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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반년, 권준욱의 반성 "초기 WHO 마스크 지침 따라 죄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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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 연합뉴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 연합뉴스

"사실 하루하루 어떻게 가는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오는 20일이면 우리나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꼭 6개월이 된다. 반년 새 학교와 교회는 문을 닫았고, '비대면' 수업과 예배, 마스크가 일상이 됐다.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최전선에서 일해온 권준욱(56)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18일 지난 반 년간의 소회를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하루하루 어떻게 가는지 몰라" #"대구·수도권 감염. 두번의 변곡점" #"마지막엔 사과해야 할 것들 다짐"

두 번의 변곡점과 6개월

권 부본부장은 30년 넘는 시간을 감염병과 싸워왔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1989년 국립보건원에 들어간 이후 방역과를 거쳐 질병관리본부에서 전염병 관리과에서 일했다. 이후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과 대변인을 거쳐 올 2월부터 국립보건연구원 원장을 겸하고 있다.

그는 지난 6개월에 대해 "두 번의 변곡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밝힌 첫 번째 변곡점은 대구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이었다. 그는 "국내 코로나19 유입 후 대구 등 특별관리지역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환자를 보였던 그 순간"이라며 "그 당시 코로나19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것은 우리만의 상황은 아니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슬기롭게 그리고 신속하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 대처했다"고 조심스레 평가했다.

5월 이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5월 이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두 번째 변곡점으로는 수도권 감염을 꼽았다. 서울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발생한 집단감염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그는 "4월 말, 5월 초를 거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또 한 번의 유행 우려가 있었고, 실질적으로 많은 환자 발생이 있었다"고 말했다. 권 부본부장은 "지금 전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들이 첫 번째 변곡점을 겪은 후 대개 봉쇄를 풀고 완화하는 과정에서 두 번째 변곡점 자체가 첫 번째 변곡점 이상의 유행으로 치닫는 모습이 몇몇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두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코로나19를 봉쇄를 풀고 안심할 수는 없는 단계라는 의미다.

브리핑 마지막 하게 되면…"사과해야 할 것 다짐"

방역 실무자로서의 소회도 털어놨다. 그는 "사실 하루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서 "항상 부족함, 더 나아가서는 브리퍼(발표자)로서의 죄송함을 마음속에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면서 "브리핑을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순간이 오게 되면 반드시 사과해야 할 것들을 항상 다짐하고 있다"고 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 연합뉴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 연합뉴스

방역 당국을 대표해 국민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생각해오던 '사과' 대상도 구체적으로 짚어 말했다.

권 부본부장은 '마스크'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잘 알지 못할 때 마스크 착용과 관련해서 그 당시 세계보건기구(WHO)나 각국의 지침대로 말씀드렸던 점을 항상 머리 숙여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초창기 WHO 등의 지침에 따라 의료진이나 병원 방문을 하는 게 아니라면 일반인들은 마스크보다는 사회적 거리두기, 손 씻기가 우선이라고 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부적절한 면이 있었다는 것이다. 질본은 지난 17일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감염 위험이 5배 증가한다며 거리두기가 어려운 실내에선 마스크를 꼭 써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확진자와 감염이 일어난 지역에 대한 이야도 꺼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여러 가지 개인정보에 해당할 수 있는 것, 또 특정한 어떤 지역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은 발표자로서 혹시라도 실수가 따라갔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을 더했다. 확진자 발생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개인정보를 의도하지 않게 많이 노출하거나 특정 지역을 언급해 선의의 피해를 발생시켰을 수도 있다는 반성이다.

그는 "방역 실무자로서 소회보다 브리핑 과정에서 잘못됐거나 실수했거나, 잘못 얘기한 것들을 차곡차곡 해놨다가 나중에 수정하고, 마지막 순간에 모아서 정확하게 해명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15일 김포공항 출국장에 제주행 여행객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뉴스1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15일 김포공항 출국장에 제주행 여행객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뉴스1

권 부본부장 "거듭, 또 거듭" 강조한 '휴가' 걱정

그는 이날 브리핑에서 에어컨을 통한 공기 전파 우려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에어컨을 매개로 한 감염 우려 질문에 "이미 200여 명의 전문가가 세계보건기구에 공기 전파 가능성에 대한 인정과 대책을 촉구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써는 비말의 경우 공기 흐름을 통해 통상적 감염 범위인 2m 이내 거리보다 좀 더 먼 거리에서 감염 가능성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방역 당국으로서도 특별히 밀집·밀폐된 환경에서 많은 사람의 활동이 이뤄지는 장소에 대한 방역수칙 준수와 거리 두기 이행을 당부드리는 이유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곧이어 그는 여름 휴가철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언급했다. '거듭거듭'이란 단어를 사용하며 방역 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그는 "코로나19 예방과 확산 차단을 위해 많은 사업장, 기관에서 여름 휴가를 분산해서 시행하는 노력을 같이 해주는 데 감사하다"며 "휴가를 떠나거나 계획 중인 분들은 항상 주변에 코로나19가 어른거린다고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거듭거듭 몸이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의료진도 진료 중 의심되면 설령 아니라 하더라도 한 번이라도 검사나 진단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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