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구원투수는 前비디오가게 사장님…보너스만 361억원

중앙일보

입력 2020.07.17 13:50

최고의 상반기를 보낸 넷플릭스. 3분기 전망은 어둡다. AFP=연합뉴스

최고의 상반기를 보낸 넷플릭스. 3분기 전망은 어둡다. AFP=연합뉴스

넷플릭스가 공동 최고경영자(CEO) 체제를 가동했다. 콘텐트 제작 및 선별을 총괄하던 테드 새런도스를 16일(현지시간) 내부 승진시켰다. 최고콘텐트담당자(CCO)였던 새런도스는 리드 헤이스팅스 CEO와 함께 넷플릭스를 이끌게 됐다. CCO직도 유지한다.

새런도스의 어깨는 무겁다. 올해 상반기는 넷플릭스에게 최고의 시간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덕이다. 지난 2분기에만 1000만명이 넘는 신규 유료 구독자를 확보했다. 지난 1월2일 첫 장에선 329.81달러(약 39만7800원)였던 주가도 16일 527.39달러로 마감하며 약 59% 폭등했다. 넷플릭스가 16일 밝힌 2분기 매출은 61억5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9억2000만달러보다 25% 올랐다. 순이익도 7억2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분기 2억7070만달러보다 약 2.6배 뛰었다.

굿뉴스는 여기까지다. 새런도스가 CEO 자리에 오른 날 넷플릭스의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갑자기 12% 떨어졌다. 2분기 실적 발표 직후다. 3분기 실적이 떨어질 것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하락세다.

테드 새런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 저널리즘을 전공하다 그만둔 이력이 있다. AP=연합뉴스

테드 새런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 저널리즘을 전공하다 그만둔 이력이 있다. AP=연합뉴스

상반기 매출·순이익이 크게 늘긴했지만 코로나19의 반사 이익 수준을 넘지 않는다고 시장은 받아들였다. 실적 대비 주가가 과도하게 올랐다는 경계론도 더해졌다. 경제 수치 및 전망을 다루는 팩트셋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넷플릭스의 주당 순이익 추정치를 1.81 달러로 잡았다. 이날 발표된 수치는 1.59 달러로 예상치보다 12% 낮았다. 여기에 3분기 유료 구독자 전망도 밝지 않다. 새런도스를 구원투수로 기용한 배경이다.

넷플릭스는 16일 주주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올해 1~2분기에 구독자가 상당히 증가하면서 큰 폭의 성장을 이뤘다”며 “결과적으로 올해 하반기에는 성장세가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해 더 적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3분기 매출 예상액은 63억3000만 달러, 3분기 신규 유료구독자 수 예상치는 250만명으로 제시했다. 이 역시 팩트셋이 조사한 애널리스트 예상치인 64억 달러와 540만명에 못 미친다.

넷플릭스 주가. 지난 16일(현지시간) 시간 외 거래에선 폭락했다. 어닝쇼크 때문이다. [구글 캡처]

넷플릭스 주가. 지난 16일(현지시간) 시간 외 거래에선 폭락했다. 어닝쇼크 때문이다. [구글 캡처]

새런도스의 파워는 구독자들이 어떤 콘텐트를 원하는지를 꿰뚫는 분석력에서 나온다. 그는 2015년 영국 가디언지와 인터뷰에서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을 빅데이터로 분석한다”며 “콘텐트 제작과 선별은 70%가 과학이고 30%가 감”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제작한 히트 콘텐트가 백악관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일대기를 다룬 ‘더 퀸(The Queen)’ , 미셸 오바마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제작한 '비커밍' 등이다. 새런도스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의 열혈 지지자이기도 하다.

넷플릭스의 대표 인기작인 '하우스 오브 카드'의 여주인공 클레어. 배우 로빈 라이트가 연기했다. AP=연합뉴스

넷플릭스의 대표 인기작인 '하우스 오브 카드'의 여주인공 클레어. 배우 로빈 라이트가 연기했다. AP=연합뉴스

새런도스와 넷플릭스의 인연은 1999년 시작됐다. 그 전까지 그는 비디오 가게 사장이었다. 1964년생인 그는 1983~1988년 애리조나 주에서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다 8개까지 체인점을 늘리는 수완을 발휘했다. 애리조나 주립대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하다 자신이 고등학교 시절 아르바이트를 했던 애리조나 비디오 카세트 웨스트를 운영하기 위해 학교를 그만뒀다.

새런도스의 성공기를 신문에서 읽은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 CEO가 먼저 “만나고 싶다”며 연락을 해왔다. 둘이 그렇게 만난 건 1999년이다. 이듬해 새런도스는 넷플릭스에 입사했다. 새런도스는 처음엔 넷플릭스에 회의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헤이스팅스의 끈질긴 삼고초려에 입사를 결정했다.

리드 헤이스팅스(왼쪽)와 테드 새런도스. 2016년 사진이다. AP=연합뉴스

리드 헤이스팅스(왼쪽)와 테드 새런도스. 2016년 사진이다. AP=연합뉴스

헤이스팅스 CEO는 16일 “새런도스 공동 CEO로 지명했고, 넷플릭스 이사회 멤버로도 선임했다는 소식을 알리게 되어 기쁘다”고 밝혔다. 헤이스팅스 본인의 거취에 대해 그는 16일 “분명히 밝혀두는데, 나 아무데도 안 간다”며 “앞으로 10년은 계속 (넷플릭스에) 있을 것”이라 못박았다. 헤이스팅스와 새런도스의 임금은 공동 CEO 체제 전에도 같았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해 보너스로 헤이스팅스와 새런도스는 각각 3000만 달러(약 361억 원)를 받았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