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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文연설에 시위도 야유도 안했다…단 박수도 안쳤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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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아유도 없었지만 박수도 없었다. 16일 국회 개원식 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모습이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카메라로 문 대통령을 찍고, 연설문에 밑줄을 긋는 등 대조적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20분쯤 국회 본회의장에 도착했다. 21대 국회 임기 시작(5월 30일) 후 47일만이다. ‘87년 체제’ 이후 가장 늦은 개원식이었다. 본회의장에 들어서기에 앞서 박병석 국회의장이 국회의장실에서 문 대통령을 맞이했다. 3분여간 진행된 차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박 의장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는 등 환담을 나눴다.

이후 문 대통령 입장·퇴장 때와 연설 도중 여야가 보인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당권 주자이자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민주당 의원은 문 대통령이 모습을 보이기도 전에 일어나 고개를 내밀며 본회의장 문 쪽을 살폈다. 이후 문이 열리자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서 큰 박수를 보냈다. ‘친문’ 성향의 김남국 의원은 다른 의원들보다 2배 이상 빠르게 박수를 쳐 눈길을 끌었다. 이용우·전용기 의원 등 일부 초선 의원들은 문 대통령이 연단에 서서 연설을 시작하자 휴대전화를 꺼내 카메라로 문 대통령을 연신 촬영했다. 또 연설이 시작되자 일부 초선 의원들이 연설문을 꼼꼼히 읽으며 펜으로 밑줄을 긋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약 30분간 이어진 연설동안 총 18차례 박수를 보냈다.

연설 후 문 대통령이 퇴장할 때에도 민주당 의원들은 적극적으로 다가가 목례했다. 본회의장 뒤쪽에 앉아 있던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다가오자 밝은 표정으로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이낙연 의원은 문 대통령과 약 2초가량 서로 눈인사를 주고받았다. 통일부 장관으로 지명된 이인영 의원도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나눴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국회 개원식에서 개원연설을 마치고 본회의장을 나서며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국회 개원식에서 개원연설을 마치고 본회의장을 나서며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반면 통합당 의원들은 주호영 원내대표 등 극소수 의원이 문 대통령 입장 때만 짧게 박수를 쳤을 뿐, 연설 도중엔 박수 대신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일부 의원은 연설 도중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모습도 보였다. 연설을 마친 문 대통령이 퇴장을 위해 통합당 의원들 좌석이 몰려 있는 통로를 지나칠 때 역시 주 원내대표와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 등 당 지도부 일부만 가볍게 목례를 하거나 악수했다.

연설 이후 나온 통합당의 반응도 차가웠다. 주 원내대표는 개원식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은 없었다는 점에서 대단히 실망스러웠다”고 비판했다. 배준영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까지 폭파한 북한, 검찰 흔들기에 속도를 내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오만과 독선, 4년간이나 비서를 성추행한 의혹을 받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했다”고 혹평했다.

다만 20대 국회에서 문 대통령의 연설 때 자주 등장했던 야당의 피켓ㆍ현수막 시위 등은 없었다. 일부 통합당 의원이 연설 도중 “협치합시다 협치” 등 짧게 목소리를 냈지만, 대부분은 아무 발언 없이 조용히 연설을 지켜봤다. 대신 ‘민주당 갑질, 민주주의 붕괴’라고 적힌 규탄 리본을 가슴에 달고 검은 마스크를 쓰는 방식으로 항의 표시를 했다.

여야 의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개원식에서 국회의원 선서를 하고 있다. [뉴스1]

여야 의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개원식에서 국회의원 선서를 하고 있다. [뉴스1]

주 원내대표는 개원식에 앞서 “우리 당은 의회 독재와 총체적 실정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검은색 마스크와 규탄 리본을 착용할 예정”이라며 “다만 대통령의 입ㆍ퇴장 시 기립 및 박수 등의 의전적 예우를 갖추는 것이 옳다는 게 원내지도부의 의견이오니, 참고해 달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의원들에게 보냈다.

연설 중 이재명 선고 확인…축하 메시지도

이날 문 대통령의 개원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법원 선고(오후 2시 시작)도 동시에 진행됐다. 정치권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은 선고였던 만큼, 본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의 관심도 컸다. 2시 30분쯤 ‘파기환송’ 소식이 속보를 통해 전달되자 이원욱·김영진 의원 등 경기도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를 확인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김영주 민주당 의원은 양옆에 앉은 이인영·안민석 의원에게 휴대전화 화면을 보여주며 이 지사 선고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또 이 지사와 가까운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선고 직후 이 지사에게 "축하하네, 사필귀정이네. 고생 많았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취재진 카메라에 찍히기도 했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이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정성호 민주당 의원이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다. 임현동 기자

한편 국회는 이날 오전 본회의에서 전해철 민주당 의원을 정보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국회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가게 됐다. 통합당과 국민의당은 표결에 불참했다.

김효성·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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