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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생 3500명 “강제추행 당했다” 가해자 절반은 학생·교사

중앙일보

입력

2018년 11월3일 오후 서울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열린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학생회 날 스쿨미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학교에서 들었던 혐오발언 등을 적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11월3일 오후 서울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열린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학생회 날 스쿨미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학교에서 들었던 혐오발언 등을 적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5월 서울 노원구 용화여자고등학교 졸업생들이 페이스북에 수년간 국어 교사 이모(당시 59세)한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검찰 수사 끝에 재판에 넘겨진 이씨는 제자 19명을 추행한 혐의가 인정돼 지난 2월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교육부 조사 결과 중·고등학생 가운데 2.4%가 이처럼 강제 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가해자의 절반 이상은 교사와 학생으로 파악됐다.

15일 교육부가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에 제출한 ‘중고등학교 양성평등 의식 및 성희롱·성폭력 실태 연구’에 따르면 중고생의 2.4%(약 3467명)는 강제 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조사는 지난해 9월30일부터 23일 동안 14만4472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학생 2.4% "강제추행 경험"…가해자 절반은 학생·교사

학교 창문에 포스트잇으로 'ME TOO' 문구를 붙여 화제가 된 서울 용화여고. [용화여고 학생회 제공]

학교 창문에 포스트잇으로 'ME TOO' 문구를 붙여 화제가 된 서울 용화여고. [용화여고 학생회 제공]

지난해 기준 전국 중고생의 수는 270만5586명으로 조사 결과를 대입하면 강제추행을 경험한 학생은 6만5000여명으로 추산된다.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답한 여학생의 비율은 3.5%로 남학생(1.3%)보다 높았다. 강제추행을 당할 뻔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학생은 2.5%로 파악됐다.

반복적으로 강제추행을 당한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2회 이상 추행을 당했다고 답한 학생의 비율은 61.6%로 절반을 넘었다. 응답자 6명 중에 1명(17.3%)은 6번 이상 상습적으로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강제추행 가해자의 '같은 학교 학생'(46.7%)이 가장 많았다. 교직원이라는 응답도 9.9%로 나타나 학교 구성원에 의한 피해가 절반을 넘었다. 이외에 '다른 학교 학생'(10.3%), '가족·친척'(9.1%), '학원 등 각종 시설 교사·담당자'(5.8%)도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범행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으로는 학교가 지목됐다. 피해 장소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0.9%는 학교라고 답했다.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17.3%), 집(7.7%)이 뒤를 이었다. 여학생의 경우 학교에서 피해를 봤다는 응답이 남학생보다 적었지만, 이외 모든 장소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피해를 본 뒤 불쾌했지만 참거나(42.5%) 그냥 넘어간(23.7%) 학생이 66.2%에 달해 주변에 알리거나 신고한 학생은 3명 중 1명에 그쳤다. 경찰이나 전문상담기관에 신고한 학생은 9.2%에 그쳤다.

"여학생·남교사 성평등 인식 차이, 스쿨미투 원인"

스쿨미투

스쿨미투

이번 조사에서 남·여, 학생·교직원 사이에 상당한 성평등 인식 차이가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조사 결과 ▶능력이 같다면 여자보다는 남자를 승진시켜야 한다 (남학생 18.5%, 여학생 6.2% 동의) ▶회사에서 가장 높은 직책은 여성보다 남성이 적합하다(남 21.8%, 여 7.3%)로 나타나 동의 비율이 남녀 학생 간에 3~4배가량 차이 났다.

미투(Me too) 운동에 대해 여학생 74.5%는 지지했지만, 남학생 중 지지하는 학생은 39.1%에 그쳤다. 탈코르셋(남학생 19.9%, 여학생 51.1%), 낙태죄 폐지(32.3%, 63%), 성소수자 운동(31.7%, 61.6%)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전반적으로 교원이 학생보다성평등 인식이 높았지만, 남성 교사와 여학생 간의 차이는 두드러졌다.  성평등 인식을 묻는 질문에 여학생은 평균 3.61점(4점 만점. 높을수록 성평등 인식 높음)이었지만, 남성 교사는 3.16점이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스쿨미투와 같은 사건은 결과적으로 (성평등) 의식이 높은 여학생과 의식이 낮은 남성교원의 의식 격차에서 초래하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학생들은 단순히 양성평등 의식이 상대적으로 낮을 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성평등 방향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학교 내 성평등 교육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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