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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 6억 생긴다…싼샤댐 붕괴설 속타는 시진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댐을 폭파했다고?"

19일 중국 후베이성 이창시에 위치한 싼샤댐에서 물이 솓구쳐 오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19일 중국 후베이성 이창시에 위치한 싼샤댐에서 물이 솓구쳐 오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20일 오전 한국에선 중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19일 중국 안후이(安徽)성 당국이 불어나는 물을 방류하기 위해 추저우에 있는 추허(滁河)강 댐을 폭파했다는 거다.

경악할만한 뉴스다. 아무리 홍수가 심하다고 해도 댐을 폭파하다니. 댐이 무너지면 인근 지역은 사실상 수몰 상태가 된다. 지역이 입을 피해가 엄청난 건 불을 보듯 뻔하다.

알고 보니 오보였다.

[펑파이왕 캡처]

[펑파이왕 캡처]

폭파가 이뤄진 건 맞다. 하지만 댐은 아니다. 댐과 이어져 있는 제방이다. 중국 CCTV에 따르면 당국은 추허강 인근 2개 제방을 폭파했다. 물길을 새로 내 불어난 물을 빼내기 위해서다. CCTV는 이를 통해 강 수위가 70㎝ 이상 낮아질 거로 예상했다. 인근 주민은 폭파 전에 대피했다.

AP통신 등이 현지 사정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은 채 댐 폭파라고 보도했고, 이를 한국 언론이 인용해 나온 실수였다. 20일 오후부터는 한국 언론에서도 댐 폭파가 아닌 제방이 폭파됐다고 수정 보도했다.

[CCTV 캡처]

[CCTV 캡처]

비록 오보였지만, 제방을 폭파해야 할 정도로 중국의 홍수 상황은 심각하다. 올여름 강수량은 정말 '역대급'이다. 중국기상보(中國氣象報)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7월 9일까지 장강(長江) 유역 누적 강수량은 369.9㎜다. 사상 최대 규모의 홍수라고 불리는 1998년 대홍수 때와 비교해도 54.8㎜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기록적인 폭우로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는 중국 중부 후베이성 우한 양쯔강에 위치한 700년 된 옛 절 관잉(關英)사원이 물에 잠겨있다. [AFP=연합뉴스]

19일 기록적인 폭우로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는 중국 중부 후베이성 우한 양쯔강에 위치한 700년 된 옛 절 관잉(關英)사원이 물에 잠겨있다. [AFP=연합뉴스]

중요한 건 싼샤댐이다.

[신화=연합뉴스]

[신화=연합뉴스]

중국 후베이(湖北)성 이창(宜昌)시에 건설된 싼샤댐은 세계 최대 규모다. 댐의 전체 길이만 2.3㎞에 달한다. 저수 용량은 390억t으로 일본 전체 댐의 담수량과 비슷하고, 한국 소양호의 13배 규모다. 규모만큼 수력 발전량도 세계 최대 규모다. 1994년 착공해 15년 만인 2009년에야 완공했다.

싼샤댐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범람 우려, 아니 붕괴 우려 때문이다. 20일 오전 싼샤댐의 수위는 약 165m로 최고 수위인 175m를 불과 10m가량 남겨뒀다. 찰랑찰랑하게 물이 찬 거다.

[신화=연합뉴스]

[신화=연합뉴스]

중국 온라인상에선 싼샤댐 붕괴설이 유포되고 있다. 중국건축과학연구원 황샤오쿤(黃小坤) 연구원 명의의 글이다. 황 연구원이 ‘마지막으로 한번 말한다. (싼샤댐이 있는) 이창 아래 지역은 달아나라’고 했다는 거다. 정작 본인은 이 글이 가짜라고 했지만, 우려는 커지고 있다.

지난 13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커우 지역 양쯔강의 모습.[신화망 캡처]

지난 13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커우 지역 양쯔강의 모습.[신화망 캡처]

싼샤댐이 무너지면 어떻게 될까. 

18일에 난징시 양쯔강 유역의 모습.[신화망 캡처]

18일에 난징시 양쯔강 유역의 모습.[신화망 캡처]

터져 나온 물로 주변의 수많은 도시와 농촌이 수몰될 수 있다. 약 4억~6억명의 주민이 이재민이 될 수 있다. 중국 경제엔 악몽이다.

이런 시나리오를 중국이 맞이할 생각은 당연히 없다. 싼샤댐 붕괴 우려를 중국 당국이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대신 중국 정부는 싼샤댐 붕괴를 막기 위해 필사적일 것이다. 방법은 2가지다. 우선 상류에서 물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거다. 싼샤댐보다 하류지역에 있어 상황이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제방을 폭파해 물길을 여러 갈래로 낸 추허강이 대표적이다. 하류로 물을 보내는 방법도 있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싼샤댐 수문 7개를 열어 물을 방류 중이다.

하지만 두 가지 방법 모두, 물이 방류되는 인근 지역의 피해는 막을 길이 없다.

18일 난징 양쯔강 일대의 모습.[신화망 캡처]

18일 난징 양쯔강 일대의 모습.[신화망 캡처]

피해는 실제 나타나고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후난성 당국은 20일 오전 기준 601만명이 수해를 입고 34만7000명이 긴급대피했다고 밝혔다. 신화통신은 후베이성 싼샤댐의 방류량이 많아 둥팅호로 들어가는 유량이 1초당 1만㎥ 이상에 달하며, 이에 따라 둥팅호는 '물이 위에서 누르고 아래에서 올라오는(上壓下頂)' 형세라고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중국 홍수는 지구 온난화와 무분별한 토지매립이 주요 원인이라고 전한다. 기상이변으로 폭우가 오랜 기간 지속되는데다, 농토와 산업용지를 넓히려고 담수호를 메우다 보니 불어난 물을 가두는 저장 능력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당장 물이 넘치면 피해가 불 보듯 뻔하다는 이야기다.

비 그쳐야 하는데…하늘만 바라보게 되는 시진핑

18일 난징 양쯔강 일대의 모습.[신화망 캡처]

18일 난징 양쯔강 일대의 모습.[신화망 캡처]

결국 홍수를 막을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비가 그치는 것뿐이다. 하지만 비는 잦아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래저래 하늘만 쳐다봐야 하는 시진핑 주석이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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