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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 27명도 한번 못본 조선왕조실록, 당신은 볼 수 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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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국보보물 83건 196점을 한데 모은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새 보물 납시었네’가 20일 언론에 공개됐다. 정재슥 문화재청장(오른쪽 두번째) 등 참석자들이 특별 공간에 나란히 배치된 심사정의 '촉잔도권'과 이인문의 '강산무진도'를 둘러보고 있다. [뉴스1]

국보보물 83건 196점을 한데 모은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새 보물 납시었네’가 20일 언론에 공개됐다. 정재슥 문화재청장(오른쪽 두번째) 등 참석자들이 특별 공간에 나란히 배치된 심사정의 '촉잔도권'과 이인문의 '강산무진도'를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조선 500년간 임금도 들춰보지 못했던 조선왕조실록 등 국보·보물 83건 196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상 최대 규모다. 문화재청 공동주최로 22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관객을 맞는 전시 ‘새 보물 납시었네, 신국보보물전 2017-2019’에서다. 최근 3년간 새로 지정된 157건 중 이동이 어려운 건축물·석불을 제외한 유물의 ‘전입 신고’ 격이다.

중앙박물관 ‘새 보물 납시었네’ 전 #새로 국보·보물 된 196점 한자리에 #간송미술관 소장품도 22건 나들이

총 3부로 구성된 전시에선  『삼국사기』 (국보 322-1호) 『삼국유사』권 1~2(국보 306-3호)를 시작으로 가장 오래된 사리장엄구 ‘부여 왕흥사지 출토 사리기’(국보 327호,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고려초 제작된 ‘청자 순화4년 명 항아리’(국보 326호, 이화여대) 등을 만날 수 있다.

눈여겨볼 건 광해군일기·정조실록 등 『조선왕조실록』 9점. 1973년 국보 151호로 처음 지정될 당시 누락됐던 판본이 지난해 추가로 지정돼 이번 전시에 포함됐다. 특히 어람용(御覽用) ‘봉모당본’은 이번에 처음 일반 공개된다. 임금만 볼 수 있던 봉모당본은 푸른 비단을 표지에 둘러 자태부터 귀하다.

문화재청 황정연 학예연구사는 “실록이나 사초는 사관 외에는 볼 수 없다는 원칙이 조선 내내 지켜졌지만 18세기 들어 임금이 볼 수 있게 선대 왕이나 왕비의 공식 행장(죽은 이의 간략한 행적)만 별도 편찬한 게 봉모당본”이라고 설명했다. 영조, 정조, 철종, 헌종, 순조실록에 한해 전해지는데 이번 전시엔 정조실록 부록이 선보인다.

간송미술관 소장 유물로 오는 8월 12일부터 교체전시되는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 [사진 문화재청]

간송미술관 소장 유물로 오는 8월 12일부터 교체전시되는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 [사진 문화재청]

또 주목할 것은 간송문화재단 소장 유물 22건. 특히 보물 1986호 ‘촉잔도권’은 가로 약 8m의 대작으로, 이제껏 간송미술관 외부에 공개된 적 없는 그림이다. 김홍도와 함께 조선 후기 대표 화가로 꼽히는 심사정(1707~1769)이 역동적 필법과 아름다운 채색으로 중국의 관중에서 사천으로 가는 험난한 길인 촉도(蜀道)를 묘사했다. 1936년 간송 전형필이 5000원을 주고 구입해 일본에서 6000원을 들여 복원했다. 서울의 큰 기와집 한 채가 1000원 할 때다.

이번 전시에선 ‘강산무진도’(보물 2029호, 국립중앙박물관)와 나란히 배치됐다. 이인문(1745~1824 이후)이 심사정의 영향을 받아 제작한 가로 8.5m에 이르는 산수화로, 460여 명에 이르는 인물들까지 담아 일종의 풍속화 역할도 한다. 두 작품이 한 공간에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 세부를 잘 볼 수 있게 가로 35m, 높이 3.5m 대형 벽에 디지털 스캔으로 재현한 것도 볼거리다. 다만 ‘촉잔도권’의 경우 8월 12일 이후엔 영인본 전시로 대체될 예정이다.

금강산 1만2000봉을 그린 정선의 ‘풍악내산총람도’(보물 1951호), 김홍도의 ‘마상청앵도’(보물 1970호), 신윤복의 ‘미인도’(보물 1973호, 8월 12일부터 전시) 등도 나왔다. 간송 측이 이처럼 대규모로 소장 유물을 외부에 내준 것은 처음. 간송미술관 관계자는 “수장고 신축공사가 진행 중인 데다 코로나19 등으로 올해 정기전시회는 없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가 당분간 간송 유물을 접할 유일한 기회란 얘기다. 다만 3주 단위로 번갈아 전시되는 교체 시점(8월 12일, 9월 4일)을 체크해 관람해야 한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새 보물 전시회는 2017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인데, 규모로는 역대급”이라고 강조했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일부 유물이 교체되므로 두 번은 봐야 할 정도로 귀한 기회”라고 말했다. 관람은 온라인 예약을 받아 9월 27일까지 휴관일 없이 오전 10시~오후 6시까지 2시간 단위로 200명씩 가능하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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