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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도 그렇다"는 김현미…보유세·거래세 다 올린건 韓 유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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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해외 사례를 보면 다주택자와 실거주자에 따라 재산세 세율을 차등하는 나라가 있다.”

싱가포르 1주택자 취득세율 0% #프랑스 장기보유 땐 양도세 공제 #한국 정부가 거둔 부동산 세금 #2010년 28조→2018년 55조로 늘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방송에 출연해 한 말이다. 그러면서 해외 부동산 정책을 검토해 반영하겠다고 했다. 이후 나온 7·10대책은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취득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을 모조리 확 올렸다. 그러나 정부가 입맛에 맞는 사례를 짜깁기해 해외에선 유례를 찾기 어려운 전방위적 세금 폭탄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해찬 대표가 예를 든 싱가포르 부동산 세율 살펴보니.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해찬 대표가 예를 든 싱가포르 부동산 세율 살펴보니.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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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국토연구원 및 세법 전문가에 따르면 일부 국가는 집값 안정을 위해 조세제도를 활용했지만 관련 세금을 한꺼번에 올린 적은 없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언급하며 ‘모범 사례’가 된 싱가포르가 그렇다. 싱가포르는 2018년 6월 2주택자에 대한 취득세율을 7%에서 12%로, 3주택 이상 보유자는 10%에서 15%로 대폭 올렸다. 당정이 ‘벤치마킹’한 부분이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한국과 달리 전방위적으로 세금을 올리지 않았다. 1주택자에 대한 취득세율은 0%를 유지했다. 한국은 1주택자도 1.1%의 취득세를 내야 한다.

무엇보다 2017년 3월 싱가포르는 양도세 최고세율을 기존 16%보다 4%포인트 낮춘 12%로 조정했다. 다주택자의 주택 구매 차단을 위해 취득세를 높였지만, 주택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양도세 부담을 줄여준 것이다. 이해찬 대표가 언급하지 않은 부분이다.

영국은 2018년 10월 고가주택 범위 및 등록세율 조정을 통해 다주택자에 대해서만 세 부담을 늘렸다. 하지만 1주택자는 손대지 않았다. 영국 1주택자는 12만5000파운드(약 1억8000만원) 이하 주택 구매 시 취득세율이 0%다.

한국 부동산 세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e

한국 부동산 세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e

프랑스의 경우 순자산 130만 유로(17억9000만원)를 기준으로 이를 초과하면 ‘부동산 부유세’를 부과한다. 한국의 종합부동산세와 유사하다. 대신 6년 이상 주택을 보유한 경우에는 기간에 따라 양도세를 공제해 준다. 22년 이상 보유한 주택에는 양도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미국은 부동산 가격 조정을 위해 세제를 건드리지는 않는다. 거래세 자체도 매우 낮다. 주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0.5%를 넘기지 않는다.

반면 정부의 7·10대책엔 부동산 관련 세금을 한꺼번에 끌어올리는 내용이 담겼다. 취득세 최고세율은 4%에 12%로, 종부세는 3.2%에서 6%로, 양도소득세는 40%에서 70%로 상향하는 방안이다. 앞서 정부는 1주택자의 세 부담도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종부세율 인상과 함께 보유세 과세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 조정 등을 통해서다.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주요국은 일부 부유층에 대한 부동산 세금은 중하게 매기지만 자가 거주 1주택자에 대해선 세무 간섭이 거의 없다”며 “해외 대비 낮은 보유세율을 올리는 방향은 맞지만 대신 거래 과정에서의 세 부담은 줄여 거래 숨통을 틔워주고, 실거주자에 대한 세 부담을 확실하게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무차별적 세금 폭탄이 결국 주택가격 인상을 부추긴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납세자연맹에 따르면 정부가 걷은 부동산 관련 세금은 2010년 28조2038억원에서 2018년 55조2411억원으로 늘었다. 8년간 두 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주택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등은 결국 임대료와 집값에 전가됐다”며 “세금만 올리면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하는 것은 허황된 주장이고 부동산 정책 실패의 원인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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