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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 소설, 논리적 사고 돕는 『슈퍼 씽킹』…올 여름엔 이 책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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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5호 20면

중앙SUNDAY·교보문고 선정 상반기 좋은 책

코로나 고독, 여름철 따분함은 이 책들과 함께. 중앙SUNDAY 출판팀과 교보문고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강타한 올 상반기 출간된 책들 가운데 인상 깊었던 책 8권을 선정했습니다. 광화문점 등 교보문고 전국 15개 매장에 다음 달 중순까지 한 달간 진열합니다. 언제 꺼내 읽어도 후회하지 않을 리스트입니다. 

시선으로부터, 신들의 봉우리, 죽은 자의 집 청소(왼쪽부터)

시선으로부터, 신들의 봉우리, 죽은 자의 집 청소(왼쪽부터)

소설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지음
문학동네

재미있게 읽었던 이 소설이 이렇게 재조명될 줄은 정말 몰랐다. 소설에는 두 개의 자살 이야기가 나온다. 유명 화가인 남편이 자살하자, 그의 폭력으로부터 도망친 아내한테 비난이 쏟아진다. 작가는 말한다. “어떤 자살은 가해였다. 아주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였다.”

그 아내의 손녀 역시 유사한 피해를 겪는다. 대기업 갑질에 분노한 협력업체 사장이 던진 염산 병에 맞아 손녀는 다치고, 그녀가 소송을 내려 하자 자살한 협력업체 사장에 사람들은 동정을 표한다. 작가는 다시 말한다. “죗값을 치르지 않고 도망쳤다. 그건 도망이었다.”

소설은 시대를 앞서간 여성 화가 ‘심시선으로부터’ 이어지는 모계 3대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낸다. 작가의 표현을 빌자면 “20세기를 ‘살아낸’ 여자들에게 바치는 21세기의 사랑”이다. 하지만 성추행으로 고소당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과 이후 이어지는 2차 가해와 절묘하게 맞물리면서, 소설은 21세기에도 이 땅의 (아니 거의 모든 세상의) 여성들이 20세기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아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그렇다고 이 소설을 꼭 박 시장과 맞물려서만 읽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그것은 불편한 세상 속에서도 사랑과 순수를 잃지 않는 심시선 가족 3대의 상큼발랄함을 놓치는 것이며, 그들이 안고 있는 많은 다른 문제들로부터 도피하고 가해하는 또 다른 우를 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훈범 대기자/중앙콘텐트랩 cielbleu@joongang.co.kr

신들의 봉우리 
유메마쿠라 바쿠 지음, 이기웅 옮김
김동수 감수, 리리 퍼블리셔

기자의 등산소설 독서 경험은 초보 중의 초보 수준이다. 황석영의 놀라운 등단작인 단편 ‘입석부근’, 방향 감각을 잃고 제 자리를 맴도는 산악 용어 ‘링반데룽’을 접한, 아마도 황순원의 작품 정도를 읽었을 뿐이다.

일본의 베스트셀러 소설가 유메마쿠라 바쿠가 1997년에 쓴 『신들의 봉우리』는 추측건대 규모와 메시지 모두에서 이 분야의 정점에 오른 작품인 것 같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국제 산악계의 미스터리, 1924년 6월 에베레스트에서 실종 직전 목격된 영국인 조지 맬러리와 앤드류 어빙이 과연 정상을 밟고 하산하는 길이었는지 아니면 정상에 오르는 길이었는지를 표면적으로 추적한다. 정상에 올랐다면 등반사를 새로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실화를 바탕으로 산악 사진가 후카마치 마코토와 천재 등반가 하부 조지를 등장시켜 목숨을 걸고 운명을 시험하는 등반 행위의 의미를 캔다.

맬러리의 답은 그곳에 산이 있으니까 간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소설 속 하부 조지의 생각은 다르다. 내가 여기에 있으니까 산에 오른다는 것이다. 질문을 등반 바깥으로 확장할 때 소설의 함의는 풍부해진다. 가령 정말로 우리는 무엇 때문에 아등바등 사는가.

국내에서 절판됐으나 중고판 시세가 높았다고 한다. 재출간본이다. 물론 읽지 않은 사람에게는 초판이다.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inform@joongang.co.kr

에세이

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음
김영사

‘죽음 언저리에서 행하는 특별한 서비스.’ 이 책의 부제다. 저자는 특수청소업에 종사한다. 자살했거나 고독사 또는 살해당한 사람이 살던 집을 깨끗하게 청소해 주는 일을 한다. 그는 악취와 쓰레기, 온갖 죽음의 흔적들을 묵묵히 지운다. 동반 자살한 노부부, 전기와 가스가 끊어진 채 홀로 죽어간 청년, 철망에 갇힌 채 가죽만 남기고 썩어가는 고양이들….

죽음의 현장을 치우는 일에 견주랴마는, 죽음의 맨얼굴을 냉정하게 묘사한 이 책을 읽는 것도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이 책은 동전의 양면처럼, 죽음과 맞닿아 있는 삶을 보여준다. 밋밋한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지,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래서 저자는 피아노를 배운다.

