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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부동산 투기로 더 이상 돈 벌 수 없게 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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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21대 국회 개원 연설에서 ‘국회’를 57번 언급했다. 통상 연설 때마다 자주 언급해 온 경제(28번)나 최근 역점을 두고 있는 뉴딜(16번)을 압도하는 수치다. “9번 고쳐 썼다”(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개원 연설은 시종 국회에 대한 아쉬움과 당부, 협조 요청으로 채워졌다.

“부동산이 최고 민생 입법과제 #다주택 부담 높이고 양도세 인상” #‘국회’ 57번 최다 언급 협치 강조 #한국판 뉴딜에 가장 긴 시간 할애

지난 20대 국회에 대해 “국민의 평가가 매우 낮았다. 가장 큰 실패는 협치의 실패”라고 규정한 문 대통령은 연설 모두에 “협치를 다짐했지만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저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공동 책임이라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국면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우리가 선진국이다’는 자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며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방역 전선을 사수해 나가겠다. 국회도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는 등의 조직개편안을 신속히 논의해 처리해 주기 바란다”며 국회를 향한 ‘첫 주문’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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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상황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사상 최초의 재난지원금과 세 차례의 추경 등으로 소상공인들의 보호와 고용 유지에 기여하고 경제 회복의 시간표를 앞당기고 있다”며 “4, 5월을 저점으로 6월과 7월을 지나면서 수출·소비·고용 등에서 경제 회복의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 4월에 -25.5%였던 수출 감소 폭이 5월 -23.6%, 6월 -10.9%로 축소하고, 소비자심리 지수도 회복 추세인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정 투입으로 인한 ‘땜질식 일자리’ 논란에도 6월 실업자가 전년 동월 대비 9만1000명 늘어난 122만8000명을 기록해 IMF 외환위기 이후 21년 만에 정점을 찍은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유리한 통계만 취사선택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지금 최고의 민생 입법 과제는 부동산 대책”이라며 “부동산으로 몰리는 투기 수요를 억제하지 않고는 실수요자를 보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투기 억제와 집값 안정을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 보유 부담을 높이고 시세차익에 대한 양도세를 대폭 인상해 부동산 투기를 통해서는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며 전의(戰意)를 재차 강조했다. 동시에 “1가구 1주택의 실거주자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고 서민들과 청년 등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입과 주거 안정을 위한 대책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 주택 공급 확대를 요구하는 야당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면서 필요한 방안을 적극 강구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날 연설에서 가장 긴 시간을 할애한 ‘한국판 뉴딜’에 대해 문 대통령은 ▶선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국가 발전 전략이자 ▶대한민국 대전환 선언이고 ▶새로운 대한민국 100년의 설계라고 규정하면서 “OECD도 디지털과 그린 중심의 한국판 뉴딜이 고용과 투자를 개선할 것이라 평가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와 관련, “한반도 평화의 불가역성을 국회가 담보해 달라. 역대 남북 정상회담 성과들의 ‘제도화’가 성사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수처에 대해서는 “국회가 법률로 정한 공수처 출범일이 이미 지났다. 이번 회기 중에 공수처장 추천을 완료하고 인사청문회도 기한 안에 열어 달라”고 했다.

이날 연설을 마치고 국회 본관 앞 계단으로 나오는 문 대통령을 향해 한 시민이 신발을 던져 경찰에 체포됐다. 정모씨는 “가짜 평화주의자, 가짜 인권주의자 문재인”이라고 주장하며 신발을 던졌으나 문 대통령이 맞지는 않았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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