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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쬐면 코로나 호전" 트럼프 말 현실로? 美 연구진 엑스레이 임상 결과 발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환자에게 엑스레이를 쬐면 상태가 호전된다." 최근 미국 연구진이 발표한 임상시험 결과다. '햇빛이나 자외선을 쬐면 코로나가 어떻게 되는지 실험해보라'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은 사실이었을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6일 모하마드 칸 박사 등 미국 에모리대 연구진이 최근 환자 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를 논문사전발표 사이트(medrxiv.org)에 게재했다고 보도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회복 원리에 대해 "광선이 바이러스를 죽이는 게 아니다. 일부 면역세포의 활동을 억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논문은 동료평가(Peer Review)나 심사를 거치지 않은 상태다.

연구진이 임상을 시작한 건 지난 4월 24일.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치료법으로 자외선 노출 등을 언급한 다음 날이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햇빛을 쬐거나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오래 남아있지 못한다는 정부 발표를 듣고 "몸에 엄청나게 많은 자외선이나 아주 강력한 빛을 쬐면 어떻게 되는지 한번 실험해보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연구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이번 실험의 직접적 관련성은 부인했다.

실험엔 43~104세 사이(중위연령 78세)의 지원자 10명이 참여했고, 모두 코로나19로 병세가 악화해 산소호흡기에 의존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1.5그레이(방사선량 측정단위)의 방사선을 쬐게 했다. 이 방사선량은 암 치료보다는 적지만 일반 엑스레이 촬영의 1000배 수준이다. 연구진은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방사선 치료 뒤 임상 회복에 걸린 중위 시간은 3일로, 코로나19 치료제로 쓰이는 렘데시비르나 황산하이드록시클로로퀸 등을 썼을 때보다 4분의 1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또 폐 상태도 호전됐다고 한다. 그러면서 "엑스레이가 값싸고 전 세계적으로 가능한 코로나19 치료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플로리다 메모리얼웨스트 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이송한 의료진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플로리다 메모리얼웨스트 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이송한 의료진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연구진은 환자 1명이 방사선 치료 후 많은 양의 산소 공급이 필요했고 전신 혈액 응고와 콩팥 이상이 나타났으며, 보름 후 사망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환자 1명은 가벼운 메스꺼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SCMP는 이 논문에 대해 "임상시험 대상이 적은 만큼 통계적으로 명확한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대다수 코로나19 환자가 바이러스보다 과도한 면역반응으로 사망하고 있는데, 엑스레이 치료가 이 세포의 활동을 억제해 환자에게 회복할 시간을 벌어 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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