오랜 병을 앓다가 죽어간 동갑내기 사내에게 그는 이런 편지를 남긴다.

‘이 집을 치우면서 한 가지 뚜렷하게 알게 된 것이 있다면 당신에 대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향한, 이곳에 남은 자들의 마음입니다. 당신은 사랑받던 사람입니다. 당신이 버리지 못한 신발 상자 안에 남겨진 수많은 편지와 사연을 그 증거로 제출합니다. 또 당신이 머물던 집에 찾아와 굳이 당신의 흔적을 보고 싶어한 아버지와 어머니, 홀로 방에 서서 눈물을 흘리던 당신의 동생을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당신의 머문 곳을 치운, 이름 없는 청소부 올림.’

정영재 전문기자/중앙콘텐트랩 jerry@joongang.co.kr

벨 에포크, 아름다운 시대(左), 소방관의 선택(右)

벨 에포크, 아름다운 시대(左), 소방관의 선택(右)

인문

벨 에포크, 아름다운 시대
메리 매콜리프 지음
최애리 옮김, 현암사

프랑스를 빼놓고는 현대문화예술을 논하기가 어렵다. 지금은 그 비중이 상대적으로 떨어졌기는 하지만 여전히 프랑스 예술가들이 차지하는 위상은 압도적이다. 특히 100여 년 전인 19세기 말~20세기 초엔 더욱 그랬다.

『벨 에포크, 아름다운 시대』 『새로운 세기의 예술가들』 『파리는 언제나 축제』 3부작으로 구성된 ‘예술가의 파리’ 시리즈는 1871~1929년 파리를 주무대로 활동한 예술가들의 리얼한 삶을 대하 드라마처럼 엮은 역작이다.

마네·모네·르누아르·고갱·세잔 등 인상파 화가들의 ‘힘겨운’ 등장에서부터 로댕, 에펠 같은 천재 조각가와 건축가 그리고 위고, 졸라, 공쿠르 같은 당대 최고 문필가의 활약을 다룬 1부는 시작에 불과하다. 20세기를 연 피카소, 스트라빈스키, 프루스트, 퀴리 부부 그리고 대서양을 건너온 헤밍웨이와 샤넬, 르코르뷔지에 같은 대가들이 몽마르트르와 에펠탑 등 파리 구석구석에서 위대한 문화예술을 창작해낸 이야기는 한 줄도 놓치기 아깝다.

무엇보다 이 책들의 가장 큰 특징은 거장들의 스토리를 초입체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이다. 너무나 생생하게 그들의 일상을 꼬치꼬치 쫓아다니며 낱낱이 그려 내 그들이 마치 우리와 동시대의 다정한 이웃인 것처럼 여겨지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천재 예술가들의 고뇌를 따라 영혼의 여행을 하기에 딱 좋은 걸작이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소방관의 선택
사브리나 코헨-해턴 지음
김희정 옮김, 북하우스

우리말 직업명은 성중립적이다. 예컨대 소방관은 성별과 무관하다. 영어에서는 ‘fireman(소방관)’을 ‘firefighter’로 바꾸는 데 갈등이 있었다. ‘man’과 접미사 ‘-man’이 문제다. ‘man’은 ‘성인 남자’와 ‘성별·나이와 상관없는 인간’을 의미하지만 우선 남자가 연상된다.

소방관인 저자는 불뿐만 아니라 ‘여자가 소방관?’이라는 편견, 노숙인 출신이라는 편견과도 싸워야 했다. 이 책은 투쟁의 기록이자 극한 상황 속 결정의 문제를 다룬 이론서다. 결정의 목표·결과·리스크를 따진 저자의 연구를 영국 소방정책이 수용했다.

15세에 가출해 2년간 노숙하며 사주경계(四周警戒) 습관과 투지가 몸에 익었다. 18세에 소방관이 되고 20여년간 화재와 싸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소방대장 자리에 올랐다.

편견에 맞서려고 영국 방송통신대(학사)와 카디프대(박사)에서 주경야독했다. 미국 심리학회가 주는 ‘신진연구자상’(2016)과 ‘레이먼드 니커슨 최고 논문상’(2018)을 받았다.

원제 ‘The Heat of the Moment(순간의 열기)’는 ‘앞뒤 분간을 못 하게 만드는, 순간적인 분노나 흥분 같은 감정’을 의미한다. 저자는 오늘의 상황이 빚어내는 감정을 올바른 선택으로 이겼다. 그는 말한다. “사람을 예단하지 말라.” “우리의 오늘은 우리의 내일을 결정하지 않는다.”

