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나랏돈 748억 옵티머스 투자···지침 어긴 담당자 '견책'만

중앙일보

입력 2020.07.21 15:34

업데이트 2020.07.21 22:34

총 748억원의 공적기금을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에 투자한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전파진흥원)이 해당 투자 결정 당시 내부 지침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파진흥원은 이 사실을 확인하고도 담당 직원들에게 가장 낮은 수준의 ‘견책’ 징계 처분을 내렸다. 그러면서 검찰에 옵티머스자산운용 측을 수사 의뢰했다.

21일 미래통합당 강민국 의원실이 확보한 2018년 10월 23일 전파진흥원 징계위원회(징계위) 회의록에 따르면, 옵티머스펀드 투자를 집행한 이모 기금운용팀장은 계약서를 내부 투자지침 대로 작성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전파진흥원은 2017년 6월~2018년 3월 총 748억5000만원의 공적기금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했다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감사와 징계를 받았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사모펀드 748억 투자하면서 "규정 계약서 안 썼다" 

징계위에서 오모 징계위원은 이 팀장에게 "사모단독펀드 투자 시 관련지침에 따르면 운용사가 자의적으로 운용 방식을 변경하거나 과도한 위험을 선택하지 않도록 관리하기 위해 계약서에 해당 내용을 작성하도록 명시돼있는데 해당내용이 포함된 계약서를 작성했는가"라고 묻는다.

이 팀장은 이에 "사모펀드 가입 신청 확인서를 계약서로 판단하고 해당내용이 모두 포함된 별도의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대답한다. 사모펀드 투자에 대한 내부 지침을 따르지 않고 옵티머스 펀드 투자를 집행했다는 얘기다.

이는 앞서 과기부가 감사를 통해 제기한 문제점이다. 과기부는 전파진흥원이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하면서 방송통신발전기금·정보통신진흥기금 자산운용지침에 규정된 운용대상·운용방법·기준수익률·위험허용한도·성과측정·자산운용 변동사항이 포함된 계약서 작성 의무를 따르지 않고 자금을 운용토록 했다고 지적했다.

과기부 지적한 성지건설·STX건설 투자는 "몰랐다" 

오모 징계위원은 이 팀장에게 별도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다. 이 팀장은 이에 "당시 증권사에 제시한 채권형 펀드 투자 상품은 최저금리 추구형 상품으로서 확정금리형 상품으로 판단하고 지침에 명시된 내용의 전부를 포함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답한다. 옵티머스 펀드를 별도 계약서 작성의무가 필요 없는 확정금리형 상품으로 인지했다는 설명이다.

21일 미래통합당 강민국 의원실이 확보한 2018년 10월 23일 전파진흥원 징계위원회(징계위) 회의록. 강민국 의원실

21일 미래통합당 강민국 의원실이 확보한 2018년 10월 23일 전파진흥원 징계위원회(징계위) 회의록. 강민국 의원실

이에 이모 징계위원은 "최저금리 추구형 채권형 펀드를 확정금리형으로 구분한 것은 자의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보여지는데 인정하느냐"고 이 팀장에게 되묻는다. 이 팀장은 "예 그렇습니다"라고 답한다.

김모 징계위원은 이 팀장에게 "옵티머스자산운용이 투자 부적격업체인 성지건설과 STX건설에 투자한 사실을 알고 있었나"라고 묻는다. 이 역시 앞서 과기정통부가 "옵티머스운용이 투자 부적격 성지건설 및 STX건설에 6회에 걸쳐 투자하는 등 진흥원 규정과 달리 자의적으로 (투자금을)운용했다"면서 지적한 사항이다. 여기에 대해 이 팀장은 "아니오"라고 답한다.

최저 징계 내리더니…옵티머스 수사 의뢰한 전파진흥원 

이날 징계위는 이 팀장 및 그와 함께 회부된 최모 본부장에 대해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인 '견책'을 최종 의결한다. 이 과정서 모든 징계위원들은 한 목소리를 냈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에 대한 과도한 처분은 조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오모 위원)", "기관에 손실을 끼치지 않고 오히려 이익을 가져다준 부분을 인정해 견책이 적정하다고 생각한다(이모 위원)", "저희 기관이 운용하고 있는 방발기금과 정진기금은 매년 기재부 평가를 받는데 작년에 탁월등급을 받았다(전모 위원)", "인사기록카드를 보면 장관표창을 수여받은 사실이 있는데 감경은 불가능한가?(김모 위원)" 하는 식이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제출한 수사의뢰서. 정용환 기자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제출한 수사의뢰서. 정용환 기자

전파진흥원은 그러나 비슷한 시기 검찰에 옵티머스운용 측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직원들에 소극적 처분을 내린 것과 달리 운용사에 법적 책임을 물은 것이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수사의뢰서'에 따르면 전파진흥원은 김재현 옵티머스운용 대표 등을 서중앙지방검찰청에 수사의뢰하면서 "결과적으로 국가의 공적 기금이 불법행위의 도구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짙다"며 "불법행위 결과 판명 시 다수 소액주주 등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된다는 점에서 진흥원은 공공기관으로서의 책임감을 절감한다"고 썼다.

강민국 의원은 전파진흥원에 대해 "국가기금 748억원을 운용할 때 공고·계약·평가 등을 거치지 않고 부적정하게 사모펀드 업체를 선정하고도 기금운용 담당자들은 경징계인 견책을 받았다"며 "기금관리 부실로 공공기관의 공신력이 훼손되는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관계기관의 철저한 조사와 국가기금 운용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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