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통신위성 발사 추진체 또 회수…스페이스X가 세운 또다른 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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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의 로켓 추진체 회수 모습을 담은 자료 화면. [스페이스X 트위터]

스페이스X의 로켓 추진체 회수 모습을 담은 자료 화면. [스페이스X 트위터]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세운 또 다른 회사인 '스페이스X'가 한국군의 첫 군용 통신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하면서 또 다른 기록을 세웠다. 이미 사용된 로켓 추진체를 최단 기간인 51일 만에 재활용한 것이다. 스페이스X는 이 추진체를 또다시 회수하는 데도 성공했다.

우주 전문 사이트 스페이스닷컴에 따르면 한국 군사위성 '아나시스 2호'는 20일(현지시간) 오후 5시 30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X의 로켓 '팰컨9'에 실려 우주로 발사됐다.

'아나시스 2호'는 발사 32분 후 고도 630km 지점에서 팰컨9로부터 분리됐다. 발사 50분 후엔 프랑스 툴루즈 위성관제센터(TSOC)와 첫 교신에도 성공했다. '아나시스 2호'가 최종 궤도에 안착하면 한국군은 군사적 목적만을 위한 전용 통신위성을 갖게 된다. 그동안 민·군 겸용으로 쓰이던 무궁화 5호는 적의 재밍(전파 교란)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로켓 추진체 회수 후 최단 기간 재발사

'아나시스 2호' 발사 성공은 한국군에게도 기념비적인 일이지만 스페이스X에도 의미가 있다. 이미 사용된 로켓 추진체를 회수해 최단 기간에 점검을 마친 후 재활용한 사례가 되기 때문이다.

이번 발사에 사용된 1단 추진체(B1058.2)는 지난 5월 30일 발사된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곤'을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실어나를 때 사용됐다가 회수된 것이다. 스페이스X는 이 추진체를 51일 만에 재정비해 두 번째 사용에 성공했다.

기존 기록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가 세운 54일이다. 1995년 나사가 쏘아 올린 아틀란티스호는 첫 궤도 비행을 마친 뒤 54일 만에 재발사됐다.

스페이스X는 현재 발사체 재활용 기술을 향상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동안 스페이스X는 로켓 하단의 1단 추진체를 포함, 코어 로켓도 회수해 재활용하는 테스트를 수없이 해왔다. 로켓 재활용 기술을 완성하면 상업 로켓 시대를 성큼 앞당길 수 있다. 비용이 대폭 절감되기 때문이다.

끝없는 테스트…실패하며 기술력 향상

20일(현지시간) 한국군 통신위성 '아나시스 2호'가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X의 로켓 팰컨9에 실려 발사되고 있다. [스페이스X 트위터]

20일(현지시간) 한국군 통신위성 '아나시스 2호'가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X의 로켓 팰컨9에 실려 발사되고 있다. [스페이스X 트위터]

지난해 스페이스X는 추진체 회수 실험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지난해 4월 발사한 첫 상업 로켓 팰컨 헤비 로켓의 핵심 추진체인 주력 부스터를 온전히 회수하지 못하면서다.

스페이스X는 이 로켓 추진체 3기를 모두 회수할 계획이었고 실제 1단계 추진체 2기는 이륙 8분 만에 분리돼 육상 발사장에 안착했다. 주력 부스터도 2분 뒤 수백 마일 떨어진 해상 무인 바지선에 떨어졌다.

하지만 거센 파도 탓에 회수 과정에서 부스터의 상당 부분이 유실됐다고 한다. 스페이스X는 당시 "주력 부스터 회수에는 실패했다"고 밝혔지만, 사실 정확한 위치에 안착하는 데는 성공했기 때문에 기술적 완성도는 상당한 상태에 이미 도달한 것으로 볼 수 있었다.

'아나시스 2' 쏘아 올린 1단계 추진체도 회수

20일(현지시간) 한국 최초의 군용통신위성 '아나시스 2호'를 발사한 스페이스X의 로켓 팰컨9 1단계 추진체가 회수되는 모습. [일론머스크 트위터]

20일(현지시간) 한국 최초의 군용통신위성 '아나시스 2호'를 발사한 스페이스X의 로켓 팰컨9 1단계 추진체가 회수되는 모습. [일론머스크 트위터]

스페이스X는 이번에 재활용한 1단계 추진체를 또다시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일론 머스크는 이 장면을 담은 스페이스X의 영상을 리트윗으로 공유했다.

이와 함께 '팰컨9'에 실린 '페이로드 페어링'(payload fairing)도 대서양에서 회수했다. 페이로드 페어링은 로켓이 대기권을 통과할 때 로켓 탑재물을 보호하는 덮개다. 스페이스X는 이 페어링을 다음 발사 때 재활용하기 위해 대형 그물을 장착한 두 대의 배를 대서양에 띄워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머스크는 페어링 회수 이후에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 사실을 알렸다. "우주에서 떨어진 페어링을 낚아채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스페이스X는 2006년 창립 이후 로켓을 모두 97차례 발사했고, 이 가운데 1단 추진체를 57차례 회수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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