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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배민 독주 막겠다는 서울·경기…NHN 어부지리 논란

중앙일보

입력 2020.07.17 06:00

업데이트 2020.07.17 22:42

제로페이를 활용하는 서울시의 '제로배달 유니온'. 사진 서울시

제로페이를 활용하는 서울시의 '제로배달 유니온'. 사진 서울시

음식 배달 앱 ‘배달의민족’의 독과점을 막겠다는 서울시와 경기도의 ‘공공 배달’이 ‘어부지리’ 논란에 직면했다. 운영 사업자에 배민보다 몸집이 큰 NHN이 연달아 선정되면서다. 지방 정부의 개입이 배달 시장의 경쟁을 촉진할지, 혹은 왜곡할지 주목된다.

무슨 일이야?

경기도와 서울시가 각각 진행하는 공공배달 사업에 NHN이 모두 참여하게 됐다.
· 경기도 산하기관인 경기도주식회사는 공공배달앱 우선협상 대상자로 NHN 페이코 컨소시엄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관련 자료)
· NHN페이코는 서울시제로페이와 민간 배달업체를 결합해 내놓은 ‘제로배달유니온’에도 참여했다. 10개 참여사(리치빔, 만나플래닛, 먹깨비, 위주, 띵동 등) 중 가장 몸집이 크다.

NHN의 간편결제 사업 페이코. 사진 NHN

NHN의 간편결제 사업 페이코. 사진 NHN

이게 왜 중요해?

경기도와 서울시는 배민의 독과점을 견제하고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낮출 목적으로 사업을 계획했다. 출범하면 홍보·마케팅(할인) 등에 지자체 예산이 들어간다. 그런데 NHN페이코가 혜택을 받게 됐다. ‘공룡’(배민) 견제하려 더 큰 공룡(NHN)을 들이냐는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 NHN한게임·페이코·벅스뮤직 등 사업을 한다. 지난 2013년 네이버와 분할했다. 지난해 매출은 약 1조5000억원이다.
· 페이코는 네이버페이·삼성페이·카카오페이와 함께 국내 간편결제 4강이다(점유율 약 10%). 지난해 하반기부터 식당 주문결제 서비스도 한다. 이번 선정은 페이코가 시장 점유율을 높일 기회다.
· 경기도주식회사는 “페이코 컨소시엄의 지역화폐 기반 결제,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전략적 투자 등이 사업 방향과 맞았다”고 밝혔다.
· 유효상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 교수는 “독과점 규제는 시장 실패를 막기 위함인데,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경기도 ‘공공배달’은

경기도주식회사가 운영하며, 별도의 앱을 개발한다.
· 선정된 ‘NHN페이코 컨소시엄’은 NHN과 배달중개사(먹깨비), 배달대행사(생각대로, 바로고), PG사(포스뱅크), 가맹점(GS리테일 등)으로 구성됐다. NHN 측은 “기존 음식배달 영업 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소비자가 사용하는 최종 앱인 ‘배민’만 ‘페이코’로 바꾼 격이다.
· 경기도 내 1~2개 시군구를 시범지역으로 선정해 올 가을에 시작한다. 배달 수수료는 낮게 책정되고, 지역화폐 할인과 홍보ㆍ마케팅 등을 선정된 지자체가 맡는다.
· 중앙일보가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시범사업에 선정되길 원하는 지자체들은 ‘가맹점 모집에 공공근로 인력을 지원하겠다’, ‘추가 예산을 편성해 할인 쿠폰을 제공하겠다’는 등을 경기도주식회사에 제안했다.

4월9일 이재명 경기지사가 군산시와 공공배달앱 기술자문 업무협약을 맺었다. 사진 연합뉴스

4월9일 이재명 경기지사가 군산시와 공공배달앱 기술자문 업무협약을 맺었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시 ‘제로배달’은

민간 배달 앱에 제로페이 결제 제한을 풀어주는 대신 식당들로부터 받는 배달 수수료를 낮추게 한 협약이다.
· 서울사랑상품권(제로페이)은 지역 소상공 점포를 방문했을 때만 쓸 수 있다(상품권, 선불카드, QR코드 결제). 배민·쿠팡 같은 앱에선 못 쓴다. 그런데 ‘제로배달’ 참여 앱에는 이 제한을 풀어준다. 배달 수수료를 적게 받는 조건이다.
· 서울시는 경기도를 의식한 듯 ‘우리는 공공배달앱을 따로 만들거나 세금으로 수수료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보도 자료)
· 서울시 지원이 없는 건 아니다. 제로페이는 최대 15% 할인 판매하며(100만원 어치를 85만원에 구매), 차액은 세금으로 메운다. 영세 자영업자 매상을 올려주라는 취지라, 대형마트·백화점에선 못 쓴다. 그런데 이걸 페이코 앱에서도 쓸 수 있게 된 거다. 올해 발행된 제로페이 할인 충당에 서울시 예산 320억원이 편성됐다.

6월 25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국회 소통관에서 제로배달 유니온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뉴스1

6월 25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국회 소통관에서 제로배달 유니온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뉴스1

그 전엔 무슨 일이

· 지난해 12월 독일계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우아한형제들(배민 운영사)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음식 배달 앱 시장 1·2·3위(배민·요기요·배달통)가 모두 DH 소유가 되는 것. 독과점 논란이 일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결합 심사 중이다.
· 지난 4월 1일 배민이 새로운 수수료 정책을 도입했다가 소상공인협회 등으로부터 ‘사실상 수수료 인상’이라고 지적받았다.
· 4월 4일 이재명 경기 지사가 “배민 독과점의 횡포”라며 경기도 공공앱 개발을 선언했다. 이후 배민은 공식 사과하고 정책을 철회했다. 이 지사는 “공공배달앱은 디지털 사회간접자본(SOC)”이라며 계속 추진했다(관련자료). 다른 지자체의 ‘공공 배달앱 개발’ 선언도 이어졌다.
· 6월 25일 국회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제로배달유니온’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기 참여한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배달앱 수수료를 지자체가 규제하고 지역화폐 결제를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걸 알아야 해

· 제로페이 등 지역화폐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인지도와 사용량이 늘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모바일 지역상품권으로 받으면 10%를 더 얹어줬기 때문.
· 지역화폐 사업은 지자체장의 의지가 중요하다. 7~10%의 할인 금액을 재정으로 계속 메워야 하기 때문. 2018년 출시한 제로페이는 이용이 부진했지만 박 전 시장의 의지가 강해 홍보 예산을 수십억 원 씩 썼다.
· ‘서울시 vs 경기도’ 배달 사업은 대권 주자인 두 지자체장의 정책 경쟁이기도 했다. 그런데 박 전 시장의 유고로 제로배달 사업의 앞날은 시계 제로가 됐다. 참여한 한 배달 사업자는 “우리도 혼란스럽다”고 했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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