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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하나은행 인감도장도 위조했다, 옵티머스 가짜계약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를 빚은 옵티머스 펀드 판매 과정에서 옵티머스자산운용이 가짜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까지 만들어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위조 계약서엔 펀드 수탁회사인 하나은행의 도장이 찍혀있는데 이 역시 옵티머스운용이 만든 가짜로 확인됐다.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이 사무실 입구를 촬영하고 있다. 정용환 기자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이 사무실 입구를 촬영하고 있다. 정용환 기자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는 근거자료

16일 미래통합당 조해진 의원실이 확보한 하나은행과 한 공공기관 발주사업 하도급 업체(이하 도급사) 간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에 따르면 옵티머스운용은 이 계약서를 통해 NH투자증권을 안심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계약서는 옵티머스 크리에이터 펀드가 도급사가 보유한 공공기관 확정 매출채권을 담보 격으로 양수하면서 도급사에 펀드 자금을 투입하기로 하는 내용이다. 도급사와 공공기관 이름은 지워져 있어 확인할 수 없다.

미래통합당 소속 조해진 의원실이 확보한 하나은행과 한 공공기관 발주사업 하도급 업체(이하 도급사) 간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 이 계약서는 옵티머스운용 측이 만들어낸 가짜다. 조해진 의원실

미래통합당 소속 조해진 의원실이 확보한 하나은행과 한 공공기관 발주사업 하도급 업체(이하 도급사) 간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 이 계약서는 옵티머스운용 측이 만들어낸 가짜다. 조해진 의원실

계약서에 기재된 내용은 구체적이다. 계약서에 따르면 도급사는 공공기관으로부터 받을 매출채권 미청구 잔액 92억3559만원 중 76억4505만원을 하나은행에 양도하기로 한다. 하나은행은 2020년 4월 10일자로 도급사에게 양수도 대금 75억원을 지급한다. 도급사는 양수도 대금에 대해 연 3.9%의 이자율로 계산한 금액(2억9250만원)을 일할계산해 매달 10일 하나은행 지정 계좌로 입금해야 한다.

계약서는 총 4장이다. 각 쪽 하단에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을 뜻하는 영문자 OPTIMUS와 하나은행을 뜻하는 영문자 HANA를 본 뜬 천공 도장이 찍혀있다. 계약서 제일 마지막에는 매출채권 양수도 당사자인 도급사와 하나은행, 펀드 운용사인 옵티머스운용 측 대표자 성명과 함께 법인 인감도장도 찍혀있다. 도급사 관련 내용은 지워져있어 확인할 수 없지만 옵티머스 측은 김재현 대표, 하나은행 측은 은행장과 지배인격인 수탁영업부장 이름이 적혀있다.

미래통합당 소속 조해진 의원실이 확보한 하나은행과 한 공공기관 발주사업 하도급 업체(이하 도급사) 간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 이 계약서는 옵티머스운용 측이 만들어낸 가짜다. 조해진 의원실

미래통합당 소속 조해진 의원실이 확보한 하나은행과 한 공공기관 발주사업 하도급 업체(이하 도급사) 간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 이 계약서는 옵티머스운용 측이 만들어낸 가짜다. 조해진 의원실

은행 도장까지 위조한 가짜문서로 밝혀져 

이 계약서는 위조 문서다. 확인 결과, 하나은행은 옵티머스운용 측과 이런 내용의 양수도 계약서를 작성한 적이 없고 계약서에 찍힌 인감도장과 천공도장 모두 모양이 실제와 다르다고 밝혔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수탁영업부 업무상 이런 양수도 계약서는 쓰지도 않는다"며 "담당부서에 확인한 결과 계약서에 찍힌 천공도장의 천공 갯수도 실제 우리가 쓰는 것과 다르고 인감도장의 생김새도 우리 것과 달랐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소속 조해진 의원실이 확보한 하나은행과 한 공공기관 발주사업 하도급 업체(이하 도급사) 간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 이 계약서는 옵티머스운용 측이 만들어낸 가짜다. 조해진 의원실

미래통합당 소속 조해진 의원실이 확보한 하나은행과 한 공공기관 발주사업 하도급 업체(이하 도급사) 간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 이 계약서는 옵티머스운용 측이 만들어낸 가짜다. 조해진 의원실

NH투자증권 역시 펀드환매 중단 사태가 터지고난 뒤에야 계약서에 기재된 내용이 모두 허위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입장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옵티머스운용 측에 공공기관 매출채권 투자 근거를 요구하니 구속된 윤석호 변호사의 법무법인이 작성한 이 계약서를 들고 왔다"며 "당시 계약서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계약서상 도급사와 공공기관에 연락해봤을 땐 '어떤 내용도 확인해줄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는데 이번 사태가 터진 뒤에야 그런 사실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위조 계약서 작성을 최종 결정한 사람이 김재현 옵티머스운용 대표인지 윤석호 변호사인지 여부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두 사람은 현재 구속 수감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수탁회사 하나은행과 판매사 NH투자증권이 계약서 위조 사실을 언제부터 혹은 어디까지 인식하고 있었는지, 사무관리회사 예탁결제원이 이 과정에서 실기를 저지른 부분이 없는지도 정확히 알려진 바 없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한 펀드사기 의혹을 받는 윤모 변호사와 송모 운용이사가 지난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한 펀드사기 의혹을 받는 윤모 변호사와 송모 운용이사가 지난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조해진 의원은 "수사기관은 위조된 계약서에 당사자로 등장하는 수탁회사 하나은행과 이 계약서를 요구해 받아낸 NH투자증권 등이 정말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는지 철저히 확인해봐야 한다"며 "업무규정 상 매달 수탁회사 함께 펀드의 증권 내역을 비교 점검해야 할 책임이 있는 사무관리회사 예탁결제원이 선관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사실이 없는지도 면밀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정·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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