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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인사이드]일본에서 한국산 전투기를 수입할 수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2018년 2월 미사와기지에서 열린 F-35A 전력화 행사. [로이터]

2018년 2월 미사와기지에서 열린 F-35A 전력화 행사. [로이터]

최근 일본에서는 전수방위의 쟁점인 ‘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가 부각되고 있다. 탄도미사일 위협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방어보다는 원점에 대한 공격이 효과적이라는 논리이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해상교통로를 중시해 왔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본격화하면서 일본의 안보적 역할도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그 가운데 주목할 분야가 항공전력의 획기적 증대다.

2018년 12월 자위대 전력증강을 제시하는 방위계획대강을 개정하면서 아베 일본 총리는 스텔스기 도입을 명시했다. 지상 공군 기지에서 출격하는 F-35A 105대, 경항모인 이즈모함급에 탑재할 수직이착륙기인 F-35B 42대를 도입한다.

F-35B 전투기는 항모와 대형 함정에서 수직이착륙도 가능하다. [록히드마틴]

F-35B 전투기는 항모와 대형 함정에서 수직이착륙도 가능하다. [록히드마틴]

일본 자위대는 이제 지구촌 어느 곳에나 전력을 투사할 수 있는 능력, 바꿔 말하면 일본 안보에 위협이 된다면 이를 사전 무력화할 수 있는 ‘적 기지 공격능력’을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군비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시점이다. 국방부는 곧 도입을 완료할 F-35A 40대에 이어 20대를 추가 구매할 예정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제하고 유사시 적시적인 대처를 위한 것이며, 기본적으로 한미 동맹과 연합작전태세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일 양국은 미국이라는 동일한 동맹기반을 토대로 하고 있다. 문제는 천문학적 비용이 투입되는 첨단장비가 상시적 전투 대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시 고도의 훈련과 정비 등 후방지원이 적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일, F-35 전투기 정비 거점

일본 방위성이 7월 1일부터 F-35 전투기 기체정비 거점 운용을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4년 12월 미국 정부는 아시아 태평양의 F-35 기체 정비 거점을 일본과 호주에 설치한다고 결정했으며, 이에 따라 일본은 F-35 기체 및 엔진, 전자장비 등에 관한 창정비를 준비해 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대구공군기지에서 열린 제71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육해공군 전력 지상사열을 하고 있다. 뒤로 보이는 전투기가 F-35A 스텔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대구공군기지에서 열린 제71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육해공군 전력 지상사열을 하고 있다. 뒤로 보이는 전투기가 F-35A 스텔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3년부터 요코다 미군기지 인근에 있는 미즈호 공장에 F-35 엔진 전용건물을 완공했다. 연간 항공기 6기분의 생산을 담당하고 있으며 향후 F-35 창정비를 담당하게 된다.

히로시마 구레 공장과 후쿠시마 소마공장에서는 F-35 전투기의 19개 부품을 생산하여 공급 중이다. F-35 전자장비 관련 창정비는 2025년 이후 미쓰비시 전기에서 담당할 예정이다. F-35A/B 전투기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정비 문제는 우리에게도 현안으로 대두할 것이며, 이를 위한 한일 협력이 논의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일 항공자위대, 고등훈련기 부족

일본 항공자위대 T-4 훈련기는 일본 국산 고등훈련기로 주력 전투기 조종사 양성에 사용된다. 조종사 교육훈련과 기량유지를 위해 현재 비행교육부대가 위치한 2개소와 전투기 운용 기지에도 배치돼 있다.

가와사키에서 제작한 일본 항공자위대 T-4 훈련기는 항공자위대의 블루 임펄스 시범비행단에서도 사용한다. [가와사키]

가와사키에서 제작한 일본 항공자위대 T-4 훈련기는 항공자위대의 블루 임펄스 시범비행단에서도 사용한다. [가와사키]

T-4 훈련기는 자위대 에어쇼팀인 블루임펄스에도 사용된다. 하지만, 최근 T-4 고등훈련기에 잦은 고장으로 훈련 임무에 우선 투입하기로 결정해 6기 중 2기를 줄여 4기만 운영한다. 내년 도쿄 올림픽 행사를 앞두고 다시 6기로 복원할 예정이다.

최근 발견된 T-4 훈련기 문제는 엔진에서 발견됐으나 부품교체 작업에 문제가 이어져 정상화는 지연된다. 이에 T-4 배치가 부족한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T-4 훈련기는 지난해 4월 아오모리현 미사와 기지에서 훈련 중 한쪽 엔진이 정지해 긴급 착륙을 한 바 있으며, 시즈오카현 하마마츠 기지에서도 엔진 지상점검 중 이상이 발생했다.

진동을 억제하는 부품의 교환이 진행되고 있지만, 훈련기 200기 전체를 확인하는 작업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더구나 T-4 훈련기는 쌍발 엔진을 탑재해 두 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T-4 운용에 광범위하고 심대한 차질이 예상된다.

T-4 훈련기는 최초 배치 이후 30년 이상 지나 정비를 해도 엔진 출력이 나오지 않는 등 문제가 지속하고 있어 근본적 대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방위성과 자위대 내에서는 차세대 고등훈련기 개발에 대한 요구가 지속하고 있으나, 최근 F-35A/B 147대 도입 등에 따른 예산 문제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태국에 12대를 수출한 T-50TH 골든이글 고등 훈련기. [사진 태국 공군]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태국에 12대를 수출한 T-50TH 골든이글 고등 훈련기. [사진 태국 공군]

일각에서 한국의 T-50 고등훈련기 도입 가능성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한일 관계가 제한요소가 되고 있지만, 향후 한미일 안보협력 및 상호운용성 제고 차원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어서다. 한국의 T-50 훈련기는 F-35 전투기에 최적화된 고등훈련기로서 이미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 수출돼 성공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한일 상생 위한 항공 분야 안보협력

이러한 시점에서 국가안보 차원에서 필수적인 항공우세와 원활한 전력운용을 위해 한일 항공분야 안보협력은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015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열린 미국 수출형 훈련기(T-X) 공개기념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5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열린 미국 수출형 훈련기(T-X) 공개기념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미국은 차세대 고등훈련기 사업에서 T-50 훈련기 성능을 높이 평가했다. 지난 1월 17일 공군 임대사업 단독 입찰자로 선정한 바도 있다. 최근 경쟁 입찰로 바뀌었지만, T-50 훈련기가 최종 선정될 것으로 가능성이 크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한일 양국의 관계가 불편한 것이 현실이지만, 한일 양국의 협력이 확대될 기회를 맞았다. 한국은 F-35 전투기 정비 거점인 일본과 협력이 필요하다. 일본은 한국에서 개발한 T-50 고등훈련기를 도입하거나 공동 생산하는 등 상생 방안을 위해 지혜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일본 방위성은 지난 7일 2024년까지 F-2 차세대 전투기의 시제기 제조에 착수하고, 2031년 양산을 시작하며, 2035년 작전배치를 추진하기로 발표했다. 여기서도 차세대 전투기를 개발하는 한국과 공동 협력 가능성이 엿보인다.

일본은 개발을 독자개발을 전제로 하면서도 미국을 비롯한 국제협력을 통해 상호 운용성 및 기술 도입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 전략적 여건 면에서 공동 관심 사안이 많은 분야인 만큼 한일 간 긴밀한 의견교환과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래지향적 한일 협력의 대표적 사안의 하나가 될 것이다.

권태환 전 주일국방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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