김환영 대기자/중앙콘텐트랩 whanyung@joongang.co.kr

정치적 부족주의, 슈퍼 씽킹, 모든 결정의 공식, 룬샷(왼쪽부터)

정치적 부족주의, 슈퍼 씽킹, 모든 결정의 공식, 룬샷(왼쪽부터)

정치·사회

정치적 부족주의
에이미 추아 지음
김승진 옮김, 부키

“오늘날 미국에서는 어느 집단도 지배력을 안전하게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 모든 집단이 공격받는다고 느끼고 다른 집단의 공격 대상이 됐다고 느낀다. 일자리나 기타 경제적 이득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국가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자격에 대해서도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주의는 집단 간의 제로섬 경쟁으로, 순수한 정치적 부족주의로 퇴락한다.” (225쪽)

‘정치적 부족주의’는 집단 본능이다. 이 본능이 실제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는 책 제목 그대로다. 부족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건 인종(피부색), 종파, 혈통(민족), 지역, 지위, 빈부 등 다양하다. 특정 정체성을 토대로 형성된 집단(부족)은 다른 정체성의 집단과 갈등을 빚는다. 이런 분석 틀을 적용해 미국에서, 또 미국과 관련해서 벌어졌던 정치적 부족주의 현상을 설명한다.

미국은 베트남전, 아프가니스탄전, 이라크전에서 왜 실패했나. 이들 국가의 정치적 부족주의를 이해하지 못해서라고 주장한다. 또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이면에서 작동했던 미국 사회 만의 정치적 부족주의도 소개한다. 보수·진보로 갈려 갈등하는 우리 사회를 설명하는데도 ‘정치적 부족주의’가 종종 인용된다.

중국계 미국인인 저자는 예일대 로스쿨 교수다. 교육서 『타이거 마더』(민음사, 2011년)로 유명하다.

장혜수 기자 hschang@joongang.co.kr

경제·경영

슈퍼 씽킹, 모든 결정의 공식
가브리엘 와인버그, 로런 매캔 지음
김효정 옮김, 까치

아주 중대한 선택의 갈림길에 설 때가 있다. 큰일이 벌어져 눈앞이 깜깜해지기도 한다. 살면서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상황이다. 그때 마법사가 ‘짠’ 하고 나타나 말끔히 해결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이 책이 그런 마법사가 되어줄 수 있다. 스스로 현명한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논리적인 사고로 길러준다. 그런 ‘슈퍼 씽킹(위대한 생각)’을 도출하기 위해 필요한 이론을 소개한다.

많은 일 중에서 한 번에 하나씩 집중해야 한다면, 우왕좌왕하지 말고 ‘아이젠하워 결정 매트릭스’ 이론을 사용하라고 조언한다. 미국의 34대 대통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긴급성과 중요성을 기준으로 일의 순서를 구분했다. 직장에서 동료들이 성의 없이 대답하는 게 고민이라면, ‘핸런의 면도날’을 생각해보라고 한다. 상대방이 무심코 한 행동인데 섣부르게 판단해 악의적 행동이라고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적용 가능한 이론이 수백 개가 나와 있다. 최고의 결정을 이끄는 백과사전이다. 찾아보기 코너가 있어서 효율적이다. 한정된 시간에 만족스러운 결정을 하고 싶다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미 알고 있는 이론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적용할지 몰라 고민했다면 역시 도움이 될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너무 많은 이론을 소개하다 보니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자기만의 이론으로 습득하는 것도 좋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룬샷
사피 바칼 지음
이지연 옮김, 흐름출판

룬샷(loonshot)이 ‘또라이’가 주창하는 ‘미친 아이디어’라는 것은 몰라도 된다. 다만 세상을 뒤집어놓는 무언가가 이 ‘룬샷’에서  상당 부분 비롯되었다고 할 때, 그 가능성을 어떻게 알아보고 돈이나 성공으로 바꿔내느냐 하는 것이야말로 장삼이사의 솔직한 관심사일 터다.

하버드대를 최우등 졸업한 저명한 이론물리학자에서 바이오테크 기업 CEO로 변신한, 즉 학문과 경영 현실을 두루 꿰뚫고 있는 저자는 그 비결을 ‘상전이(相轉移)’라는 물리학 용어로 설명한다. 물과 얼음이 공존하는 0도에서 물로 또 얼음으로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시스템, 그 창의성과 효율성의 동적 균형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에서 레이다 탐지장치가 어떻게 반대를 딛고 실전에 배치됐는지, 제트기 시대를 선도한 팬암은 왜 추락했는지, 몰락했던 스티브 잡스는 어떻게 다시 정상에 오를 수 있었는지 같은 흥미로운 사례를 통해 깔끔하게 설명한다.

동적 균형을 이루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놓는 ‘예술가’와 현업 업무를 수행 중인 ‘병사들’을 “똑같이 사랑하라”거나 “리더가 할 일은 ‘예술가’와 ‘병사들’ 사이의 균형과 소통을 관리하는 것”을 비롯해 “진짜 실패와 가짜 실패를 구별하라” “프로젝트 수호자를 만들어라” “끈기와 고집을 구분하라” 같은 ‘핵심 정리’ 코너에 담긴 말들은 조직의 리더라면 금과옥조로 삼을 만하다.

정형모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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