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신분증 검사 후 미성년자 합류…이 술집 처벌은

중앙일보

입력 2020.07.20 10:00

[더,오래] 박용호의 미션 파서블(2)

미성년자의 가짜 신분증을 믿고 술을 팔았는데 단속에 걸려 영업정지를 받게 된다면? 만취해 행선지도 말하지 못하는 승객을 지나친 택시기사가 승차거부로 경고를 받게 된다면? 알면 구제가능하지만 모르면 구제불능인 법률! 변호사가 실제 사례를 재구성해 법으로 구제 가능한 방안을 소개한다.〈편집자〉

더미래연구소가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2020 대한민국 자영업 보고서’에 따르면 연 매출 4800만원이 안 되는 영세사업자 중에는 음식업(32.6%)의 비중이 상당하다. 폐업률이 가장 높은 업종도 음식업인데(18.1%), 창업률이 제일 높은 업종도 음식업이다(24.2%). 다른 업종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아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사람이 가장 많이 도전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많이 실패하기도 하는 음식업. 오늘도 성공을 꿈꾸며 음식업을 창업하지만, 남들도 많이 하는 업종이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고 손님을 모으기도 쉽지가 않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온 가족이 노력해 이제 조금 자리를 잡아가는 피와 땀이 어린 식당의 구석 테이블에 앉아서 술을 마시던 손님이 미성년자라면서 형사처벌과 영업정지 대상이라는 말을 들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래 사례를 통해 구제방안을 알아보자.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에게 술을 가져다줬는데 미성년자라면
B씨는 은퇴 후 퇴직금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다가 요즘 뜨고 있다는 ㄱ치킨 전문점을 오픈하기로 했다. 본사에서 교육도 받고 부동산 사무실을 통해 유망한 상가도 추천받은 후, 목 좋은 곳에 ㄱ치킨 전문점을 의욕 넘치게 오픈했다. 개업 후 한동안은 그동안 못 만났던 친구들, 지인들이 찾아와 가게가 북적였다. 하지만 서너 달 후 100m도 안 되는 거리에 경쟁 치킨집이 오픈해서인지 손님이 차츰 줄어갔다. 아르바이트생도 줄이고, 아내와 둘이 가게를 지키는 날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젊어 보이는 손님 3명이 찾아와서 치킨과 맥주를 주문했다. 나이가 의심스러워 신분증을 검사했는데, 다행히 미성년자는 아니었다. 맥주를 가져다주고 간만에 찾아온 손님 때문에 기분 좋게 치킨을 튀기고 있는데, 갑자기 경찰이 들이닥쳐 손님 3명의 신분증을 검사했다. 조금 후 경찰은 손님 3명이 미성년자라면서,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았으니 형사처벌, 영업정지 대상이라고 이야기한다. 영업정지를 당하면 임대료는 어떻게 하지, 그동안 생계는 어떻게 하나. B씨는 머릿속이 하얘지고 말았다.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매하면 처벌은?

음식점 점주가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하면 1차 위반 시 영업정지 2개월, 2차 위반 시 영업정지 3개월, 3차 위반 시 영업허가 취소 또는 영업소 폐쇄의 행정처분을 받는다. [사진 pxhere]

음식점 점주가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하면 1차 위반 시 영업정지 2개월, 2차 위반 시 영업정지 3개월, 3차 위반 시 영업허가 취소 또는 영업소 폐쇄의 행정처분을 받는다. [사진 pxhere]

식품위생법은 식품접객영업자(음식점 점주)가 청소년(미성년자)에게 주류를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식품위생법 제44조 제2항 제4호). 만약 이를 어긴 경우 영업허가가 취소되거나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그 영업의 전부 또는 일부가 정지될 수 있다(식품위생법 제75조 제1항 제13호). 좀 더 구체적으로는 미성년자에게 주류를 제공할 경우 1차 위반 시 영업정지 2개월, 2차 위반 시 영업정지 3개월, 3차 위반 시 영업허가 취소 또는 영업소 폐쇄의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또한 청소년보호법은 누구든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주류를 판매, 대여, 배포하거나 영리를 목적으로 무상으로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이를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청소년보호법 제59조 제6호).

미성년자의 경우 정신적·육체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상태이고, 국가는 미성년자를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고 구제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매하면 영업정지 또는 영업허가 취소, 형사처벌 등 엄격한 제재를 가하는 것이다.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매하면, 무조건 처벌을 받게 되는 걸까.

미성년자가 신분증을 위조·도용하는 경우, 또는 미리 온 손님은 신분확인을 했지만 뒤늦게 온 일행 중에 미성년자가 포함된 경우라면 가게 주인 입장에서는 억울한 마음이 앞설 것이다. 이렇게 억울한 사정이 있는 가게 주인이라도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매하면 무조건 처벌을 받는 걸까.

미성년자의 신분증 위·변조, 도용으로 가게 주인이 미성년자인 사실을 알지 못했거나 폭행 또는 협박으로 미성년자임을 확인하지 못한 사정이 인정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무혐의 또는 기소유예 처분, 선고유예 판결을 받을 수도 있다. 또는 영업정지 처분을 면제받거나, 영업정지 대신 과징금만 납부할 수도  있다(식품위생법 제75조 제1항 단서, 동법 시행령 제52조 제3항).

미성년자 주류 제공에 대처 방법은?

가급적 모든 손님에 대해서 신분증을 확인하고, 신분증 사진과 얼굴을 대조해 보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제작 김소연]

가급적 모든 손님에 대해서 신분증을 확인하고, 신분증 사진과 얼굴을 대조해 보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제작 김소연]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매했다고 무조건 처벌받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있는다고 해서 경찰이나 행정청이 내 얘기를 100% 믿어주는 것은 아니다. 그럼 자영업자인 가게 주인의 입장에서 혹시나 모를 미성년자 주류 제공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먼저 특별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가급적 모든 손님에 대해서 신분증을 확인하고, 신분증 사진과 얼굴을 대조해 보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가게에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포스터를 붙여 놓거나, 평소에 아르바이트생에게 손님들 신분증 검사를 철저히 하도록 지시하는 문자를 남겨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만약 미성년자에게 주류를 제공했다면, 당시 미성년자임을 인지할 수 없었던 경위(신분증 위·변조, 도용, 신분증 검사 이후 미성년자 합류 등)에 대해 합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술 판매금액이 적거나 영업정지로 인한 피해가 막심하고 생계에 위협이 되는 정도라면 이를 구체적으로 해명하는 것이 좋다.

미성년자 주류 제공으로 단속되더라도 ‘벌금 한 번 내고 말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한 번 벌금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두 번째, 세 번째에는 가중처벌되고, 영업허가가 아예 취소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일이 아예 발생하지 않도록 평소에 세심히 관리하고, 단속됐을 경우 억울함이 없도록 철저히 대처하는 것이 좋다.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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