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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본·듣·한·말’ 몸으로 체험한 내용 글로 풀면 내 것 되죠

중앙일보

입력

소중 학생기자단과 정민아 선생님이 비 오는 인천 개항장 문화역사의 거리를 찾았다. 1883년 인천 개항 이후 13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소중 학생기자단과 정민아 선생님이 비 오는 인천 개항장 문화역사의 거리를 찾았다. 1883년 인천 개항 이후 13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어느덧 2020년의 절반이 지나갔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소중 친구들의 학교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죠. 수업일수가 줄어들며 여름방학은 대폭 짧아졌습니다. 짧아진 만큼 알찬 방학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겠죠. 미뤘던 체험학습도 하고, 마음의 양식을 쌓을 수 있는 책도 읽으면서요. 꽉 찬 여름방학을 보낼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밖에서 체험하며 지식 쌓기

비가 보슬보슬 내리던 날, 남재준·안예성 학생기자가 인천 개항장 역사문화의 거리를 찾았습니다. 개항 이후 130여 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공간이죠. 일본식 가옥을 개조해 만든 카페 ‘관동 오리진’에서 경기도 부명초등학교 정민아 선생님을 만났어요. “오늘은 체험학습이 중요한 이유를 알아보고, 체험학습 보고서 작성법도 배울 거예요. 그 후 개항장 거리로 나가 우리나라 역사를 몸으로 느껴봅시다.”

일본식 가옥을 개조한 카페 '관동 오리진'에서 정민아(왼쪽)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있는 학생기자단.

일본식 가옥을 개조한 카페 '관동 오리진'에서 정민아(왼쪽)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있는 학생기자단.

체험학습은 학교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다양한 것들을 학교 밖에서 체험하고, 이를 통해 배움의 폭이 넓어지는 것을 목적으로 하죠. 체험 후 활동도 중요합니다. 귀찮더라도 체험학습 보고서는 꼭 작성하는 것이 좋아요. 체험한 내용을 써내려가며 글쓰기 능력과 논리력을 키울 수 있고요. 학습 내용을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는 등 사고력·감수성을 기르는 종합 훈련이죠.

“체험학습 보고서에는 여러분이 체험학습을 통해 경험한 것과 이를 통해 느낀 점이 자세하게 들어가면 좋아요. 첫째, 내가 가본 곳을 시간 순서대로 적습니다. 시간순으로 장소를 정리하지 않으면 무엇을 먼저 써야 할지 헷갈릴 수 있어요. 어떤 장소를 중심으로 쓸지 정하는 게 보고서 작성의 시작이죠.”

둘째, 겪은 일을 생생하게 기록합니다. 정민아 선생님은 ‘본·듣·한·말’을 기억하라고 설명했어요. “체험한 일을 자세히 서술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친구들이 많은데요. 체험학습을 가서 새롭게 ‘본’ 게 무엇인지, 전문가·선생님·부모님 등에게 무엇을 ‘듣’고 배웠는지, 새롭게 ‘한’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말’하고 반응했는지를 줄인 게 ‘본·듣·한·말’입니다. 네 가지를 골고루 활용하면 체험 내용을 자세히 묘사할 수 있죠.”

남재준(왼쪽)·안예성 학생기자가 정민아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있다.

남재준(왼쪽)·안예성 학생기자가 정민아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있다.

셋째, 느끼고 배운 점을 씁니다. 느낀 점을 서술할 때는 ‘좋았다’ ‘재밌었다’ 같은 두루뭉술한 단어보다 ‘이러저러 해서 생기가 돌았다’ 등 구체적인 감정 언어를 사용합니다. 내가 느낀 감정을 상대방에게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죠. 배운 점은 교과서와 연계해 해당 단원이나 지식을 함께 적어요. 인천 개항장 거리를 다녀온 후, ‘사회 2학기 2단원 새로운 사회를 향한 움직임에서 배운 역사적 배경을 살펴볼 수 있었다’라고 쓰는 식입니다.

넷째, 사진 등 생생한 기록을 첨부합니다. 가장 인상 깊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을 첨부하면 금상첨화죠.마지막은 다양한 형식의 체험학습 보고서를 만들어보는 겁니다. 예를 들면, 체험학습지로 떠나기 전 궁금한 점을 적은 질문지와 체험학습을 통해 알게 된 답을 인터뷰하듯 정리할 수 있겠죠. 이외에도 편지·만화 등 방법은 무궁무진하니 아이디어를 발휘해 보세요.”

청일 조계지 계단을 기준으로 왼쪽은 청나라 양식의 건물이, 오른쪽은 일본식 목조 건물이 자리했다.

청일 조계지 계단을 기준으로 왼쪽은 청나라 양식의 건물이, 오른쪽은 일본식 목조 건물이 자리했다.

