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작년 적자 사과농사, 올해 흑자 바라보는 비결

중앙일보

입력 2020.07.18 15:00

[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74) 

귀농한 지 어언 6년. 드디어 농작물이 자리를 잡아 올해는 제대로 소득을 올릴 수 있게 된 경기도 오산의 A씨는 꿈에 부풀어 있다. 서울에서 하던 사업을 접고 귀촌해 조금씩 심은 사과나무가 제법 씨알을 굵게 맺어 뿌듯하다. 얼마 되지 않은 물량이지만 내가 가꾼 과일이 시장으로 나간다는 것이 대견하다.

서울에서 하던 사업을 접고 귀촌해 가꾼 과일이 시장으로 나간다는 것이 뿌듯하다. [사진 pxhere]

서울에서 하던 사업을 접고 귀촌해 가꾼 과일이 시장으로 나간다는 것이 뿌듯하다. [사진 pxhere]

그러나 작년 첫 수확과 함께 첫 소득을 얻었을 때 기쁨보다 실망이 앞섰던 기억이 있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다. 앞으로 남고 뒤로 까진다는 말처럼 이것저것 정산하고 나니 남기는커녕 적자였다. 적자는 예상했지만, 도대체 얼마가 적자인지도 몰라 낭패감이 들었다. 그래서 올해는 연초부터 장부를 꼼꼼히 작성해 비용 관리를 하고 있다.

A씨는 이제야 농업 회계에 눈을 떴다. 농업 회계란 농사를 지으면서 발생하는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는 것이다. 특히 농업은 비용을 조목조목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족농이나 소농이 많으므로 생활비와 영농비가 섞여 재무상태와 수지상황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적어도 한해 농사를 시작할 때 발생하는 재료비와 인건비, 경비를 꼼꼼히 기록하고, 챙기고, 현재 가지고 있는 융자금의 원금과 이자 상환을 계산하고 있어야 한다.

아무리 억대 농부라고 해도 매출 2억원에 비용이 1억7000만원이 발생하고 금융 이자가 1000만원이 지출되었다면 수익은 고작 2000만원에 불과하다. 2000만원도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본인의 인건비와 생활비를 계산하지 않았으니 정작 통장에는 잔고가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빛 좋은 개살구. 많은 농가에서 보아왔던 모습이다.

우선 자신의 농장에 대한 현황을 파악해야 한다. 현황 정보에는 품목, 조성형태, 회계 주기, 생산형태, 생산 규모, 세무형태가 있다. 농업 품목은 주로 식량작물, 축산, 채소, 과수, 화훼, 특용작물, 사료녹비, 곤충 등으로 나눈다. 그리고 품목마다 세분류할 수 있다. 채소의 경우는 과채류, 산채류, 근채류, 조미채소, 양채류, 엽경채류로 나눈다. 그중 과채류에는 수박, 멜론, 딸기, 오이, 가지, 토마토 등이 있다. 자신의 선택하거나 재배하는 농작물의 품목은 알아 두어야 한다.

농업 회계란 농사를 지으면서 발생하는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는 것이다. 특히 농업은 비용을 조목조목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진 pxhere]

농업 회계란 농사를 지으면서 발생하는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는 것이다. 특히 농업은 비용을 조목조목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진 pxhere]

조성행태는 1년 1작 또는 1년 다작, 다년 1작, 다년 형성 매년 수확, 단년 형성 다년 수확, 수시 수확으로 나눈다. 몇 년간 조성하고 수확 시기가 어떤가에 따라 회계 주기를 판단할 수 있다. 회계 주기는 결산을 어느 시기에 시작하고 종료하는 기간을 말한다.

생산형태는 작물을 생산하는 방법으로 노지에서 재배하느냐, 시설에서 재배하느냐, 관행 농법인가 친환경 농법인가, 토경 재배를 하는가 양액 재배를 하는가를 구분하는 것이다. 버섯의 경우에는 원목 재배와 배지 재배로 구분된다. 농산물 생산 형태에 따라 같은 농산물도 원가와 비용이 달라지므로 파악이 중요하다. 생산 규모는 농장의 토지 규모와 시설 규모를 뜻한다.

세무형태는 일반적으로 농가는 소득세 비과세 대상이고,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이다. 농업·의료·보건· 교육·문화 등의 사회 기초 분야는 부가가치세가 면제된다. 농산물도 원물을 면세 대상이나 가공식품이나, 농촌 관광 상품은 과세 대상이 되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소득세 비과세는 매출 10억원 이하의 작물 재배업은 모두 해당하고, 전통주 제조업의 경우 소득이 연간 1200만원 미만일 경우 비과세가 된다. 또한 지역 특산품도 비과세 대상에 해당한다.

