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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애플 비밀연구소, K팝팬 노린 애플워치 댄스앱 만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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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댄스학원에서 사람들이 걸그룹 출신 안무강사인 '비키'(사진 맨 앞줄)와 함께 K팝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이소아 기자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댄스학원에서 사람들이 걸그룹 출신 안무강사인 '비키'(사진 맨 앞줄)와 함께 K팝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이소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부분의 산업이 위기를 겪고 있지만 예외도 있다. 수준 높은 댄스음악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대중음악, K팝(K-pop)이 대표적이다. 닐슨뮤직 등에 따르면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한국과 미국의 상반기(1월3일~7월2일) 앨범차트 판매 1위에 올랐고, 걸그룹 블랙핑크가 뮤직비디오에서 입은 개량한복을 사려는 해외 팬들이 하루에 3000~4000명씩 온라인숍에 몰리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K팝 팬들을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위해 싸우는 열정적인 사람들(6월22일자)”이라며 분석 기사를 싣을 만큼 K팝의 영향력이 커지자 애플도 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애플의 스마트워치인 ‘애플워치’가 그 증거다. 애플은 최근 세계개발자회의에서 애플워치의 최신 운영체제(OS)의 운동 애플리케이션(앱)에 ‘댄스’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운동 앱은 특정 운동 유형을 선택해 진행하면 심박수와 칼로리 등을 측정해 보여주는 앱이다.

애플 5년 만에 ‘댄스’ 알고리즘 개발

애플 피트니스 기술부 시니어 매니저인 줄스 아네이. 사진 애플

애플 피트니스 기술부 시니어 매니저인 줄스 아네이. 사진 애플

줄스 아네이(Julz Arney) 애플 피트니스 기술부 시니어 매니저는 최근 서울 삼성동에서 진행한 중앙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의 BTS와 블랙핑크 얘기를 너무나 하고 싶었다”며 애플워치 댄스앱이 탄생한 배경과 원리에 대해 설명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본사와 국내 언론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네이는 “댄스 알고리즘은 2015년 애플워치가 처음 나올 때부터 연구하기 시작해 5년이 걸린 프로젝트”라며 “춤이란 게 걷기나 뛰기처럼 반복적인 움직임이 아닌데다, 팔목에 차는 시계를 다리와 동기화해 정확한 심박수와 칼로리 측정을 하는 게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애플워치 운동앱에는 총 20개의 운동 유형이 있는데 이 중 절반 정도는 달릴 때 심박수와 움직임을 기준으로 칼로리를 산정하는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다.

댄스 알고리즘은 애플의 ‘비밀 연구소’에서 탄생했다. 애플 본사에는 각각 수십 명의 생리학자와 의료진, 운동전문가들이 모여 신진대사 카트(소모된 칼로리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한 장치)와 칼로리 소모, 산소소비량, 호흡 내 이산화탄소 배출 비율 등을 연구하는 공간이 있다. 온도와 산소량 등이 다른 방들도 있다.

 애플워치 운동앱의 '댄스' 기능 화면. 사진 애플

애플워치 운동앱의 '댄스' 기능 화면. 사진 애플

헬스케어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이 연구소는 미국에서도 몇 차례 공개된 적이 없을 정도로 애플의 핵심 시설로 꼽히는데, 수영이나 요가 등 다양한 운동 상황에서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까지 직접 측정·연구 

아네이는 “의료기관에 있는 기존 데이터를 가져다 쓰는 게 아니라 실험부터 분석·연구, 알고리즘 개발까지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애플이 진행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많은 운동 중에 애플은 왜 댄스에 주목했을까. 아네이는 “K팝 열풍에서 알 수 있듯 댄스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가장 재미있고 가장 흔하게 즐기는 활동”이라며 “댄스를 통해 더 생기 넘치고 건강한 삶을 살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본사. 사진 애플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본사. 사진 애플

그동안 팔·다리를 자유롭게 움직일 때 ‘실제로’ 얼마나 많은 칼로리가 소모되는 지는 애플에서도 장담할 수 없는 도전과제였다. 댄스 앱 개발을 위해 애플 연구소는 신진대사 카트를 등에 멘 상태로 골반에 스마트폰을 착용해 엉덩이의 움직임을 시계가 감지할 수 있게 했다. 신진대사 카트에는 얼굴에 쓰는 마스크가 달려있어 실험자가 이를 쓰고 춤을 추면 코와 입으로 얼마나 많은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고 열량을 얼마나 태우는지 측정할 수 있다. 여기에 가속도를 재는 ‘가속도계’와 수영장에서 턴을 할 때처럼 회전체의 운동을 측정하는 ‘자이로스코프’를 통해 팔만 사용할 때, 다리만 사용할 때, 전신을 사용할 때의 차이를 비교했다.

아네이는 “다앙한 센서에서 얻은 데이터를 조합해 댄스 맞춤형 알고리즘을 만들었고 사용자가 어떤 춤을 추든 ‘진실’에 가까운 정확한 열량을 측정할 수 있게 됐다”며 “개발은 난제였지만 사용자들은 최대한 쉽고 간단하게 운동 정보를 체크할 수 있길 원했다”고 했다.

스마트폰 인기는 줄지만 스마트워치는 예외 

스마트워치와 K팝의 공통점은 코로나 사태와 상관없이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스마트워치 시장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성장해 1780만대가 팔렸다.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대수가 지난해 대비 약 12%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카운터포인트 관계자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스마트워치에 탑재된 심박수 측정, 운동 추적 기능들이 소비자의 관심을 끌었다”고 분석했다.

 유튜버로 활동 중인 박지우(사진 왼쪽) 씨가 애플워치를 착용하고 운동하는 모습.

유튜버로 활동 중인 박지우(사진 왼쪽) 씨가 애플워치를 착용하고 운동하는 모습.

K팝의 인기는 코로나 이후에도 진행형이다. 걸그룹 달샤벳 출신으로 서울 논현동에서 K팝 댄스 안무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강은혜(‘비키’)씨는 “코로나 발생 전에는 아시아·미국·독일·스페인 등 세계 곳곳에서 K팝 댄스를 배우려고 강습소를 찾는 사람들이 많았고, 한국의 댄스 학원을 돌며 K팝을 배우는 투어 코스도 인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이후에도 한국에 머무는 외국인 교환학생이나 K팝에 관심이 많은 다양한 연령대의 수강생들이 여전히 많다”며 “춤을 좋아한다, 춤을 배운다는 말이 멋지고 건강한 취미를 가졌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운동량과 칼로리 등을 체계적으로 측정하고 기록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유튜브에서 ‘디디미니’라는 이름으로 건강한 다이어트와 운동법을 공유하고 있는 박지우 씨는 “피트니트 센터의 운동기구나 기존 운동앱들은 실제보다 칼로리를 더 소모했다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튜브를 보면서 팔·다리를 다 쓰는 전신 복합 운동이나 유산소 댄스 등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정확한 칼로리 계산이 가능하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댄스앱, 이달말 소비자들에 출시  

애플은 이달 말 댄스앱을 담은 애플워치의 새로운 OS 베타버전을 선보일 계획이다. 아네이는 “이제 춤추며 운동하려는 사람들이 숙련도와 상관없이 정확한 운동과 칼로리 기록을 남길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 K팝 팬들이 더 건강하게 음악과 댄스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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