체험학습 보고서 작성 꿀팁도 습득했으니 몸을 움직일 차례겠죠. 마스크를 단단히 착용하고 인천 개항장 문화역사의 거리로 나섰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박물관·전시관이 대부분 문을 닫았지만, 거리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옛 건물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공부할 수 있어요. 먼저 이국적인 석등이 늘어선 청일 조계지로 향했습니다. 조계란, 외국인이 자유롭게 거주하면서 치외법권(다른 나라의 영토 안에 있으면서도 그 나라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권리)을 누리도록 설정한 구역이에요. 조선은 1883년 일본과 ‘일본 전관조계 협정’을 맺어 인천에 일본인의 자치구역인 조계지가 형성됐죠. 1년 뒤 청나라와도 협정을 맺었고, 청나라는 일본 조계지 옆에 자리를 잡았어요. 그 사이에 경계선이 생기며 청일 조계지 계단이 만들어졌습니다.

조계지 계단에 올라서니 인천 제물포 일대가 한눈에 들어왔죠. “계단을 기준으로 어느 쪽이 청나라 조계지고, 어느 쪽이 일본 조계지일까요?” “오른쪽이 일본 조계지 같아요.” 재준 학생기자가 답했어요. “맞아요. 왼쪽은 화려한 중국식 건물이, 오른쪽은 차분한 일본식 목조 주택이 들어섰죠. 계단 양쪽 석등 모양도 달라요. 확연히 다른 양국의 건축 양식을 확인할 수 있어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고도 불린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호텔인 대불호텔 전시관에서는 가상 피팅기를 이용해 근대 의상을 착용해볼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호텔인 대불호텔 전시관에서는 가상 피팅기를 이용해 근대 의상을 착용해볼 수 있다.

인근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호텔인 대불호텔 전시관이 있어요. 빨간 벽돌에 흰 창문과 발코니가 인상적인 대불호텔은 개항한 인천을 통해 입국한 외국인들이 서울로 가기 전 묵었던 곳이죠. 과거 객실을 재현한 방·연회장·근대 물품 등과 함께 근대 의상을 가상으로 착용해볼 수 있는 장치도 있죠. 코로나19가 잠잠해져 전시관의 문이 활짝 열리길 바라며 옆 건물로 발길을 옮겼어요. 고풍스러운 아이보리색 건물에 ‘조선은행’이라는 한자가 눈에 띄었죠. 바로 인천 개항박물관이었는데요. 왜 은행이라 써 있을까요? 개항박물관은 개항 당시 인천의 유일한 금융기관이었던 옛 일본 제1 은행 지점을 2010년 박물관으로 재탄생시킨 곳이기 때문입니다. 개항기 인천 풍경부터 다양한 역사 유물이 가득하죠.

재준·예성 학생기자가 개항 당시 일본 제1 은행으로 쓰였던 인천 개항박물관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재준·예성 학생기자가 개항 당시 일본 제1 은행으로 쓰였던 인천 개항박물관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인천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는 제물포구락부가 있습니다. “‘구락부(俱樂部)’가 뭘까요?” 뜻을 짐작할 수 없는 단어에 두 사람이 고개를 갸웃했어요. “구락부는 ‘클럽(Club)'의 일본식 표기예요. 즉 제물포클럽이죠. 인천에 거주하던 미국·영국·독일·프랑스 등 외국인이 원활히 교류하기 위해 지어진 사교조직 건물입니다. 양철로 덮인 지붕이 독특하죠? 내부에는 사교실·도서관·바(Bar) 등이 있다고 해요. 제17호 시 유형문화재이기도 합니다.”

조선은 청나라·일본 외에도 미국·영국·독일 등 다양한 나라와 조약을 체결했다. 각국 조계 표지석을 둘러보는 학생기자단.

조선은 청나라·일본 외에도 미국·영국·독일 등 다양한 나라와 조약을 체결했다. 각국 조계 표지석을 둘러보는 학생기자단.

제물포구락부에서 내리막길을 따라 걸으면 눈요깃거리가 넘치는 인천아트플랫폼이 나옵니다. “공방·전시관·공연장·자료관 등 다양하게 활용되는 곳이에요. 2017년 방영된 tvN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알려져 핫플레이스로 떠올랐죠. 건물 사이에 숨어있는 조각상, 철골 작품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할 거예요.” 두 학생기자는 배트맨의 머리에 스파이더맨의 팔, 헐크의 몸을 가진 조각상 앞에서 웃음을 터뜨렸어요.

인천아트플랫폼은 공방·전시관·공연장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복합문화예술 공간이다.

인천아트플랫폼은 공방·전시관·공연장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복합문화예술 공간이다.

코로나19로 전시관·박물관 내부를 보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학생기자단이 발길을 돌렸어요. “임시 휴관이 끝나면 꼭 다시 들를 거예요.” 예성 학생기자가 다짐했어요. “오랜만에 체험학습해보니 어떤가요? 교과서에서 보던 근대 역사 현장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뜻 깊죠. 오늘 집에 돌아가면 꼭 체험학습 보고서를 작성해 보세요. 기억이 생생하고, 감정이 사그라지기 전에 보고서를 쓰는 것이 중요하답니다. 큰 공을 들이지 않아도 괜찮아요. 기록하는 습관이 쌓이면, 여러분의 생각 주머니도 넓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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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박소윤 기자 park.soyoon@joongang.co.kr, 사진=이상윤(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남재준(서울 도성초 6)·안예성(인천 연성중 1)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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