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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악" 코로나 비명 모은다, 아이슬란드의 희한한 힐링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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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 '끼야아아악'….

바닷가에, 산에, 절벽에 날선 비명이 울려퍼집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미국, 영국, 러시아, 덴마크 등 국적을 가리지 않습니다. 좀비영화, 공포영화가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아이슬란드에서 15일부터 시작한 '털어놓으세요'(Let it out) 이벤트입니다.

[영상] 아이슬란드판 '가상 관광' 마케팅 #자연 영상 배경으로 세계인의 비명 녹음

천혜의 자연 환경을 가진 아이슬란드가 요즘 관광객 대신 비명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비명의 목적은 아이러니하게도 힐링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장기화로 지친 전 세계인들을 위로하는건데요.

인구 36만명의 소국 아이슬란드 역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감염된 환자는 2000명에 육박하고, 사망자도 10명 나왔습니다. 지난해 201만명에 달한 관광객도 대폭 줄 것으로 전망됩니다.

세계 각국 사람들의 비명을 모아주는 아이슬란드 관광 홈페이지. 바닷가, 폭포 등 아이슬란드의 자연 환경을 배경으로 목소리를 녹음할 수 있다. [인터넷 캡처]

세계 각국 사람들의 비명을 모아주는 아이슬란드 관광 홈페이지. 바닷가, 폭포 등 아이슬란드의 자연 환경을 배경으로 목소리를 녹음할 수 있다. [인터넷 캡처]

아이슬란드가 내놓은 아이디어는 '방구석' 비명 지르기입니다. 레이캬비크, 듀피보구르, 스코가포스 등 주요 지역 7곳의 영상을 배경으로 그 사람의 목소리를 녹음해주는 식입니다. 집안, 차 운전석, 야외 어디에 있든 공식 비명 홈페이지(https://lookslikeyouneediceland.com/)에만 들어가면 된다네요. 아이슬란드의 아름다운 자연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녹음 버튼 클릭, 마음껏 소리 지르기면 끝납니다.
# 기자도 체험해본 비명 지르기, 다른 나라에선 어떻게 했는지 영상에 담겼습니다. 

관광 명소 7곳에는 커다란 노란색 스피커도 설치됐는데요. 전 세계에서 녹음된 비명을 틀어준다고 하네요. 물론 홈페이지에서도 다른 사람이 어떻게 소리쳤는지 들어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하루 종일 각양각색 비명 소리가 울려퍼집니다. 아이슬란드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 하는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방식의 '대리 만족' 콘텐츠인 겁니다.

아이슬란드의 '비명' 이벤트에 참가한 남성이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아이슬란드의 '비명' 이벤트에 참가한 남성이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반응은 나쁘지 않습니다. 몇달 동안 쌓인 '한'을 담아서 소리 지르는 모습을 찍은 인증샷이 올라옵니다. 정원 가꾸기나 게임, 요리, 독서 등으로 지루한 거리두기를 참던 이들은 '참신한 관광 마케팅' '재미있는 이벤트'라는 댓글을 달았네요.

"아기가 울고 소리 지를 때를 생각해보세요. 손을 배에 대고 몇번 심호흡한 뒤 비명을 지르면 됩니다." 

아이슬란드 관광당국은 올바른 비명 방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하지만 큰 소리를 치는 게 스트레스 해소나 '코로나 블루' 완화에 도움이 되는 지는 의학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하네요.

아이슬란드 해안 절벽. [중앙포토]

아이슬란드 해안 절벽.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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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환자들이) 그동안 잘 지냈는데 코로나 상황 되면서 힘들고 우울하게 지낸다는 이야기를 참 많이 한다"면서 "소리 치는 게 의학적인 치료법으로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스트레스를 좀 줄여주거나 반복적 생각에서 벗어나게 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로 우울한 뉴스만 쏟아지는 요즘, 재미있는 이벤트가 나와도 마냥 웃을 순 없습니다. 언제쯤 마음대로 원하는 곳에 여행을 다닐 수 있을까요. 당분간은 가상 여행으로나마 '코로나 블루'를 잠시 잊을 수 있을 듯 합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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