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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희 "4년간 뭐하다"…여론 뒤흔든 친여인사들의 2차 가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tbs에서 아나운서로 일하는 프리랜서 방송인 박지희씨. [사진 박지희 인스타그램]

tbs에서 아나운서로 일하는 프리랜서 방송인 박지희씨. [사진 박지희 인스타그램]

“빌 게이츠는 자기 비서랑 연애하고 결혼했다” (진혜원 대구지검 부부장 검사)

“박원순 시장 인생이 끝났는데, 숨어서 뭐하는 것인가” (이동형 작가)

“(피해자가) 4년간 도대체 뭘 하다가 나선 것인지 궁금하다” (방송인 박지희씨)

최근 친여 성향 방송인과 현직 검사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던진 발언들이다. 이들이 2차 가해 발언을 공개적으로 내놓자 통합당은 “진영논리가 이렇게 무섭다. 참담하다”고 했다.

유튜브 ‘문재인 TV’ 아나운서 출신으로 현재 tbs 시사프로그램 ‘뉴스공장 외전- 더 룸’을 진행하는 방송인 박지희씨는 14일 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피해자) 본인이 처음에 서울시장이란 위치 때문에 신고를 못 했다고 얘기했다는데, 왜 그 당시에 신고를 못 했나 좀 묻고 싶다”고 했다. 이어 “4년 동안 도대체 뭘 하다가 이제 와서 갑자기 이런 식으로 김재련 변호사(피해자 법률대리인)와 함께 세상에 나선 것인지도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를 진행하는 이동형 작가도 최근 자신의 유튜브에서 “피고소인(박 전 시장)은 인생이 끝장났는데, 숨어서 뭐하는 것인가”라며 “뒤에 숨어 있으면서 무슨 말만 하면 2차 가해라고 하는데, 여자가 추행이라면 다 추행이 되는 건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진혜원 검사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고 박원순 전 시장과 팔짱을 낀 사진. [연합뉴스]

진혜원 검사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고 박원순 전 시장과 팔짱을 낀 사진. [연합뉴스]

과거 문 대통령 공개 지지 발언을 했던 진 검사도 피해자를 비꼬았다. 진 검사는 13일 페이스북에 박 전 시장 등과 팔짱을 낀 사진을 올리고 “덥석 팔짱을 끼는 방법으로 성인 남성 두 분을 동시 추행했다”며 “권력형 다중 성범죄”라고 했다. 그는 피해자에 대해선 “고소 사실을 언론에 알리고, 발인일에 기자회견을 하는 등 넷플릭스 드라마 같은  ‘흥행몰이’ ‘여론재판’을 하면서도 책임은 부담하지 않겠다는 태도”라고 했다. 이같은 발언으로 논란이 커지자 진 검사는 “성인 남녀 관계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며 “빌 게이츠는 비서와 연애하고 결혼했는데 형사고소 되지 않았다”며 성추행 사건을 연애와 결혼에 비유했다.

조수진 미래한국당 당선인이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조수진 미래한국당 당선인이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친여 인사들의 잇따른 ‘2차 가해’ 발언에 조수진 통합당 의원은 “여성, 인권, 정의를 전유물처럼 행세하던 진보 인사들의 민낯이 드러났다”며 “친여 방송 아나운서는 서지현 검사에 대해서도 ‘8년간 뭐하다 폭로했나’라고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판사 출신 전주혜 의원은 “왜곡된 성 인식과 무차별 가해가 놀라울 뿐”이라며 “진영 논리라는 게 이렇게 무섭다”고 했다. 김웅 의원도 “성폭행 피해자들에 대한 가장 추잡한 공격은 ‘왜 지금까지 가만히 있었느냐’는 것”이라고 했다.

통합당 법사위원들은 이날 진 검사에 대해 “검찰총장은 감찰을 하고, 법무부 장관은 징계를 청구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 법사위원은 통화에서 “현직 검사가 성추행 피해자를 공개 모욕한 것은 쉽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고 전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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