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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따구 수돗물 공포 전국 확산…"먹어도 몸 안에선 번식 안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천 서구 일대 수돗물에서 발견된 유충. 연합뉴스

인천 서구 일대 수돗물에서 발견된 유충. 연합뉴스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잇따르면서 수돗물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수돗물 유충 사태는 인천 서구지역에서 시작됐다. 지난 9일 인천 서구 왕길동에 있는 한 빌라에서 “수돗물에 유충이 보인다”는 민원이 처음으로 들어왔다. 이후 인천에서는 ‘수돗물 유충’ 관련 신고가 100건 넘게 접수됐다.

인천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퍼지자 다른 지역에서도 수돗물에서 유충을 봤다는 의심 신고가 잇따랐다. 지난 19일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는 욕실 바닥에서 유충으로 보이는 생물체를 발견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서울시가 조사에 나섰다.

경기도에서도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화성시와 시흥시, 광주시, 파주시 등에서 14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부산의 경우 지난 14일∼19일 사이 ‘수돗물에서 유충으로 보이는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11건 들어왔다.

벌레 유충 어떻게 수돗물에 들어갔나? 

서울 수돗물 어떻게 공급되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서울 수돗물 어떻게 공급되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취수장에서 끌어들인 강물은 복잡한 처리 과정을 거쳐 수돗물로 가공해 각 가정에 공급된다. 그렇다면 수돗물 공급 과정에서 유충이 어떻게 유입된 걸까?

이번 사태의 진원지였던 인천 서구 지역은 어느 정도 원인이 밝혀진 상태다. 공촌정수장내 고도정수처리 과정에서 깔따구 유충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도정수처리 시설은 미량의 유기물질 등을 제거하기 위해 오존, 입상활성탄 공정을 추가한 정수처리 공정을 말한다. 이 중 입상활성탄지에서 번식한 깔따구 유충이 수도관을 통해 가정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크다.

수돗물시민네트워크는 “고도정수처리에 포함돼야 할 오존 시설은 공사 중으로 운영되지 않았고, 활성탄여과지 처리만 거쳤기 때문에 여름철 수온 상승으로 인한 유충 생성이 용이한 환경이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인천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상황이 다르다. 특정 지역 내에서 유충이 집단 발견된 인천과 달리 산발적으로 유충이 발견됐다는 점에서 정수장 유입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다.

오히려 아파트 저수조나 가정 등에서 위생관리를 소홀히 해 벌레가 유입됐을 가능성도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정수장에서 수도관을 통해 유충이 유입됐다면 여러 세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유충이 나왔을 것”이라면서도 “아파트에서 저수조 관리를 제대로 안 했을 경우 찌꺼기가 쌓이면서 날벌레들이 번식해 알을 낳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깔따구와 나방파리의 유입경로 달라 

깔따구 유충. 환경부

깔따구 유충. 환경부

수돗물에서 어떤 벌레의 유충이 발견됐느냐도 원인을 밝히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인천 수돗물에서 발견된 유충은 깔따구류의 일종인 것으로 확인됐다. 깔따구 유충은 맑은 물은 물론 4급수 같은 썩은 물에서도 살 수 있어 물이 얼마나 오염됐는지를 알 수 있는 수질오염 지표종이기도 하다. 1~2㎜ 정도로 가늘고 짧으며 철사 모양의 지렁이 또는 짙은 붉은색을 띤 실지렁이와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

깔따구는 늦봄에서 여름 사이 수온이 높을 때 저수조, 수도꼭지, 호스 등 정체된 곳에 알을 낳는다. 특히, 깔따구 유충의 경우 염소에 대한 저항성이 강해 잔류염소 50mg/L에서 48시간 처리 후에도 생존한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정수장 내 개방된 곳이나 배수지, 관로 파손 부위 등을 통해 수돗물 공급과정에 유입될 수 있다.

파주 운정신도시 한 아파트 세면대에서 발견된 유충. 사진 독자

파주 운정신도시 한 아파트 세면대에서 발견된 유충. 사진 독자

이와 달리 경기 파주시 등에서 발견된 유충은 나방파리 유충인 것으로 확인됐다. 나방파리는 하트 모양의 날개를 가진 해충이다. 주로 정화조나 화장실, 배수구 등 더러운 곳에서 알을 낳아 번식한다.

나방파리는 깔따구와 달리 잔류염소 때문에 수돗물에 오랫동안 살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방파리 유충은 수도관을 통한 유입보다는 화장실이나 싱크대 배수구를 통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깔따구 유충 몸 안에 번식 안 해”

최근 인천 서구지역 5개동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되어 14일 오후 인천시 서구의 해당지역 초중고등학교가 급식을 일시 중단한 가운데 한 학교 급식실이 텅 비어 있다. 뉴시스

최근 인천 서구지역 5개동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되어 14일 오후 인천시 서구의 해당지역 초중고등학교가 급식을 일시 중단한 가운데 한 학교 급식실이 텅 비어 있다. 뉴시스

불안감이 커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엔 수돗물을 마시거나, 요리·샤워를 해도 되느냐는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인천시는 수돗물 음용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하고, 생수와 급수차 등을 지원하고 있다.

수돗물시민네트워크에 따르면, 깔따구는 인체에서 생존이 가능한 기생충류는 아니다. 행여 깔따구 유충을 먹었더라도 몸 안에서 번식하거나 자랄 위험은 없기 때문에 구충제를 복용할 필요는 없다.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해외에서 깔따구가 알레르기를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지만, 이는 대량으로 취급했을 경우에 해당한다”며 “국내에서는 깔때기로 인한 피해사례가 보고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깔따구 유충이 수돗물에 유입됐을 것으로 의심되면 양치질을 하거나 마시는 등 입 안에 바로 넣는 건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수돗물을 끓여서 쓰는 것도 방법이다.

수돗물시민네트워크 측은 "유충이 있는 수돗물을 먹었을 때 인체에 유해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확인된 바가 없다. 다만 수돗물에서 유충이 나왔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심각한 상황이며 다른 형태의 오염이나 위해가 없을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장정화 수돗물시민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수돗물에 벌레 유충이 있을 것으로 의심될 경우 지역 수도사업소에 전화하면 ‘수돗물 안심확인제’에 따라 무료로 수질을 검사해주기 때문에 안심하고 수돗물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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