A씨 사과 농장의 품목은 과수류의 사과이고, 조성형태는 1년 1작이다. 회계 주기는 1년이고, 생산형태는 노지에 친환경 농업을 선택했다. 생산 규모는 과수원 2000평이고, 세무형태는 소득세 비과세 대상, 부가가치세 면세에 해당됐다. 융자금이 1억원 있다. 과수원 부지 구입에 썼다. 사실 이 정도만 파악해도 훌륭하다.

연초부터 A씨는 장부를 작성했다. 금전출납부를 일기처럼 작성했다. 우선 수입과 지출을 구분했다. 수입은 매출, 영업 외 수익, 자산수입, 부채수입으로 구분해 적었다. 올해는 아직 매출이 없다. 그러나 틈틈이 마을 농장에 가 품앗이처럼 일을 도와주면서 얻은 알바비가 150만원이 있다. 영업외수익으로 150만원을 기록했다.

A씨 사과 농장의 품목은 과수류의 사과이고, 조성형태는 1년 1작이다. 회계 주기는 1년이고, 생산형태는 노지에 친환경 농업을 선택했다.[사진 pixabay]

A씨 사과 농장의 품목은 과수류의 사과이고, 조성형태는 1년 1작이다. 회계 주기는 1년이고, 생산형태는 노지에 친환경 농업을 선택했다.[사진 pixabay]

지출은 재료비, 노무비, 경비, 판관비, 영업 외 비용, 가정비, 부채 지출, 자산지출로 구분했다. 재료비와 노무비, 경비는 생산 원가에 해당하므로 꼼꼼히 적었다. A씨 본인과 부인의 인건비와 생활비는 가정비로 넣었다. 매달 정액으로 월급처럼 떼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과 박스를 추석 명절 선물 패키지로 주문했기에 박스 제조비는 판관비로 적용했다. 영농창업 융자금 1억원의 2% 대출이자는 영업외 비용으로 넣었다. 과거 사업을 했을 때는 회계 담당 직원과 회계사가 알아서 해서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직접 해보니 매우 요긴했다. 작년보다 재료비와 경비가 많이 증가한 걸 발견해 하반기에 원가 관리에 조금 더 신경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노무비와 가정비는 작년보다 줄어든 걸 알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인건비가 덜 들어갔고, 재난지원금 덕에 가정비 지출이 줄어든 것이다. 그래도 하반기에는 사람을 많이 써야 하는 상황이 오기 때문에 예상 금액을 산정했다.

계정과목별로 수입과 지출을 정리해 기재하니 손익계산서를 작성할 수 있었다. 현재는 매출이 없지만 하반기 예상 매출을 적용해 보았다. 매출에서 매출원가(재료비+경비+노무비)를 제하면 매출총이익이다. 여기에 판매관리비를 제하면 영업이익이다. 그리고 영업외수익을 더하고 영업외비용을 제하니 당기순이익이다. 상반기에 쓴 재료비, 경비, 노무비와 사과박스 제작비를 빼니 예상 영업이익이 나왔고, 알바비와 은행이자를 더하고 빼니까 당기순이익이 계산됐다. 비록 소액이지만 현금 흐름을 알 수 있어서 하반기 영농 상황이 그려졌다.

그리고 다시 금전출납 손익계산을 해 보았다. 당기순이익에 부채수입과 자산수입을 더하고 빼고, 부채지출과 자산지출, 가정비를 빼면 당기현금손익이 계산된다. 융자금과 토지구입비, 가정비 지출을 넣어 보니 결과값이 이전에 했던 손익계산서와 조금 달라졌다. 순수하게 올해 매출과 비용을 계산한 결과와 금융비용, 자산수입, 지출, 가정비를 반영한 금액이 달라짐은 당연하다. 이를 통해 그동안 통장 잔고만 들여다보면서 왜 남는 게 없냐고 했던 궁금증은 사라졌다.

영농 규모가 커지게 되면 당연히 회계 담당을 두고 회계사에게 세무 업무를 맡기게 되지만, 소규모 영농 규모라면 직접 하는 것이 타당하다. 농사짓기도 힘든데 회계 장부까지 작성하고 손익계산도 하라니 살짝 갑갑해진다. 당기순이익이니 재무제표라니 골치 아프다.

물론 장부를 잘 쓴다고 매출이 좋아지고 살림이 피는 것은 아니다. 목표 수확만큼 거두고 품질관리를 잘하고, 좋은 가격에 잘 팔아야 매출이 좋아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농업은 이제 생산만 잘하는 농사만이 아닌 생산과 판매, 그리고 관리까지 해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지금의 농민은 농업경영체 경영자라고 부른다. 이쯤 되면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평생 살고 싶은’ 꿈을 가진 귀농귀촌 희망자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는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어쩌랴. 고단한 게 인생이고 더 고단한 게 농민의 삶인걸.

슬로우빌리지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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