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개 장관이 헌법상 국민의 알 권리를 포샵질을 하고 앉아있어. 국민의 알 권리가 나중에 알아도 될 권리야? 로또도 나중에 알고 먼저 아는 게 차이가 얼마나 큰 건데. 당연히 알 권리에 핵심은 언제 아느냐야. 국민은 나중에 알아도 된다는 뜻은, 우리만 먼저 알겠다는 뜻이라고."
MBC 보도로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사건에 휘말린 한동훈 검사장이 사석에서 추미애 장관을 작심하고 비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검사장은 추 장관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공소장 공개 거부한 것을 신랄하게 비판한 것이다.
이는 한 검사장이 2월 13일 부산고검에서 채널A 이모 기자를 만나 대화한 내용이다. 이는 이 전 기자 측이 녹취록 전문을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정진웅 부장)은 이 녹취록을 근거로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가 공모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대표를 상대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캐려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강요미수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전 기자는 구속됐다.
이 전 기자의 변호인인 주진우 변호사는 녹취록과 관련한 발췌 보도가 이어지자 "(보도 내용이) 왜곡·편향됐다"며 21일 전문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한 검사장은 추 장관이 2월 11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의 수사·기소 주체 분리'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언한 것도 지적했다.
이 전 기자가 먼저 "수사·기소 검사 분리 이건 진짜, 어떻게 그런 생각을 끄집어내는지…"라고 말을 꺼냈다. 그러자 한 검사장은 "딱 하나야. 무조건 수사를 막겠다 권력 수사를 막겠다. 그런 일념밖에 없어서 그렇지"라고 답했다. 이어 "문제는 공부 좀 하고 하라고 그래. 매번 틀리고 지금까지 맞는 말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잖아"라고 비판했다.
추 장관 발언에 대해 검찰은 물론 학계에서도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특히 추 장관이 미국도 수사와 기소가 분리돼 있다고 말한 것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기자는 "법무부 법무관들이 엄청 고생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거(검사 분리 관련) 자료 찾는다고" 라고 추 장관 발언을 수습하느라 법무부에서 진땀을 뺀 상황을 전했다. 2월 12일 "추 장관이 원칙적인 화두를 제시한 것"이라고 수습에 나섰던 법무부는 논란이 계속되자 13일 또다시 해명 보도자료를 내야 했다.
한 검사장은 "거기다가 미국에 얘기할 거야? 명을 거역했다고?"라고 비판을 이어갔다. '명을 거역했다고'는 추 장관이 1월 국회에서 "검찰총장이 내 명을 거역했다"고 말한 것을 인용한 것이다.
한 검사장은 "이럴 때 잘하라고 검사들이 신분 보장받는 거예요. 징징거리지 말라 그래" "맨날 뒤에다가 검사들한테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긴 △△△△(욕설)들 뭐가 어쩔 수 없어. 신분 보장받고 있어서 평생 영감 소리 받고 사는 거 아니에요?" "나쁜 놈을 잡아야지. 그렇게 하라고 월급 받는 거 아니야" 라며 법무부 검사들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추 장관이 "검찰 내 수사·기소 판단 주체 분리 검토"를 말한 뒤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이 문제를 협의해 보자"고 제안했으나 윤 총장은 "수사·기소 검사를 분리할 경우 권력형 부패 범죄에 대응하는 데 심각한 장애를 가져올 것"이라며 즉각 거절했다. 법무부 검사들이 추 장관의 협의 제의를 대검찰청에 전달하면서 자신들도 추 장관의 지시에 대해서는 반대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뒷말을 한 것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