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아무말 대잔치' 18일…결국 불똥 튄 건 軍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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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을 갖고 주택공급 물량 확대 방안에 대해 협의한 결과 미래세대를 위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해제하지 않고 계속 보존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을 갖고 주택공급 물량 확대 방안에 대해 협의한 결과 미래세대를 위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해제하지 않고 계속 보존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당정 간은 물론이고 여당 대선주자들까지 뒤엉켰던 그린벨트 해제 여부를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정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은 미래세대를 위해 해제하지 않고 계속 보존해 나가기로 했다”고 이날 총리실이 발표했다.

문 대통령 “미래세대 위해 보존” #당정청 그린벨트 혼선 교통정리 #정부, 태릉골프장 주택건설 검토 #국방부 “관계부처·지자체와 논의” #2일 김현미 호출 특단대책 지시 #당내 그린벨트 해제 카드 나와 #당정청 엇박자에 조세저항 시위 #대통령 지지 하락도 영향 준 듯

문 대통령은 그린벨트를 해제하지 않더라도 부동산 공급 확대를 위한 방안 마련을 강조했다. 두 사람은 또 주택공급 물량 확대를 위해 그간 검토해 온 대안 외에도 다양한 국공립 시설 부지를 최대한 발굴·확보하기로 결정했다고 총리실이 밝혔다. 또 국가 소유 태릉골프장 부지를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관계부처와 지자체가 계속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고도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정 총리의 설득을 듣고 결정을 내린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설득 여부가 아니라 그 문제가 이슈가 되니 국민이 궁금해하는 (문제를) 두 분이 정리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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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직후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공주택 공급물량 확대 필요성 및 시급성과 군인 복지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관계부처, 지자체 등과 논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16일만 해도 국방부는 “태릉골프장 일대 주택공급과 관련해 논의된 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었다.

앞서 이날 야당에선 일제히 문 대통령이 직접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도대체 부동산 정책을 누가 주도하는지 분명치 않다”며 “주택정책에 관한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줘야 한다”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문 대통령이 정리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린벨트 논란은 2일 문 대통령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청와대로 긴급 호출해 특단의 아파트 공급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이후 불거졌다. 당정 일각에서 그린벨트 해제 카드가 거론되면서다. 결과적으로 18일 만에 문 대통령이 다시 정리한 셈이다.

이 사이 부동산 정책 항의 집회가 열리고 인터넷상에서 비판 발언이 이어질 정도로 민심이 돌아섰다.

대통령 “공급 확대”가 부른 그린벨트 혼선, 대통령이 정리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3∼17일 전국 유권자 25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문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는 지난주보다 3.9%포인트 내려간 44.8%로 나왔다. 지난해 10월 ‘조국 사태’ 이후 최저다. 부정 평가도 전주보다 4.5%포인트 오른 51.0%로 긍정 평가를 앞질렀다.

18일간 청와대와 정부, 여당이 중구난방 엇박자를 내며 부동산 시장 혼란을 키운 여파다. 정 총리가 ‘개발 신중론’으로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주택공급 확대 논의는 별다른 진전 없이 원점 복귀하는 결과를 맞았다.

당초 그린벨트 해제 추진에 앞장섰던 건 ‘부동산 민심’에 놀란 더불어민주당이다. 지난 6일 당 고위전략회의 참석자는 당시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린벨트 해제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이 완고하게 반대 중이라 해제될지 미지수”라고 했다. 이틀 뒤(8일) 이해찬 대표와 박 전 시장은 비공개 회동했다. 마음이 급한 민주당은 일단 그린벨트 해제 공론화에 돌입했다. 7·10 후속대책 초안에 ‘여의도 면적 10배’ ‘그린벨트 해제’ 등 문구를 넣기로 내부 논의를 마쳤었다고 한다. 다음 날 돌연 전해진 사망 소식은 찬물을 끼얹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원래 7월 9일 (고위 당·정·청) 논의 때 ‘그린벨트 등 공급대책’이 들어가 있었는데 박 전 시장이 갑자기 그렇게 되면서 10일 발표에서 그걸 뺐다”고 말했다.

혼란은 정부로도 옮겨붙었다. 지난 14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그린벨트 문제를 점검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했는데 같은 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라디오에서 “공급은 부족하지 않다”고 했다. 다음 날(15일)엔 정부 부처 세 곳이 입장 발표를 통해 자기들끼리 찬반 공개 논쟁을 벌였다. 기재부·국토부에 서울시까지 가세해 “검토한다” “아니다” 중구난방 메시지를 내 시장 혼란을 가중했다.

그러자 정세균 총리가 직접 나섰다. 총리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금요일(17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을 불러 해제 시 정책 실효성 논란, 투기 과열 등 부작용 우려에 대해 총리가 직접 설명했다”고 말했다. 조율 차원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다른 말을 했다. “당정이 (해제 검토 쪽으로) 의견을 정리했다”(김상조 정책실장)고 했다. 18일엔 민주당 대표 출신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그린벨트를 풀어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국무위원들의 ‘아무 말 대잔치’에 결국 정 총리는 19일 KBS에서 “그린벨트는 훼손 후 복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오후 경제상황점검회의에서 “중구난방, 백가쟁명식으로 나가면 정책 신뢰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이낙연·김부겸·이재명 등 민주당의 차기 주자군도 그린벨트 해제에 부정적인 메시지를 내기 시작했다.

이제 다시 공은 국토부로 넘어갔다. 국토위 소속 한 의원은 “이제 정부가 행정력을 갖고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는 홍남기·김현미 장관과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열었다.

심새롬·김효성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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