음에 뭘 해야 하고 그 다음에는 뭘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며 마음이 분주하게 움직이죠. 마음을 챙기지 못하는 거죠.”
- 그럼 운전을 하며 어떻게 마음을 챙길 수 있을까요.
- “차가 막혀있을 때를 떠올려볼까요. 차가 막힐 때 우리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잖아요. 움직일 수도 없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거죠. 그럴 때는 스트레스 반응을 낮춰주는 명상을 하는 거에요. 내 몸 구석구석을 한번 점검해보는 거죠. 아, 내가 스트레스를 받아 뒷목이 뻐근하구나, 하는 걸 알기만 해도 큰 변화가 일어나요. 뻐근한 뒷목에 집중하며 숨을 깊이 쉬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많이 사라지거든요.”
- 그러다 잠이 오는 건 아닐까요.
- “명상의 효과 중 하나는 늘 바깥을 향해 있는 내 주의를 내 안으로 끌어들이는 거에요. 오히려 의식이 명료하고 또렷해져요. 명상을 할 때 잠이 오는 사람들은 몸이 주는 신호에 귀기울여야 해요. 지나치게 잠을 줄여가며 살면 명상으로 나를 돌아보는 순간에 몸이 ‘지금은 쉬어라’는 신호를 주는 거죠.”
- 이번 콜라보레이션으로 자동차라는 공간을 새롭게 발견하게 됐나요.
- “명상이라는 게 특별한 행위가 아니라 어떤 일상에서든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줬다는 게 기뻐요. 출퇴근 시간의 대부분을 사람들은 음악 같은 오디오 콘텐츠를 들으며 보내죠. 그런데 듣는 건 일방향적인 일이거든요. 명상은 듣는 게 아니라 하는 거에요. 콘텐츠를 들으며 내가 적극적으로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거죠. 능동적이고 건강한 방법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유정은 대표는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자동차라는 공간이 어떻게 확장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3일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리는 〈퓨처포럼 : 모빌리티의 혁신가들, 포스트 코로나를 상상하다〉에서 새롭게 발견한 모빌리티(mobilityㆍ이동)의 공간과 시간에 대해 발표할 계획이다. 온라인 생중계 티켓은 폴인 홈페이지에서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