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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색·모양·꿀…여름꽃이 치열하게 제 매력 가꾸는 까닭

중앙일보

입력

여름은 왜 여름일까요? 얼음이 얼어서 얼음이듯이 열매가 열려서 ‘열음’이었다가 지금처럼 ‘여름’이 된 것입니다. 열매와 관계가 깊은 계절이죠. 꽃가루받이를 성공시켜 만들어진 열매는 여름에 살이 쪄야 해요. 식물은 저마다 더운 여름에도 열심히 광합성해 양분을 만들어 열매에 보냅니다. 우리는 더워서 피하고 싶은 여름, 식물은 자신에게 제일 필요한 계절로 생각하고 열매를 키우기 위해 일해요. 그런 의미에서 여름은 아주 활기찬 계절입니다.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4 여름꽃

여름에 피는 꽃이 있을까요? 아주 많답니다. 가을에도 꽃은 피지만 주로 풀에 피고, 우리가 먹을 만한 열매를 매달아 흔히 유실수라고 부르는 나무는 여름을 넘겨서 꽃을 피우기 어렵습니다. 여름에 꽃을 피워 가을에 열매가 익는 대추나무·밤나무를 떠올려 보세요. 가을에 꽃을 피워 가을에 열매를 커다랗게 맺기에는 부담이 크겠죠. 큰 열매가 아니더라도 여름에 꽃을 피우는 나무·풀이 오히려 봄보다 더 많다고도 해요. 온통 초록으로 우거진 계절, 수많은 꽃 중에서 곤충의 눈에 띄려면 저마다 멋진 작전을 써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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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능소화
여름을 대표하는 꽃 중에 능소화가 있습니다. 나팔꽃과 비슷한데 겉은 귤색이고 안은 진한 다홍색으로 눈에 잘 띄죠. 숲속보다는 주로 공원이나 주택가에 많아 동네를 거닐다가 종종 만났을 거예요. 능소화의 이름 한자 능소(凌霄)는 ‘하늘을 올라간다’는 뜻으로, 덩굴나무라서 붙여진 이름 같습니다. 영어로는 Chinese trumpet creeper라고 합니다. 중국이 원산지이고 트럼펫처럼 생긴 덩굴식물이란 뜻이죠. 한때 능소화 꽃가루가 눈에 들어가면 실명을 한다는 가짜뉴스가 널리 퍼졌는데요. 식물학자·안과의사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고 여러 매체를 통해 제대로 알려주셨죠. 누가 언제부터 그런 악의적인 거짓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능소화를 심고 가꾸고 보는 것을 원치 않아서 유언비어를 퍼뜨린 것 같아요. 과거에는 양반들만 심고 가꾸는 ‘양반꽃’이라고 불렸다는데 그와 비슷하게 만들어진 헛소문 같아요. 거짓말을 하는 것도 나쁘지만 그런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능소화를 미워한 사람들도 되돌아볼 필요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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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다름 아닌 그냥 식물입니다. 생명체는 저마다 생태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기 삶에 최선을 다하죠. 거기에 우리가 싫다 나쁘다 하는 감정을 넣어 특정한 생물을 혐오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면 안 되겠죠. 나와 함께 지내는 가족이나 친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을 그들 그대로 인정해야지 내 맘과 다르다고, 내 맘을 몰라준다고 해서 나쁘다고 생각하거나 미워하면 안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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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꽃의 화려함
초봄엔 생강나무·산수유·개나리처럼 노란색 꽃이 많이 핍니다. 5~6월 초여름엔 아까시나무·산딸기·찔레·이팝나무·때죽나무·층층나무 등 흰색 꽃이 많이 핍니다. 한여름이 되면 꽃의 색깔이 화려해집니다. 열대우림에 사는 동식물은 모양과 색이 아주 화려하죠. 왜 그럴까요? 워낙 많은 동식물이 살기 때문에 짝짓기를 위해 경쟁을 피할 수 없죠. 경쟁에서 눈에 띄려면 힘도 세야겠지만 건강한 유전자를 갖고 있음을 화려한 무늬나 색으로 과시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여름 식물도 비슷해요. 많은 종류가 꽃을 피워 곤충들을 부르기 때문에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명하고 화려한 색과 무늬를 띠죠. 자귀나무·능소화·배롱나무·석류나무·붓꽃·참나리·접시꽃·봉숭아 등이 대표적이에요. 회화나무·쉬나무·칡·토끼풀 등은 꿀을 많이 만들어 곤충을 유혹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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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것들 사이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나만의 매력. 주변의 친구·동료 사이에서 빛이 나는 나만의 매력은 뭘까요? 키가 크거나 눈이 크고 코도 오똑하면 좋을까요? 유명한 브랜드의 옷을 입거나 신발을 신으면 다른 친구들에 비해 멋질까요? 아마 이쁘고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 하지만 타고난 외형이나 많은 돈을 필요로 하는 그런 매력은 진짜 내가 아니라 겉모습에 그치지요. 사람의 경우 동물이나 식물과는 좀 다르게 누구나 자신만의 매력을 내면에 갖고 있어요. 내 안에 있는 매력이 무엇인지 어떻게 더 계발하고 발전시킬지 생각해보는 계절이 되면 좋겠습니다.

글·그림=황경택 작가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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