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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으니 딴 방송 보세요” 백종원도 속수무책 ‘백파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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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백파더 ’에 화상 참여한 49팀의 요리 실력에 양세형과 백종원이 당황하고 있다. [사진 MBC]

‘백파더 ’에 화상 참여한 49팀의 요리 실력에 양세형과 백종원이 당황하고 있다. [사진 MBC]

“지금 재밌는 거 많이 하니까 다른 방송 보세요. 이건 재미없어요. 늘어져요.”

생방송 론칭한 ‘요리를 멈추지 마!’ #단점 고친 편집판, 3회 만에 또 바꿔 #“사실상 재방송” 시청률 1%대 하락

토요일인 지난 18일 오후 5시부터 생방송으로 진행된 MBC 예능 ‘백파더: 요리를 멈추지 마!’에서 백종원은 이렇게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요리도 못 하고 인터넷 검색도 어려운 ‘요린이’를 위해 기획된 만큼, 재미를 보장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차별화를 위해 제작진은 실제 요리에 걸리는 시간을 그대로 보여주는 눈높이 교육을 택했다.

하지만 백종원과 양세형이 선보이는 요리 과정을 화상으로 연결된 시청자 49팀이 실시간으로 따라 하고, 시청자가 쏟아내는 질문에 두 사람이 응하다 보면 90분 안에 준비한 내용을 전부 소화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달걀이 주제인 지난달 20일의 첫 방송은 쌀 씻는 법부터 시작해 밥을 안치고 나니 간신히 달걀 프라이 하나를 완성했을 정도. 시청률도 3~4%에 그쳤다.

이에 MBC는 본방송과 같은 토요일 오전 10시40분에 60분간 ‘백파더 편집판’을 편성해 지난달 27일부터 방송했다. “같은 날 편성하는 투트랙 방송으로 지난 요리에 대한 복습과 다음 요리에 대한 준비를 마칠 수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생방송 준비 과정과 방송 종료 후 네이버TV로 이어진 마무리 부분을 제외하면 본방송과 큰 차이가 없었다. 시청률은 2%대로 떨어졌다.

MBC는 편집판 방송 3회 만에 다시 ‘백파더 확장판’을 들고 나왔다. 이번에는 월요일 오후 10시50분으로 시간을 옮겼다. MBC 관계자는 “아무래도 생방송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투트랙으로 기획했다. 다만 편집판이라고 하니 생방송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 보다 완성도 높은 개별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확장판으로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20일 방송된 확장판 첫 회는 편집판 1~2회를 합친 수준. 식재료 소비로 농가를 돕고, 백종원·양세형이 광고주 맞춤형 광고를 제작해 해당 출연료를 기부한다는 부가 설명을 빼면 재방송에 가까웠다. 결국 생방송·편집판·확장판 등 이름만 다를 뿐 같은 내용을 세 차례에 걸쳐 방송한 셈이다. 확장판 시청률은 1%대. 백종원이 출연해 SBS에서 각각 수요일, 목요일 밤에 방영 중인 ‘백종원의 골목식당’(6.1%)과 ‘맛남의 광장’(5.1%)에 크게 못 미쳤다.

백종원·양세형의 호흡만 믿고 생방송의 여러 가지 위험 요소를 간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방송 도중 기술적 문제로 인터뷰가 원활하지 않자 양세형은 이를 수습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쌍방향 소통 요리쇼를 표방해 노라조의 공연 등 ‘쇼’를 강조하는 요소가 있긴 하지만, 요리 프로그램은 정보 전달이 핵심인데 굳이 생방송으로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면 ‘생방송의 묘미’라고 표현하는데 결국 방송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보다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방법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시청자 참여 확대 측면에서 긍정적이란 평가도 있다.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유튜브 채널 ‘백종원의 요리비책’ 구독자가 400만 명에 달하지만, 지상파처럼 모든 연령과 세대에 전파되기는 힘들다”며 “인터넷에서 소외된 계층의 실시간 참여를 끌어내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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